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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 정병근 기자] K팝의 역사를 만들어온 제작자가 오랜만에 돌아와 K팝 판도를 뒤흔들 기세다.
자신이 설립한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를 떠난 이수만 프로듀서가 새롭게 차린 A2O엔터테인먼트(이하 A2O)에서 걸그룹 A2O LITE(에이투오 라이트)를 내놨다. 이들은 데뷔와 동시에 음원 차트를 휩쓸었다. 단순히 유명 제작자의 복귀에 쏠린 관심이 아니다. 음악과 퍼포먼스로 대중을 사로잡았고, '역시 이수만'이라는 찬사를 이끌어냈다.
A2O LITE(영 오아 아윤 아이찡 히메키 라다 시리 보라 메르시)가 지난 13일 발표한 데뷔곡 'NEON(니온)'은 발매 29시간 만인 14일 오후 11시 멜론 톱100 1위에 올랐다. 2021년 멜론이 톱100 체제로 개편한 이후 신인 그룹 데뷔곡으로는 최단 기간 정상에 오른 기록이다. 일시적 현상이 아닌, 열흘이 넘도록 정상을 지키고 있으니 돌풍이라 할 만하다.
흥미로운 건 이러한 성과가 새로운 세대의 감각을 읽어낸 70대 프로듀서의 손끝에서 탄생했다는 사실이다. 무려 30년 넘게 K팝의 중심에서 시대의 흐름을 읽어온 이수만이다. 수많은 유행이 나타나고 사라지는 동안에도 그가 지켜온 제작 철학과 안목은 여전히 유효했다. 마치 이수만 프로듀서의 시간은 흐르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이수만은 1989년 SM기획을 시작으로 1995년 SM을 설립했다. H.O.T.와 S.E.S.를 통해 국내 아이돌 산업의 기틀을 다졌고 보아와 동방신기로 해외 시장을 개척했다.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샤이니, 에프엑스, 엑소, 레드벨벳, NCT, 에스파 등으로 K팝의 영역을 더 넓혔고 그 과정에서 음악적 실험과 새로운 제작 시스템을 끊임없이 시도했다.
그가 구축한 건 음악과 안무, 비주얼, 콘셉트, 세계관을 하나의 콘텐츠로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시스템이었다. 음악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혹은 멤버들의 외모가 뛰어나다는 이유만으로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요소가 맞물릴 때 비로소 강력한 아티스트가 탄생한다는 접근법이다. 이는 오늘날 K팝의 근간이 된 제작 방식이기도 하다.
A2O LITE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도 종합적인 설계다. 한국과 중국, 일본, 태국 등 다양한 배경을 지닌 아홉 멤버는 저마다 개성이 뚜렷하다. 어린 나이에도 힘 있는 퍼포먼스를 소화하고 각기 다른 음색은 하나의 곡 안에서 다채로운 조화를 이룬다. 개개인의 매력을 살리면서도 하나의 팀으로 완성하는 이수만 특유의 감각이 엿보인다.
특히 데뷔 무대에서 보여준 강렬한 에너지가 인상적이다. 아홉 멤버는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안무를 흔들림 없이 소화하고 일사불란한 군무 속에서도 개별적인 존재감을 드러냈다. 화려한 시각 효과에만 기대기보다 멤버들의 움직임 자체가 무대를 장악하도록 했다. 매력을 극대화하는 방식을 정확히 알고 그걸 무대에 구현해냈다.

음악에서도 이수만의 오랜 강점이 드러난다. 'NEON'은 묵직한 베이스와 날카로운 전자음, 반복적인 후렴구를 중심으로 강한 중독성을 만들어낸다. 여기에 멤버들의 보컬과 아카펠라, 폭발적인 퍼포먼스를 위한 구간들이 입체적으로 배치됐다. 단순히 귀에 꽂히는 한 소절만 남기는 것이 아니라 곡을 듣는 내내 새로운 자극을 제공한다.
강렬한 사운드와 퍼포먼스의 결합,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전개, 여러 목소리가 만들어내는 극적인 조화는 이수만 프로듀서가 오랫동안 추구한 지향점이다. 'NEON'에 참여한 유영진과 뎀 조인츠(Dem Jointz)는 그 지향점을 오늘날의 감각으로 재구성했다. 이수만이 전체적인 방향을 잡고 오랜 음악적 동반자와 새로운 조합을 만들어낸 셈이다.
그 안에 이수만의 뚝심과 확신도 읽힌다. 최근 K팝이 짧고 간결한 구성, 따라 하기 쉬운 후렴구와 챌린지 중심의 안무로 대중과의 접점을 넓혀왔다면 'NEON'은 풍성한 사운드와 다층적인 구성, 높은 밀도의 퍼포먼스를 전면에 내세웠다. 유행에 편승하는 대신 자신이 가장 잘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세대의 취향을 공략했다.
소셜 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수만의 감각이 여전하다는 감탄이 쏟아진다. 동시에 'NEON'의 후렴구가 다르게 들리는 데서 비롯된 이른바 '미혼앤비혼' 밈까지 확산하며 새로운 청취자들의 유입을 이끌고 있다. 음악과 퍼포먼스의 완성도가 먼저 주목받고, 이를 둘러싼 자발적인 입소문이 화제성을 증폭시키는 선순환이 만들어졌다.
물론 데뷔곡 한 곡의 성공이 앞으로의 성과까지 보장할 수는 없다. 초반의 뜨거운 관심을 지속적인 팬덤과 음악적 성과로 연결해야 하고 A2O LITE만의 독창적인 정체성도 확립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결국 아티스트들의 성장과 다음 음악의 완성도다.
그럼에도 이번 성과는 특별하다. 이수만 프로듀서는 2023년 2월 SM엔터테인먼트 지분 14.8%를 하이브에 매각하면서 2026년 3월까지 국내에서 음반 프로듀싱 등 경쟁 사업을 제한하는 경업금지 계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4년여 만의 복귀에서 대중을 움직일 음악과 아티스트를 만들어냈고, 제작자로서 경쟁력이 여전하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행보는 거침없다. 이수만 프로듀서는 지난 12일 데뷔쇼에서 A2O LITE와 함께 15인조 보이그룹 A2O SOUL(에이투오 소울)을 동시에 선보였다. 24명의 신인을 한꺼번에 공개하는 대담한 행보다. 특히 두 팀을 관통하는 음악 색깔과 세계관에 제작 시스템까지 제시했다. 단순한 신인 론칭을 넘어 새로운 체계의 출범이다.
이수만 프로듀서는 오랜 경험을 새로운 감각으로 전환했고 이미 큰 그림을 그렸다. K팝의 시작을 이끌었던 제작자는 그렇게 다시 K팝의 한복판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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