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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연예계는 대중의 관심을 받는 스타도 많고, 이들을 팔로우하는 매체도 많다. 모처럼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대면하는 경우가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내용도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마저 소속사에서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현실에서도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느낌을 가공하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으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배우 하율리가 또 한 번 새로운 얼굴을 꺼내 들었다. '피라미드 게임' '옥씨부인전' '유부녀 킬러' 등 작품마다 각기 다른 캐릭터로 인상을 남겼던 그가 이번에는 평범한 사회초년생이 됐다. 앞선 작품에서 보여준 강렬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청춘의 불안을 현실적으로 그려내며 공감을 자아냈다. 그의 진가는 작품을 거듭할수록 더욱 선명해지고 있다. '로또 1등' 못지않은 값진 가능성을 품은 배우 하율리의 내일이 기대되는 이유다.
배우 하율리가 최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취재진과 만나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극본·연출 윤영빈) 공개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 중 이지혜 역을 맡은 그는 이날 작품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하율리가 그려낸 이지혜는 누구나 한 번쯤 마주했을 법한 사회초년생의 모습이었다.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고 싶지만 좀처럼 확신할 수 없고 아무리 노력해도 제자리인 것 같은 불안함에 흔들리는 인물이었다. 그 모습은 취재진에게도 낯설지 않았다. 작은 실수에도 위축되고 누군가의 인정에 안도하던 순간들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하율리는 이처럼 평범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실제로 만난 하율리 역시 이지혜와 닮아 있었다. 그에게도 신인 시절 오디션에서 거듭 떨어지며 자신의 능력을 의심했던 순간이 있었다. 하지만 하율리는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하며 조금씩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 왔다. 이지혜가 회사라는 공간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아갔다면 하율리는 연기라는 세계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어쩌면 하율리가 이지혜의 불안을 그토록 현실적으로 그려낼 수 있던 이유도 여기에 있을지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는 하율리에게도 특별한 작품이 됐다. 작품은 위아래로 치이며 하루하루를 버티던 팀장 공은태(이준혁 분)가 로또 1등에 당첨된 후 사직서 대신 당첨금 13억을 품고 이전과는 다른 마음가짐으로 출근하는 K직장인 오피스 드라마다. 총 10부작으로 지난 13일 종영했다.
극 중 하율리는 사회초년생이자 계약직 사원 이지혜 역으로 열연했다. 이지혜는 '할 수 있습니다!'를 입에 달고 살며 무슨 일이든 해내기 위해 애쓰는 인물이다.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스스로 어딘가 부족한 것 같고 한 팀으로 일하면서도 소외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럼에도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하루하루를 굳건히 버텨낸다.

하율리는 이러한 이지혜의 모습을 통해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고 싶었다. 실제로 작품이 공개된 후 이지혜의 삶을 응원하는 반응이 이어졌고 이는 하율리에게도 큰 힘이 됐다. 그는 "사회초년생의 모습으로 시청자분들의 공감을 얻고 싶었던 게 1순위였다. 많은 분들이 지혜가 정규직이 됐으면 좋겠다고 함께 기원해 주셔서 그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하율리는 조직 안에서 제 몫을 해내기 위해 애쓰는 계약직 사원의 모습부터 스스로의 신념과 자긍심을 확립해 가는 과정까지 차근차근 그려냈다. 눈치를 살피는 시선과 조심스러운 말투로 사회초년생의 불안을 표현하면서도 점차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는 변화를 섬세하게 담아냈다.
다만 처음부터 이지혜 역으로 오디션을 본 건 아니었단다. 그는 "1차에서는 지혜 역으로, 2차에서는 향은 역으로 오디션을 봤다. 그래서 저한테 누가 잘 어울릴지 궁금했다"며 "오히려 향은이 이미지적으로 더 잘 어울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지혜 역으로 연락을 주셔서 조금 놀랐다"고 떠올렸다.
"생각보다 저랑 지혜가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모든 일에 있어서 열심히 노력하려고 하는 부분도 그렇고, 저도 신인 배우일 때 오디션을 보고 부딪혀야 하는 산이 많았거든요. 지혜처럼 계속 노력하고 저를 발전시키려고 하면서도 제 능력을 의심하고 불안해했어요. 그럼에도 '나 잘할 수 있어'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저와 많이 닮았다고 느꼈어요."
하지만 연기가 마냥 수월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동안 자신의 감정과 주장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인물을 주로 연기했던 하율리에게 조심스럽고 소극적인 이지혜는 또 다른 도전이었다. 그는 "계약직이라는 직책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너무 불쌍해 보일 수도 있는데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못나 보이고 싶지도 않았다"며 "개인적으로는 정규직이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과 동시에 '지혜 정도의 능력이면 정규직이 될 수 있어'라는 생각이 들게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표현함에 있어서 조금 불안했는데 다행히 많은 분들이 공감해 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제가 고민하고 연구했던 부분을 알아봐 주신 것 같아 안심이 됐어요.(웃음)"
이러한 고민은 극 후반부 이지혜의 성장 과정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처음에는 선배들의 눈치를 살피며 주어진 일을 해내기에도 급급했던 이지혜가 점차 자신의 능력을 믿고 주체적으로 행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처음에는 지혜가 자신이 어느 정도의 능력을 가진 사람인지 잘 몰랐을 것"이라고 밝혔다.

"팀원들과 함께 하나둘씩 성장하면서 '나는 이 정도의 능력을 가진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무엇보다 공 팀장(이준혁 분)님과 양 대리(서현우 분)님의 모습에 점점 스며들면서 지혜에게도 자신의 목소리를 낼 힘이 생기고 능력과 가치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고 생각해요."
이러한 이지혜의 불안은 하율리가 배우로서 걸어온 시간과도 닮아 있었다. 그는 "배우도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고 선택받아야 하는 직업이다 보니 초반에 오디션에서 계속 떨어질 때는 '내가 그만큼의 매력을 갖고 있는 걸까' '내 능력은 어느 정도일까'를 계속 의심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작품을 하나둘씩 하다 보니 저도 저만의 매력을 갖고 있고, 사람마다 매력이 다 다르다는 걸 알게 됐어요. 제 매력을 인정하고 자존감을 높이는 게 오히려 배우로서 저를 더 매력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초반에는 정말 많이 불안했고 이 직업이 제 직업이 맞는지 계속 고민했던 것 같아요."
무엇보다 이지혜의 성장을 따라가면서 하율리 역시 스스로를 믿는 힘을 얻었다. 그는 "고난과 시련이 와도 계속 자신을 믿고 발전해 나가려고 한다면 길은 열릴 거라고 말씀드리고 싶다"며 "삶을 살아가면서 실패를 너무 두려워하지 않고 계속 배우고 성장하다 보면 자신의 가치는 더욱 빛을 발할 것"이라고 진심을 전했다.
"저도 지혜를 연기하면서 제 능력을 조금 믿게 된 것 같아요. 내 노력이 그냥 흘러가는 건 아니구나, 언젠가는 나에게 도움이 되고 내 무기가 되는구나 싶었어요. 누군가는 그 노력을 인정해 주고 발견해 주는 날이 꼭 올 거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지혜를 만나면서 희망과 스스로를 믿는 힘을 얻게 된 것 같아요."
그렇기에 하율리에게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는 실제 로또 1등 당첨에 버금가는 행운 같은 작품이란다. 그는 "이 작품을 하면서 정말 행복했고 로또의 값어치만큼 배우고 얻어간다"며 "이번 작품에서 얻은 경험이 다른 작품에서도 엄청난 힘을 발휘할 거라는 점을 알고 있다. 제 인생의 영양분처럼 많은 것을 얻어가는 작품이 될 것 같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시청자분들께도 위로와 힐링이 되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어요. 누구나 사회초년생 시절을 겪으니까 그 시절에 대한 위로가 됐으면 해요. 저도 이 작품을 만나 '로또 1등'에 당첨된 것과 같은 귀중한 경험을 얻은 만큼 앞으로도 '하율리 이름 석 자만 들어도 볼 수 있지'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인정받는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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