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터치드, 어둠을 끌어안고 마주한 진짜 자신


15일 첫 정규 앨범 '극야' 발매
"가장 집중한 건 내면의 이야기"


터치드가 지난 15일 첫 정규 앨범 '극야'를 발매했다. 12곡은 저마다의 이야기가 있지만 하나로 연결된다. 누구에게나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밤이 있다는 것이다. /엠피엠지 뮤직

[더팩트 | 정병근 기자] 강렬한 사운드와 폭발적인 에너지로 무대를 장악하던 밴드 터치드(TOUCHED)가 잠시 무대 위의 조명을 내려놓고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봤다. 그곳엔 화려한 무대와 뜨거운 환호 뒤에 가려져 있던 외로움과 불안, 상실과 고독이 있다. 터치드는 그 감정들을 외면하거나 감추는 대신 음악으로 끄집어냈다.

터치드(윤민 김승빈 존비킴 채도현)는 지난 15일 첫 정규 앨범 '극야'를 발매했다. 해가 지평선 위로 떠오르지 않아 밤이 지속되는 현상에서 착안한 앨범명으로 시간이 흘러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 감정을 끝나지 않는 밤에 빗댔다. 12곡은 저마다의 이야기가 있지만 하나로 연결된다. 누구에게나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밤이 있다는 것이다.

멤버들은 이 앨범의 색깔을 가장 잘 드러내는 요소로 "12곡의 가사"를 꼽았다. 그러면서 "각 곡의 사운드는 제각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우리가 집중하려고 한 건 가장 큰 포인트가 내면의 이야기다. 어떤 곡은 신나고 에너지도 있지만 가사의 결은 한 결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2021년 데뷔한 터치드는 2022년 Mnet '그레이트 서울 인베이전' 우승과 보컬 윤민의 '복면가왕' 9연승을 거치며 인지도를 넓혔다. 강렬한 사운드와 카리스마 넘치는 퍼포먼스는 확고한 정체성이 됐다. 그런데 정작 그 에너지의 중심에 있던 윤민은 어느 순간 자신의 감정과 무대 위에서 표현하는 모습 사이에 괴리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터치드가 강렬한 음악을 하고 에너제틱한 모습으로 인식돼 있잖아요. 그런데 제가 외로움과 힘든 걸 느끼는 과정에서 계속 그런 이미지로 무대를 하니까 '현타'가 왔어요. 내가 음악을 하는 이유가 뭐였지 싶은 마음이었어요. 멤버들과 얘기하며 인간은 누구나 외로움이 있다는 걸 알게 됐고 그런 얘기를 해보자 싶었어요."

윤민은 감정의 소용돌이를 견디지 못한 시기를 지나왔다. 계속 스케줄이 있고 해내야 하는 게 있는데, 무대에서 내려오면 어둠과 마주했다. 전날 밤까지 울다가 다음 날 무대에 올라가서 '여러분 행복하시죠? 오늘 무대 부숴볼게요!'라고 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그럼에도 계속 같은 이야기를 노래해야 한다는 생각은 점점 무거운 짐이 됐다.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었어요. 삶에 그래프가 있잖아요. 예전에 발표했던 음악들도 분명 그때 하고 싶었던 이야기였어요. 그런데 제 삶의 그래프는 내려와 있는데 계속 위에 있을 때의 이야기를 하니까 다른 소리를 하는 기분이더라고요. 솔직하지 못하고 거짓말을 하는 것 같은 느낌까지 들었어요. 내가 음악을 시작한 이유가 뭐였지 싶었죠."

터치드는 기존의 강렬한 밴드 사운드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전반적으로 어둡고 우울한 정서를 짙게 녹여냈다. 외부로 발산하던 에너지의 방향을 내면으로 돌린 셈이다. 사진은 앨범 아트. /엠피엠지 뮤직

단순히 지치거나 우울한 시기를 겪은 것 이상의 고민이었다. 자신의 내면을 음악으로 표현하고, 누군가와 공감하고 위로받는 것이 음악을 시작한 이유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그 본질이 흐려졌다고 느끼는 순간 음악을 계속할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 생겼다. 담아둔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 이 감정을 해소해야만 했다.

멤버들도 그 고민을 함께 끌어안았다. 터치드가 기존에 보여준 음악과 무대의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자신들이 느끼는 감정까지 음악에 담아내자는 데 뜻을 모았다. 대중이 기대하는 터치드의 모습과 새로운 이야기를 꺼냈을 때의 반응에 대한 우려는 있었지만, 솔직한 감정을 표현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더 컸다.

채도현은 "지금까지 활동하면서 했던 음악에 진실성이 없었다는 건 아니다. 다만 무대의 가장 앞에 서는 멤버가 괴리감 때문에 고통스러워한다는 걸 알게 됐고 에너제틱한 무대로 사랑받았지만 그런 고민을 해소하지 않으면 문제가 생길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앨범의 방향을 고민했다"고 돌아봤다.

윤민은 자신만의 감정이라고 생각했던 외로움과 불안이 사실은 누구나 품고 있는 감정이라고 생각했다. 개인의 고민에서 출발한 이야기가 네 사람의 이야기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로 확장됐다. 사람들이 기대하는 모습도 중요하지만 지금 하고 싶은 이야기가 확실하다면 그 방향으로 가는 것도 좋겠다는 확신이 있었다.

첫 정규 앨범은 그런 이야기를 담기에 적절한 그릇이었다. 터치드는 이전부터 정규앨범을 준비해 왔지만 활동 일정과 완성도에 대한 욕심 등으로 발매를 미뤄왔다. 이번엔 달랐다. 지금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분명해졌고 그것을 관통하는 콘셉트도 찾았다. 멤버들은 다른 활동을 후순위로 미루면서까지 정규앨범 제작에 집중했다.

음악적으로도 변화가 뚜렷하다. 기존의 강렬한 밴드 사운드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전반적으로 어둡고 우울한 정서를 짙게 녹여냈다. 외부로 발산하던 에너지의 방향을 내면으로 돌린 셈이다. 사운드 역시 외부 세션의 도움을 최소화하고 네 멤버가 만들어내는 합에 집중했다.

김승빈은 "그때그때 하고 싶은 음악과 사운드는 조금씩 변하고 있었다. 이번엔 우리의 내면을 담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며 "외부로 표출하는 에너지보다 네 명이 만들어내는 사운드에 집중했다. 내면의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두운 감정들이 많았고 자연스럽게 가사와 사운드도 글루미하고 우울한 색깔이 많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앨범의 시작을 알리는 '터널'과 '영혼의 밤'에는 윤민이 직접 겪었던 순간들이 녹아 있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터널을 지나며 느꼈던 감정, 생기를 얻기 위해 시끄러운 음악을 찾아 모여들었지만 오히려 죽어 있는 것처럼 보였던 사람들의 모습 등이 음악의 소재가 됐다. 일상에서 마주한 풍경을 자신의 내면에 비춰 새로운 이야기로 풀어냈다.

'극야'에는 거창하거나 특별한 사건보다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법한 감정들이 촘촘하게 쌓여 있다. 터치드는 이 이야기들을 단순한 곡의 나열이 아니라 하나의 흐름으로 전달하고자 했다. /엠피엠지 뮤직

더블 타이틀곡 'Fallen Angel(폴린 엔젤)'과 '이 별'은 터치드의 기존 정체성과 새로운 음악적 방향을 함께 보여준다. 'Fallen Angel'이 익숙한 터치드의 강렬함을 품고 있다면 '이 별'은 한층 섬세하고 서정적인 감정을 전한다.

'극야'에는 거창하거나 특별한 사건보다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법한 감정들이 촘촘하게 쌓여 있다. 터치드는 이 이야기들을 단순한 곡의 나열이 아니라 하나의 흐름으로 전달하고자 했다. 피지컬 CD에는 디지털 음원에서 들을 수 없는 내레이션을 곡 사이에 배치해 앨범 전체의 서사를 이어 붙였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어둠을 바라보는 태도의 변화다. 윤민은 과거에 우울함이나 외로움이 찾아오면 어떻게든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애써 출구를 찾으려 할수록 오히려 두려움은 커졌다. 그 시간을 지나며 깨달은 건 어둠을 반드시 이겨내야 하는 대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는 사실이다.

"예전엔 그런 감정이 찾아오면 무조건 이겨내고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살다 보면 누구나 번아웃이 올 수 있고 어두운 시기가 찾아오잖아요. 극야가 지나가면 백야가 오지만 언젠가 또 극야가 찾아오기도 하고요. 인생이 그런 것 같아요. 그걸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그런 면에서 이번 앨범의 핵심은 어둠으로부터의 탈출이 아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밤에도 자신을 잃지 않고 그 시간을 살아가는 것, 어둠 역시 자신의 일부임을 인정하는 것에 가깝다. 터치드가 "이 앨범 '극야'는 어둠에서 벗어나려는 게 아니라 받아들이는 앨범"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마음속 깊은 곳의 이야기를 꺼내놓는 과정은 터치드에게도 또 다른 성장의 시간이었다. 이 변화가 앞으로 터치드의 음악을 줄곧 어두운 방향으로 이끌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기존의 강렬한 에너지에 내면의 감정을 더하면서 음악적 표현의 폭이 넓어졌다.

윤민은 "이전의 이야기도, 지금의 이야기도 모두 하고 싶은 이야기다. 다만 어느 한쪽으로만 치우치지 않고 싶었다"고 말했다. 채도현 역시 "그때의 터치드가 가장 하고 싶은 말을 하자는 게 중요하다. 살아가면서 각자 생각도 변할 것이다. 그 순간순간 느끼는 감정과 생각을 나누고 함께 음악으로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이 빛나는 사람은 없다. 강렬한 무대 위에서 누구보다 눈부시게 빛나던 터치드도 그랬다. 그 사실을 인정하고 내면의 어둠까지 끌어안은 지금, 이들이 들려주는 음악은 이전보다 한층 깊어졌다. 그리고 어둠을 바라보는 윤민의 시선도 달라졌다.

"예전엔 어둠이 마냥 싫었어요. 그런데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빛과 어둠은 서로 공존하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는 걸 느꼈어요. 행복하지 않은 순간을 알기 때문에 행복을 더 크게 느낄 수 있는 거잖아요. 이제 어둠이 빛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니까 굳이 미워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어둠 그 자체를 받아들이게 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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