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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이선영 기자] 미국 중간선거에서 고물가와 생활비 부담이 주요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국내에서도 물가 부담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두 달 연속 둔화했지만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인 2%를 여전히 웃돌고 있는 데다 가공식품과 외식비 등 생활밀착형 품목의 가격 상승이 이어지면서 체감물가와의 괴리가 지속되는 모습이다.
5일 외신과 금융권에 따르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여론조사업체 포컬데이터와 실시한 조사에서 미국 유권자의 68%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물가 및 생활비 대응에 불만을 나타냈다. 특히 무당층에서는 불만 응답이 77%에 달했다. 물가 대응에 대한 불만은 지난 5월 조사 당시 58%에서 10%포인트 높아졌다.
한국에서도 생활비 부담이 이어지고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 3일 발표한 '2026년 10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20.73(2020년=100)으로 전년 동월 대비 2.8% 상승했다. 전월(2.9%)보다 상승률이 0.1%포인트 낮아졌지만 한은의 물가안정목표인 2%를 웃도는 수준이다.
특히 가계가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품목의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지난달 가공식품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9% 상승해 전월(2.1%)보다 오름폭이 확대됐다. 외식 물가도 2.9% 올라 올해 2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석유류 가격은 14.9% 뛰며 전체 물가를 끌어올렸다.
반면 농축수산물 가격은 1.7% 하락했고 신선식품지수도 6.2% 떨어졌다. 일부 먹거리 가격은 안정됐지만 자주 구매하는 품목을 중심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는 2.6% 상승해 전월(2.5%)보다 오름폭이 확대됐다. 전체 물가상승률은 둔화한 반면 생활물가 상승률은 소폭 높아진 것이다.
물가상승률이 낮아지더라도 가계의 부담이 쉽게 줄지 않는 데는 누적된 가격 상승이 영향을 미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가격이 오르는 속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상승률 둔화가 곧 가격 하락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실제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2020년 평균보다 약 20.7% 높은 수준이다. 이미 높아진 가격에 추가 상승이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이 느끼는 부담은 지속될 수 있다.
이같은 체감물가 부담은 한국은행의 과거 분석에서도 나타난다. 한은이 지난해 6월 발표한 '최근 가공식품 등 생활물가 흐름과 수준에 대한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5년 5월까지 생활물가는 19.1% 상승해 같은 기간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15.9%)을 3.2%포인트 웃돌았다. 특히 2023년 기준 국내 식료품 가격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1.56배에 달했다. 한은은 필수재 가격 상승이 누적되면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생활비 부담이 커지고 소득계층 간 물가 부담의 격차도 확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도 최근 물가 흐름을 경계하고 있다. 한은은 지난 3일 이지호 부총재보 주재로 물가상황점검회의를 열고 농축수산물 출하 여건 개선으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소폭 낮아졌지만 개인서비스 등을 중심으로 높은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2.8%로 전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개인서비스 가격도 3.3% 상승했다.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하더라도 물가 상승 압력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의미다.
한은은 특히 원자재와 에너지 등 생산비용 상승이 시차를 두고 다른 상품과 서비스 가격으로 전이되는 현상에 주목하고 있다. 누적된 비용 부담이 외식과 여행 등 개인서비스 가격에 반영되면서 근원물가의 높은 상승세가 지속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향후 물가 전망도 녹록지 않다. 한은이 지난달 22일 발표한 '경제상황 평가(2026년 10월)'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물가상승률은 누적된 비용 압력이 소비자가격에 전이되고 수요 측 압력도 점차 확대되면서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됐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 상승률이 기존 전망치인 각각 2.7%, 2.5%에 대체로 부합하겠지만 내년에는 기존 전망치인 2.3%, 2.5%를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유가와 환율 움직임, 내수 개선 속도, 임금 상승세 확산 정도가 향후 물가 흐름을 좌우할 주요 변수로 꼽힌다.
이지호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지난 3일 물가상황점검회의에서 "향후 소비자물가는 중동 상황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 비용 충격의 전이, 수요측 압력 증대 등으로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이라며 "경계심을 갖고 물가 상황을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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