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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더팩트ㅣ강일홍 기자] BTS가 다시 돌아온 뒤 K팝을 둘러싼 산업의 풍경은 크게 바뀌었습니다. 음악으로 세계를 사로잡은 그룹의 귀환은 단순히 한 팀의 컴백이나 월드투어 재개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음원과 음반 판매량으로 성공을 가늠하던 시대를 지나, 공연과 영상, 여행과 소비, 팬 커뮤니티를 하나로 묶는 새로운 문화산업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BTS는 올 3월 2026년 정규 앨범 '아리랑(ARIRANG)'을 발표하고 월드투어에 나섰습니다. 2022년 이후 약 4년 만에 재개한 대규모 투어는 세계 34개 도시, 79회 공연을 계획한 역대 최대 규모의 프로젝트인데요. 오랜 기다림 끝에 성사된 완전체 활동이라는 상징성에 글로벌 팬덤의 결집력이 더해지면서, BTS는 다시 한번 K팝의 현재와 미래를 이야기하는 중심에 섰습니다.
주목할 대목은 이들의 성공을 더 이상 음악이라는 하나의 상품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사실입니다. 앨범을 사고 노래를 듣는 행위는 여전히 중요합니다. 하지만 오늘날 팬덤의 소비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공연 티켓을 예매하고, 공연장 인근 숙소와 교통편을 예약하며, 공식 상품을 구매하고, 공연 영상을 다시 관람합니다. 무대에서 내려온 뒤에도 소비와 소통이 지속되는 구조, 이것이 지금 K팝 산업이 주목해야 할 변화입니다.

음반과 음원 판매 의존 구조 탈피, '공연 중심' 경제적 가치
실제 하이브의 사업 실적에서도 이런 흐름은 드러나는데요. 하이브는 2026년 2분기 매출 1조4500억원, 영업이익 1709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회사 측은 BTS 월드투어와 소속 아티스트들의 활동을 실적 개선의 주요 배경으로 꼽았습니다. 공식 상품과 라이선스, 콘텐츠, 팬클럽 멤버십 등 아티스트의 간접 참여형 사업 역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물론 한 기업의 실적이 K팝 전체의 성적표가 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이 수치는 음악산업의 수익 구조가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음반과 음원 판매에 의존하던 구조에서 벗어나 공연을 중심으로 여러 사업이 연결되고, 팬덤과의 관계가 장기적인 경제적 가치로 이어집니다. 스타의 인기가 콘텐츠와 상품, 서비스로 확장되는 선순환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죠.
공연 실황의 극장 상영도 같은 맥락에서 살펴볼 만합니다. 공연장에 직접 갈 수 없는 팬에게 극장은 또 하나의 무대가 됩니다. 대형 스크린과 음향을 통해 공연을 경험하고, 같은 아티스트를 좋아하는 관객들과 환호를 나누는 방식은 단순 영상 관람과 다릅니다. 공연의 현장성을 다른 공간으로 옮겨 놓는 동시에, 티켓과 관람객 특전, 공식 상품, 응원 이벤트를 결합해 새로운 소비 경험을 만들어냅니다.

전세계 도시, 대형 공연 유치 관광과 지역 홍보 기회로 활용
하이브가 10월 24일부터 31일까지 세계 여러 지역에서 진행하는 '하이브 시네 페스트 2026'은 이런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BTS의 월드투어 공연을 비롯해 소속 아티스트들의 공연 콘텐츠와 라이브 뷰잉, 응원 상영, 공식 상품 등을 한데 묶었습니다. 공연장 밖에서도 팬들이 함께 노래하고 응원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팬덤은 콘텐츠를 수동적으로 소비하는 집단이 아닙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활동을 확산하고, 공연과 상품의 수요를 만들어내며, 국경을 넘어 취향과 정체성을 공유하는 문화경제의 주체입니다. 특히 글로벌 팬덤이 공연을 보기 위해 이동하면 항공과 숙박, 음식점과 관광지 등 지역경제에도 파급효과가 발생합니다. 공연이 며칠간의 무대에 머물지 않고 도시 전체를 경험하는 여행 상품으로 확장될 수 있는 이유입니다.
실제로 전세계 여러 국가에서 일부 도시는 대형 공연을 관광과 지역 홍보의 기회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공연을 중심으로 체험형 프로그램과 전시, 팝업 공간 등을 조성하면 팬들의 체류 시간과 소비 범위도 넓어질 수 있습니다. K팝의 경쟁력이 음반 판매량을 넘어 문화와 관광, 디지털 플랫폼을 연결하는 데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 경계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BTS의 성공을 K팝 전체의 성공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입니다. 세계적인 팬덤과 막대한 자본, 오랜 시간 축적한 브랜드를 갖춘 아티스트의 모델을 모든 기획사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대형 공연을 기획할 여력이 없는 중소 기획사나 이제 막 데뷔한 신인에게는 여전히 진입 장벽이 높습니다.

'음악 통해 얼마나 지속적 경험 만들어낼 수 있는가' 관건
팬의 경험을 확장한다는 명분 아래 소비를 지나치게 부추기거나, 한정판 상품과 반복 구매에 의존하는 방식이 굳어진다면 팬덤의 피로감도 커질 수 있습니다. 팬과 아티스트의 관계가 오직 구매력으로 평가되는 순간, K팝이 쌓아온 정서적 유대와 문화적 매력은 오히려 약해질 수 있습니다. 산업의 외형적 성장 못지않게 팬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오래 머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대형 기획사는 공연과 영상, 플랫폼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되 팬의 신뢰를 훼손하지 않는 지속 가능한 사업 모델을 구축해야 합니다. 정부와 지자체는 특정 스타의 일회성 흥행에 기대기보다 공연 인프라와 관광 콘텐츠를 정비하고, 다양한 아티스트가 세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중소 기획사와 신인에게도 글로벌 유통망과 공연 기회, 팬 커뮤니티를 구축할 수 있는 통로가 열려야 합니다.
BTS의 귀환이 던지는 질문은 결국 하나입니다. 'K팝은 얼마나 많은 음반을 팔 수 있는가가 아니라, 음악을 통해 얼마나 풍부하고 지속적인 경험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 팬이 공연장을 찾고, 극장에서 다시 만나고, 여행지에서 문화를 체험하며, 온라인에서 서로의 감동을 나누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이어질 때 K팝은 하나의 장르를 넘어 글로벌 문화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습니다.
BTS는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가장 강력한 사례이지만, 또 하나 분명한 것은 미래의 K팝이 한 팀의 성공에만 기대서는 안된다는 점입니다. 세계가 주목하는 스타를 넘어 세계와 연결되는 다양한 음악과 아티스트를 키워내는 것, 팬의 시간을 붙잡고, 마음을 움직이며, 음악이 끝난 뒤에도 기억에 남는 경험을 만드는 일입니다. 이제 K팝은 무대 위의 성공을 넘어, 무대 밖의 삶까지, 얼마나 깊이 연결할 수 있는지 시험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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