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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이준영 기자] 기초연금을 차등 지급하는 정부 개편안이 노후소득 보장성을 악화시킨다며 원점에서 국민과 공론화를 진행해야 한다는 시민들과 전문가 요구가 나왔다.
최빈곤층인 생계급여 대상 노인들에게는 인상 효과가 없고, 물가 인상분이 반영되지 않는 수급 노인들은 삭감 효과가 발생한다는 주장이다. 정부안이 지속 적용될 경우 물가 인상분이 적용되지 않는 수급 노인들의 실질급여액이 줄고 노인빈곤율이 악화된다는 전망이 나왔다. 특히 국민 노후 보장과 직결된 정책인데도 국민들과 제대로 된 논의 없이 진행됐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정부는 지난 9월 2027년 기초연금을 소득 3구간으로 나눠 차등지급하는 개편안을 발표했다. 소득 하위 0~30%(348만명) 노인은 내년 38만원으로 올해 35만원보다 3만원 오른다. 소득 하위 30~45%(174만명) 노인에는 물가 인상률을 반영해 내년 35만9000원을 지급한다. 소득 하위 45~70%(290만명)에는 물가 상승을 반영하지 않고 올해와 같은 35만원을 지급해 기존 방식보다 9000원 가량 덜 받는다.
6일 국무총리소속 사회대개혁위원회,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참여연대 주최로 열린 '바람직한 기초연금 개편 위한 시민 증언대회 및 토론회'에서 심재환 한국노총 전국시니어노동조합 부위원장은 "하위 45~70% 구간 290만명 노인은 물가 인상분조차 반영되지 않는 35만원에 묶인다"며 "현행 기초연금법은 매년 물가 변동을 반영해 연금액을 조정하도록 했는데, 이 원칙에서 배제돼 물가는 오르는데 연금은 그대로니 해마다 실질 연금이 깎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수정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박사후연구원은 정부 개편안이 지속 적용될 경우 노인 빈곤율이 높아지고 수급자 37%는 실질급여액이 감소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는 정부가 밝힌 계획이 아니라 현재 정부안이 10년간 이어질 때를 가정한 조건부 분석이다. 정부 개편안을 비율로 바꿔 2024년 기준에 적용 후 2035년까지 연동시켰다. 국민연금 연계감액, 부부감액, 구간 경계 역전방지 감액은 현행 원리를 적용했다.
주 연구원에 따르면 물가 인상분이 적용되지 않는 하위 45~70% 구간의 기초연금액 실질가치가 20% 가량 떨어진다. 2024년 34만원이었던 기초연금액은 물가 인상이 반영되지 않으면서 2035년 실질가치가 28만원으로 줄었다. 물가가 연동되지 않아 현행 방식 대비 덜 받는 수급자 비중은 2035년 37%였다.
또한 2035년 정부 개편안을 적용한 노인 빈곤율은 38.89%로 현행 제도를 유지할 때 38.52% 보다 0.37%포인트 악화됐다.
이러한 분석 결과를 두고 주은선 경기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일부 수급자 노인 물가연동 중단은 윤석열 정부 국민연금 개혁안에 포함된 자동조정장치를 부분적으로 도입하는 것"이라며 "국민연금 보장성 강화는 요원하고 퇴직연금이 노후소득 보장에 의미있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지도 불분명한 상태에서 이러한 전환을 하는 것이 타당한가"라고 지적했다. 노인빈곤 사회임에도 기초연금 개편안은 노후소득보장 목표와 '하후' 기준이 불분명하다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물가 인상율을 적용하지 않고 동결시키려는 계층 대부분도 중위소득 이하인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김성욱 호서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2024년 기초연금 수급 노인 가운데 전체 국민의 중위소득을 넘는 사람은 13.9%, 65세 미만 국민 중위소득을 넘는 사람은 9.4%에 그친다며 "기초연금 수급 노인의 90%는 전체 중위소득 아래에 있다"고 말했다.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기초연금 선정기준 자체가 높은 수준이 아니다. 올해 기초연금 선정기준액 월 247만원은 실중위소득 대비 65% 수준에 불과하다"며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중위소득의 75~200%를 중산층으로 규정했다. 65%는 중산층 기준에 미달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저소득층을 두텁게 지원하겠다는 '하후' 취지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임미령 노후희망유니온 사무총장은 "생계급여 수급 노인의 기초연금은 3만원 올라가면 인상된 금액만큼 생계급여가 줄어드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기초연금은 생계급여 소득인정액에 포함돼 기초연금액만큼 다음달 생계급여액이 자동으로 줄어든다. 기초연금액 만큼 생계급여에서 자동삭감되는 노인은 지난해 기준 약 78만명이다.
기초연금 정부안을 철회하고 당사자인 국민들과 논의를 통해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정부는 공론화 과정에서 필요한 자료를 투명히 공개하고 다른 대안들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심재환 부위원장은 "중대한 제도 개편을 당사자들과 충분한 공개 토론과 사회적 숙의 없이 추진한 것에 항의한다"며 "정부 개편안은 소득 구간별로 누가 얼마나 영향을 받는지, 장기적으로 재정과 노인빈곤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에 대한 추계도 충분히 공개하지 않은 채 정부 중심으로 추진됐다"고 말했다. 기초연금 정책을 논의하는 사회적 협의체 구성과 당사자 조직 참여를 요구했다.
남찬섭 교수는 "정부 개편안을 철회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도 국민연금 개혁 과정에서 국민 공론화를 했는데 연내 입법해 내년 적용하는 건 말이 안된다"며 "사회적 논의를 위해 정부 개편안이 어떤 시뮬레이션에 의해 도출된 것인지 정보가 전혀 공유되지 않아 건전한 토론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정부에 3등분한 집단별로 연도별 급여 전망과 수급자 및 재정 장기전망, 노인 빈곤율에 미치는 중장기 효과 추정치, 기초연금과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 수급노인 규모와 전망 및 감액규모와 추이 등 공개를 요구했다.
주 연구원은 정부안 외에 다른 기초연금 개편방안으로 ‘보충적소득보장제(KGIS)’와 ‘최저연금보장(MP)’을 제안했다. 주 연구원에 따르면 보충적소득보장제 적용 시 2035년 노인빈곤율이 5.2% 감소하는 반면 재정은 30조원 가량 더 든다. 최저연금보장은 노인빈곤율이 3.91% 줄고 재정은 28조원 더 필요하다. 그는 "정부안은 하위층을 더 두텁게라는 의도와 달리 10년 뒤에는 재정은 그대로인 채 빈곤 완화 효과가 사라진다"며 "여러 개혁안을 다각도에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lovehop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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