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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M] 입시에 서바이벌 더한 '티처스3, 두 마리 토끼 다 잡기에는★★

더팩트

[더팩트|박지윤 기자] 눈부셨기에 더욱 아프고 평범했기에 더욱 사무치는 순간들이 다시 스크린 위에 펼쳐지고 있다. 소녀들의 풋풋하고 빛나는 시간을 통해 그 빛을 앗아간 비극을 오랫동안 마음에 새기게 하고, 지나간 시간을 그리는 데 그치지 않고 잊어서는 안 될 역사를 다시금 마주하게 한다. 영화가 끝나고도 이야기의 여운을 곱씹으며 더욱 오랫동안 선명하게 마음에 남게 되는 '여전히 찬란하게'다.
지난 21일 개봉한 '여전히 찬란하게'(감독 송일곤)는 내 생애 가장 찬란한 순간을 함께한 단짝 친구를 60년 만에 다시 만난 순옥(김혜자 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소풍'으로 칸영화제 단편경쟁부문 심사위원대상, '꽃섬'으로 베니스국제영화제 젊은 비평가상을 받은 송일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랫동안 찾아 헤매던 단짝 정임(차미경 분)을 다시 만난 순옥은 어릴 적 시골 마을에서부터 함께 염원하던 노래자랑 참가를 위해 서울에 놀러 가기로 한다. 하지만 정임이 점점 자신의 이름부터 함께했던 시간까지 조금씩 잊어가고 있다는 걸 알게 된 순옥은 자꾸만 그때 그 시절의 이야기를 꺼내면서 그의 기억을 붙잡으려고 한다.
순옥과 정임이 함께했던 시간은 194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빼어난 노래 실력을 갖춘 정임과 그런 그를 가장 가까이서 열렬히 응원하는 순옥은 서로의 팔에 둘만의 증표를 새기고, 서울에서 노래하고 돈도 벌자는 행복한 꿈을 꾸며 영원한 우정을 약속한다.

그러나 마을에는 공장 취직을 빌미로 결혼하지 않은 소녀들을 잡아간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고, 정임과 순옥은 얼굴에 낙인이 찍히고 피투성이가 된 채 집으로 돌아온 언니를 마주하면서 무언가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직감한다. 이에 두 사람은 우연한 만남이 인연이 돼 글을 배우고 함께 시간을 보내던 두영(문성현 분)의 도움을 받아 몸을 숨기지만 일어나지 않기를 바랐던 일이 현실이 되고 만다.
이렇게 영화는 현재와 과거를 끊임없이 교차하며 두 소녀의 풋풋한 우정과 가슴 아프기에 더욱 잊어서는 안 될 우리의 역사를 함께 그려낸다. 이 같은 구조는 이야기를 전개하며 숨겨진 비밀을 드러내고, 앞선 장면들을 새로운 시선으로 되짚게 하며 이야기의 여운을 한층 짙게 만든다.
낭독극 형식의 러프한 희곡을 스크린에 펼쳐낸 송일곤 감독은 비극적인 역사인 위안부 사건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여기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꿈 많고 평범한 소녀들의 찬란한 순간들을 담백하게 담아 더 찬란하게 바라보게 만들면서, 이 빛나는 순간을 앗아간 역사의 비극을 자꾸만 되새기게 하는 연출력을 보여준다.
이 가운데 등장하는 뮤지컬 시퀀스는 보는 이에 따라 갑작스럽고 몰입을 방해할 수 있는 부분으로 다가올 듯하다. 그럼에도 자칫 무겁게 가라앉을 수 있는 극의 분위기를 환기시키고, 환상적인 순간들을 담아내며 소녀들이 꿈꾸던 찬란한 세계와 그들이 마주해야 했던 냉혹한 현실의 간극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앞서 '여전히 찬란하게'는 김혜자가 '길'(2017) 이후 9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하는 작품으로 많은 관심을 모았다. 잠시 활동을 멈추고 집 앞에 피어있는 들꽃처럼 이름 없는 꽃같이 지내고 싶다던 그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송일곤 감독의 진심은 작품을 보고 나면 더욱 선명하게 와닿는다.
왜 김혜자여아만했는지를 오롯이 연기로 보여주는 김혜자의 열연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오랜 세월을 품은 인물의 그리움과 깊은 슬픔을 섬세하게 표현하면서도 소녀의 미소를 잃지 않아 더욱 먹먹하게 만든다. 절제된 표정과 눈빛만으로 쉽게 헤아릴 수 없는 감정의 깊이를 오롯이 전달하며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존재감을 다시금 증명한다.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은 17세 정임을 연기한 최주은이다. 인물의 순수하고 빛나는 모습부터 현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두려움과 절박함 그리고 모든 걸 체념한 얼굴까지, 자칫 과장되면 몰입을 방해할 수 있는 부분들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끝내 관객들을 울리고 만다.
특히 그는 청아한 목소리가 돋보이는 수준급의 노래 실력을 뽐내는가 하면, 김혜자와의 호흡에서도 밀리지 않으며 작품의 처음과 마지막을 제대로 책임진다. 스크린 데뷔작에서 놀라운 활약을 펼친 만큼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여기에 순옥의 손녀 지안으로 힘을 보탠 이세영은 잊지 말아야 할 가슴 아픈 역사와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관객들을 잇는 연결고리가 되며 반전 속에서 짧고 굵은 임팩트를 남긴다. 12세 이상 관람가이며 러닝타임은 118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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