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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 군위=정창구 기자] 농촌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배움의 기회마저 달라져서는 안 된다. 학생 수가 적다고 교육의 질까지 낮아져서도 안 된다. 더 좋은 교육을 받기 위해 정든 고향을 떠나야 하는 현실은 농촌이 안고 있는 가장 아픈 숙제 가운데 하나다.
대구시 군위군이 이 같은 농촌교육의 오랜 고민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던졌다.
학교가 작아도 교육의 꿈은 커야 한다. 교육 때문에 떠나는 고장이 아니라 교육을 위해 찾아오는 고장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군위군은 교육부가 추진하는 '교육혁신선도지역' 공모 사업에 최종 선정돼 향후 5년간 국비 100억 원을 확보했다고 4일 밝혔다.
군비 30억 원과 교육청 예산 17억 5000만 원을 더하면 총사업비는 147억 5000만 원에 달한다.
단순히 교육예산을 늘리는 사업이 아니다. 학생 수 감소로 위축되고 있는 농촌학교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지역의 교육환경 자체를 바꾸겠다는 중장기 프로젝트다.
교육부는 지난 3일 전국 130개 신청 지역 가운데 43곳을 교육혁신선도지역으로 선정했다. 군위군은 인구감소지역의 소규모학교 혁신을 핵심 과제로 하는 제1유형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 선정이 주목받는 이유는 군위군이 처한 현실 때문이다.
농촌지역의 학령인구 감소는 단순히 학생 수가 줄어드는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학생이 줄면 교육과정 운영에 제약이 생기고, 교육 선택권이 좁아지면 자녀교육을 걱정하는 젊은 세대의 지역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학교의 위기가 지역의 위기로 번지는 악순환이다.
군위군은 이번 사업을 통해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겠다는 구상이다.

핵심은 작은 학교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작은 학교에서도 큰 교육을 실현하는 것이다.
학교 간 공동교육과정과 특성화 교육을 확대해 학생 수가 적다는 이유로 다양한 교육을 포기하지 않도록 하고, 기초학력 향상과 진로·진학 지원을 강화해 도시와 농촌의 교육 격차를 줄여 나갈 방침이다.
학생 개개인의 적성과 잠재력을 살리는 맞춤형 교육도 추진한다. 소규모학교의 약점을 오히려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집중할 수 있는 강점으로 바꾸겠다는 취지다.
교육혁신은 학교 울타리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유아교육부터 초·중·고교까지 이어지는 통합 교육 생태계를 구축하고, 교육지원청과 학교, 지역 사회가 함께 아이들의 성장을 책임지는 협력 체계를 강화한다.
여기에 약 300억 원 규모의 기금을 보유한 군위군교육발전위원회와 군위인재양성원 등 기존 교육지원 기반도 적극 활용한다.
이번 사업이 기존 교육발전특구의 후속사업이라는 점도 의미가 있다. 그동안 쌓아온 교육 협력 기반을 일회성 사업으로 끝내지 않고 지속 가능한 지역 교육 체계로 발전시킬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군위의 교육혁신은 대구경북신공항 건설과 군부대 이전이라는 지역의 미래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신공항과 군부대 이전이 지역 발전의 새로운 기회라면 그 기회를 실제 인구 유입과 정착으로 연결하는 핵심 조건 중 하나가 바로 교육이다.
일자리가 생기고 주거환경이 좋아져도 자녀를 안심하고 맡길 학교가 없다면 젊은 가족들이 지역에 뿌리내리기는 쉽지 않다.
도로와 건물이 지역의 외형을 바꾼다면 교육은 그 지역에 사람이 머물게 하는 힘이다.
군위군이 신공항 시대를 준비하면서 교육혁신에 공을 들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번 사업은 지난 6월 10일 군위중학교에서 교육혁신선도지역 정책과 소규모학교 혁신 방안이 발표된 데 이어 실제 사업 선정으로 연결됐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이제 관건은 확보한 예산이 교육현장에서 얼마나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 내느냐다.
147억 5000만 원이라는 투자 규모보다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체감하는 배움의 기회가 얼마나 넓어지고, 학부모들의 교육 불안이 얼마나 줄어드느냐다.
나아가 교육 여건 개선이 젊은 세대의 정착과 인구 유출 완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도 중요한 과제로 남는다.
김진열 군위군수는 "아이들이 더 좋은 교육을 받기 위해 군위를 떠나는 것이 아니라, 군위에서도 마음껏 꿈을 키우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어야 한다"며 "교육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아이 키우기 좋은 교육도시 군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지방소멸의 위기는 인구 숫자로 나타나지만, 그 위기의 깊이는 아이들이 사라져 가는 교실에서 먼저 드러난다.
반대로 지역의 희망 역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살아 있는 학교에서 시작될 수 있다.
국비 100억 원을 확보한 군위의 진짜 성과는 예산이 아니라 5년 뒤에도 아이들이 고향의 교실에서 더 큰 세상을 꿈꿀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군위가 시작한 교육혁신이 농촌학교의 위기를 넘어 지역의 미래를 바꾸는 성공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t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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