구룡마을 화재 세 번째 합동감식…발화 지점·원인 규명 집중


주민들 방화 의혹 제기…주거 대책 요구
강남구청, 이재민 임시대피소 운영 종료


2일 강남구 '마지막 판자촌' 구룡마을에서 발생한 화재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합동감식이 진행됐다. /이예리 기자

[더팩트ㅣ이예리 기자] 2일 서울 강남구 '마지막 판자촌' 구룡마을에서 발생한 화재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합동감식이 진행됐다.

경찰과 소방, 한국전기안전공사 등 관계기관은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구룡마을 화재 현장에서 추가 합동감식을 벌였다. 지난달 28일과 30일에 이은 세 번째 현장 조사다.

첫 조사는 구획 설정과 현장 사진 촬영 등이 이뤄졌으며, 두 번째 조사부터 본격적인 원인 조사에 착수했다. 앞선 조사에서 최초 발화 지점으로 추정되는 범위를 7가구 안팎으로 특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감식은 발화 지점을 특정하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밝히는 데 주력했다. 감식반은 오전 10시34분께부터 감식 진행 회의를 한 뒤 오전 11시10분께부터 현장에 진입해 조사에 나섰다.

감식이 진행된 2지구 초입엔 나무 골조만 남은 집 한 채에 타다만 천 조각이 매달려 있었다. 폴리스라인이 쳐진 도로 양옆으로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검게 탄 고철과 잔해가 뒤엉켜 쌓여 있었다.

감식반은 검게 눌어붙은 잔해와 잿더미 사이를 살피고 사진을 촬영하는 등 조사를 이어갔다.

경찰 관계자는 "오늘 감식 목표는 화재 원인 조사"라며 "이미 살펴본 곳도 다시 확인하고 전체적으로 조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발화 지점이나 원인 등 명확히 나온 내용은 아직 없다"며 "마지막 현장 감식이 될 가능성이 높지만, 오늘 조사가 마무리돼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장을 찾은 일부 주민은 화재 원인으로 방화 가능성을 제기했다.

3지구에 거주한다는 60대 A 씨는 "고의적인 게 아니라면 이렇게 불이 날 수가 없다"며 "곱게 나가겠다고 했는데 지난 1월 이후 또 불이 나 전부 타버렸다. SH(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는 노가 났다"고 주장했다.

1지구에서 40년 가까이 거주했다는 60대 B 씨는 "소방이 서둘러 끌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다 타버렸다"며 "오죽하면 답답해서 내가 호스를 달라고 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주거 안정 대책 좀 세워달라고 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강남구청은 개포중과 구룡중 체육관에 마련했던 이재민 임시대피소 운영을 전날 종료했다. 사진은 개포중 대피소. /이예리 기자

강남구청은 개포중과 구룡중 체육관에 마련했던 이재민 임시대피소 운영을 전날 종료했다.

강남구청은 "지난달 29일 기준 각각 50명 안팎이었던 인원 모두가 구청이 마련한 임시 숙소인 호텔이나 친척, 지인 집으로 이동해 임시대피소를 철거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27일 오후 3시49분께 구룡마을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불은 구룡마을 2지구에서 시작됐으며 바람의 영향으로 1, 3지구로 확대됐고 7지구 일부와 구룡산까지 번졌다. 용수 부족까지 더해지며 진화작업은 어려움을 겪었고, 결국 약 13시간 만인 이날 오전 4시39분께 완진에 성공했다.

이번 불로 구룡마을 7지구에 살던 30대 여성 1명이 왼쪽 발등 부종으로 병원으로 옮겨졌다. 주민 39명은 스스로 대피했다. 피해 가구는 91가구 총 127명으로 파악됐다.

구룡마을은 1988년을 전후해 개포동 일대 개발로 밀려난 철거민 등이 모여 형성한 판자촌이다. 지난 2016년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된 뒤 SH가 사업시행자를 맡아 재개발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개발 방식과 이주 및 보상 대책 등을 둘러싸고 주민들 간 의견 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ye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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