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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더팩트ㅣ최현정 기자] "나는 오래 걸리는 사람이다."
가수 손호영이 인터뷰 도중 가장 많이 언급한 말이다.
그리고 그룹 god로는 27년, 솔로로는 딱 20년을 채운 그는 "이제야 어느 정도 진짜 나를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고백했다.
팬들이 들으면 굉장히 당황할 만한 이야기다. 이유는 당연히 그가 다른 누구도 아닌 손호영이기 때문이다.
아닌 게 아니라 자타공인 '국민 아이돌'의 반열에 오른 god의 멤버이자 솔로로도 다방면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며 탄탄한 입지를 다진 그가 입 밖으로 꺼내기에는 지나친 겸손처럼 들릴 수 있는 발언이다.
하지만 손호영은 한사코 고개를 저으며 "아직도 발전하고 있고, 가수로서는 물론이고 '인간 손호영'을 완성해 가는 도중"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솔로 데뷔 20주년을 맞아 14일 발매한즈 스페셜 싱글 'Go Around(고 어라운드)'는 손호영의 이런 마음과 생각을 담아 직접 작사한 작품이다.
그래서 '지나고 보니 다 괜찮더라. 그러니 조금 돌아가도 된다'는 메시지를 담은 'Go Around'는 팬들에게 전하는 위로임과 동시에 '과거의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더팩트>는 1일 서울 마포구 잼스톤이엔엠 사옥에서 손호영과 만나, 그가 god로는 27년, 솔로 가수로는 20년 동안 그려온 삶의 궤적을 들어봤다.
손호영이 가장 먼저 꺼낸 말은 역시 '20년'이다. 2006년 9월 13일 첫 정규앨범 'Yes(예스)'로 솔로 데뷔한 그는 데뷔 20주년을 두고 '이제 대학생이 됐다'고 표현했다.
손호영은 "20년이라는 시간이 슬슬 와 닿긴 하지만 긴 시간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스무살이면 대학생이 되는 나이지 않나. 팬과 이야기 할 때는 '스무살 대학생의 위치'라고 말한다"며 웃었다.
물론 손호영이 솔로 데뷔 20주년의 가치를 가볍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는 20주년을 앞두고 어떻게든 팬에게 고마움을 전하고자 하는 마음이 컸다.
손호영이 2021년 발표한 싱글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이후 5년 만에 신곡을 발표하고 31일과 11월 1일 단독 콘서트 'HORIZON(호라이즌)'을 개최하는 이유다.

손호영은 "내가 뭔가를 하고 싶은 욕심은 많은데 예민하고 겁이 많다. 그래서 준비가 안 돼 있으면 억지로 밀어붙이지 않는다"며 "예전에는 그래서 신곡 발표가 계속 밀렸는데 이번만큼은 절대 그냥 지나가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20주년까지 그냥 지나가면 팬에게 실례 같았다"고 밝혔다.
그렇게 완성된 싱글 'Go Around'는 앞서 말한 것처럼 '지나고 나서야 보이는 것'을 노래한 작품이다.
손호영은 "장르적으로는 가벼운 팝 록이고 들으면 기분 좋아지는 곡이다. 지루하지 않고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이지리스닝 계열의 곡"이라며 "내가 나이도 있고 활동한 세월이 있다 보니 절절한 사랑 이야기 보다 '내가 겪어보니 해줄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손호영의 자평에 따르면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은 알게 된 것들'은 그의 인생을 가장 잘 보여주는 문장이다. 그는 숱한 운과 성공 사이에 그에 못지않은 실패와 좌절을 겪은 후에야 자기 자신을 더 잘 알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손호영은 "20주년이 되고 냉정하게 나를 보게 됐다. 예를 들어 어렸을 때는 특정 음역대에 도전한다고 하루 8시간씩 노래 연습을 하기도 했는데, 지금 보니까 애초에 할 수 없는 목표였다. 그런 식으로 연습하고 노력하면 한계를 깰 수 있다는 생각에 내 능력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목표를 세운 적이 많았다"고 자신을 돌아봤다.
특히 그는 "어렸을 때 나는 지금과 다른 모습의 뮤지션이 돼 있을 줄 알았다. 작사·작곡도 많이 하고 솔로로 색이 뚜렷한 그런 가수가 될 줄 알았다. 하지만 그 꿈을 이루지 못했다"며 "시간이 지나니 나라는 사람의 능력치가 있다는 것을 점점 알게 됐다. 창작에 재능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창작은 노력으로 되는 게 아니더라"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제는 편하게 이야기를 꺼냈지만, 당시 이 사실은 손호영에게 굉장히 큰 스트레스가 됐다. 그는 "(안 되는 것을 하려고 하니) 고민만 쌓이고 늪으로 들어가더라. 그런데 팬은 기다리니 부담은 계속 커지고, 스트레스가 쌓이니까 자꾸 딴길을 가는 거다. 그게 어렸을 때의 나였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나의 장점을 조금 더 빨리 발견하고 발전시켰다면 나에게 더 잘 맞는 음악을 찾지 않았을까 싶다. 이런 점이 너무 후회가 된다"며 "그때는 하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해도 안 되는 게 있더라. 그것을 이제는 안다"고 덧붙였다.
그래도 이런 후회의 과정을 거친 덕에 손호영은 자기 자신을 더 잘 이해하고,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잘 알게 됐다.
손호영은 "내가 지금 상태에서 할 수 있는 영역이 어디인지 매번 마음속으로 정리하고 있다. 지금 가장 자신 있고 즐기면서 할 수 있는 건 역시 공연이다. 가수가 가장 자신 있고 그 다음도 계속 정리 중"이라며 "연극과 뮤지컬, 영화 등도 지금은 과거보다 마주할 준비가 많이 됐다고 생각한다. 연극이나 뮤지컬에 출연한 이유도 '이제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지금은 웃으며 이야기하지만 사실 여전히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정상의 위치까지 올라선 뮤지션이 스스로를 '재능이 없다'고 평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당연히 손호영에게도 이를 인정한 순간은 큰 좌절로 다가왔다. 그때 그를 지탱해준 것이 시간과 팬, 그리고 god였다.
손호영은 "좌절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특별한 계기가 필요하기보다 나만 올바르게 걸어가면 해결되는 것 같다. 내 생각은 그렇다"며 "반대로 멈추면 해결이 안 된다. 나도 멈추고 싶었던 적도 있었지만 천천히라도 계속 나아갔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해결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 중심에 god 멤버들이 있었다"며 "그리고 가장 중요한 존재가 팬이다. 내가 20년을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이다. 요즘은 팬과 직접 대화할 수 있는 기회도 많아 이들과 만나면 '아직 해도 되는구나'라는 힘을 많이 받는다"고 팬에게 진심 어린 고마움을 전했다.
정리하자면 'Go Around'는 단순히 '다 잘 될 거야'를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20년 동안 활동하면서 겪은 삶의 굴곡과 그 과정에서 터득한 깨우침, 그리고 긴 시간을 버티는 힘이 된 소중한 존재를 향한 고마움까지 모두 담긴 '손호영의 인생곡'이나 다름없다. 그가 이번 활동에 진심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손호영은 "솔직히 솔로 데뷔할 때 욕심이 있었다. 그때까지 나는 내가 운이 좋고 순탄한 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오디션에 붙어 god 멤버들과 만났고, 앨범이 나왔으며, 점점 탄력이 붙어 대상까지 탔다. 내가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솔로도 순탄할 줄 알았다"며 "물론 스스로 부끄럽지 않기 위해 준비는 정말 열심히 했지만, 솔직히 솔로도 그냥 잘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이게 마음대로 되지 않다는 것을 그때 처음 배웠다"고 데뷔 당시를 돌아봤다.
이어 그는 "결국 살아봐야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 20년에 걸쳐서 조금씩 한계치를 넓히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벌써 다음 곡도 (회사와) 이야기하고 있다. 지금부터는 더 여러 가지를 해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힘을 줘 말했다.
끝으로 손호영은 "아티스트로서 끝은 정하지 않았다. 물론 퍼포먼스가 있는 대형 공연은 언젠가 끝이 있을 수 있지만, 아티스트로서 '몇 주년까지'는 생각하지 않고 계속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손호영의 진짜 무대는 지금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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