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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김샛별 기자] 익숙한 아르바이트를 기괴한 악몽으로 뒤집었다. 시급 50배라는 달콤한 조건 뒤에 도사린 위험, 적당한 유머와 잔혹함이 뒤섞인 세계관은 분명 낯설고 흥미롭다. 특히 '꿀알바'는 이재욱의 신인 시절 강렬한 인상을 다시 떠올리게 하며 그의 새로운 대표작 탄생을 예감케 한다.
넷플릭스 새 오리지널 시리즈 '꿀알바'(극본 경민선·이신지, 연출 김다민)가 30일 오후 5시 전 세계에 전편 공개된다. 이에 앞서 넷플릭스는 언론시사를 통해 기자들에게 8개의 에피소드 중 5개를 선공개했다.
'꿀알바'는 빚에 허덕이던 청년 혁준(이재욱 분)이 시급 50배를 내건 수상한 인력사무소 '거미인력'을 찾아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작품은 빚에 허덕이던 혁준이 마지막 동아줄을 잡는 심정으로 인력사무소를 찾아가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허름한 분위기의 인력사무소에서 최저 시급의 50배짜리 아르바이트를 제안받은 혁준. 솔깃하면서도 의심스러워하는 그를 향해 사장(이희준 분)은 "이보다 꿀알바가 어딨겠어요?"라고 달콤한 유혹을 건넨다.
결국 고액 아르바이트를 수락한 혁준은 나방 떼의 습격부터 기괴한 존재와의 대치까지 악몽 같은 현장을 연이어 마주한다. 위험한 일을 성공적으로 마칠 때마다 일당은 높아지고 혁준은 더 큰 위험 속으로 발을 들인다.
초반부의 속도감은 좋다. 빚 때문에 절박한 상황에 놓인 혁준이 수상한 제안을 받아들이고 첫 아르바이트에 투입되기까지 군더더기 없이 이야기를 밀어붙인다. 복잡한 설명으로 세계관을 늘어놓기보다 곧바로 기이한 현장에 주인공을 던져놓는 방식이다. 매회 새로운 아르바이트가 시작되고 그곳에서의 긴장감이 해소되면 또 다른 위협이 등장한다. 덕분에 다음 회차를 궁금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작품의 매력은 공포를 다루는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무작정 잔인하거나 무겁기보다 적당한 유머를 섞어 기묘한 분위기를 만든다. 특히 익숙한 아르바이트 현장을 매회 다른 규칙과 분위기가 지배하는 공간으로 바꾸는 연출이 흥미롭다. 편의점과 영화관처럼 일상적인 장소도 각각 파란색과 빨간색을 중심으로 색감과 조명, 미술을 달리해 낯선 공간처럼 구현했다.
에피소드마다 달라지는 콘셉트도 눈길을 끈다. 새로운 일터와 인물이 등장할 때마다 사건의 양상과 볼거리가 달라지며, 마치 게임에서 새로운 스테이지를 통과하는 듯한 재미를 준다. 현실적인 생존 액션부터 상상력을 더한 시각효과(VFX)까지 다양한 표현을 활용해 각 에피소드의 개성을 살렸다.
앞서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준희 감독이 김다민 감독을 두고 "독특하다"고 표현했던 말이 작품을 보는 내내 떠오른다. 익숙한 공간을 비틀어 낯선 규칙을 부여하고, 에피소드마다 분위기를 바꾸는 연출은 작품에 통통 튀는 리듬을 더한다. 다소 엉뚱하게 느껴지는 상황과 토하는 장면조차 세부적인 묘사를 아끼지 않는 과감함은 호불호가 나뉠 수 있지만, 매회 새로운 아르바이트가 어떤 세계로 변할지 궁금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분명한 개성이 있다.

그 중심에는 이재욱이 있다. 혁준은 특별한 능력 없이 빚에 쫓겨 고액 아르바이트에 뛰어든 평범한 청년이다. 그가 마주하는 상황은 비현실적이지만 이를 받아들이고 반응하는 모습에는 생활감이 묻어난다. 이재욱은 특유의 표정과 반응을 활용해 혼란에 빠진 인물을 표현한다. 때로는 과장된 듯한 표정이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생활 연기를 앞세울 때면 그만의 장점이 살아난다.
이재욱의 데뷔작 tvN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기억하는 시청자라면 더욱 반가울 만하다. 당시 신인 배우였던 그는 크지 않은 분량임에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후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와 '어쩌다 발견한 하루'를 거쳐 주연으로 성장했고, '환혼'을 통해 배우로서 입지를 다졌다. 다양한 작품에서 여러 장르의 로맨스를 선보였지만, 최근작들의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공개된 '꿀알바'는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으로 눈도장을 찍었던 때의 강렬함을 다시 떠올리게 하며 이재욱의 다음 행보를 기대하게 만든다. 특히 비현실적인 사건에 휘말린 청년의 당황과 생존 본능을 자연스럽게 풀어내며 자신에게 어울리는 연기 톤을 보여준다. 이재욱이 왜 처음 연기로 강한 인상을 남겼는지를 새삼 확인하게 한다.
특별출연으로 등장하는 최현욱도 빼놓을 수 없다. 새로운 스타일링으로 등장한 그는 짧은 분량에도 강렬한 존재감을 남기며 이재욱과 좋은 연기 합을 보여준다. 특히 캐릭터의 정체를 알고 나면 처음에는 독특하게만 보였던 스타일링과 껌을 씹으며 하는 행동까지 새롭게 읽힌다. 한 회 출연하는 인물임에도 캐릭터 해석을 통해 디테일한 설정을 더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윤경호의 활약도 눈길을 끈다. 호러의 긴장감을 유지하면서도 예상치 못한 순간에 웃음을 끌어내는 배우들의 노련함이 작품의 균형을 잡는다.

아쉬움은 회차가 거듭될수록 남는 의문이다. 1회가 빠른 전개와 기괴한 상황으로 호기심을 끌어올렸다면, 이후에는 사건의 의미와 인물들의 선택을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순간이 생긴다. 새로운 아르바이트 현장과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일부 사건은 왜 그런 결과로 이어졌는지 충분히 설명되지 않은 채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는 듯한 인상을 준다.
다만 이는 전체 8부작 중 5회까지만 공개된 시점에서의 감상이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설정과 인물들의 관계가 후반부에서 설명될 가능성도 있다. 현재로서는 의문을 남기는 전개가 호기심을 자극하는 장치인지, 서사의 개연성을 약화하는 요소인지 판단하기는 이르다. 남은 회차가 앞선 사건들을 어떻게 연결하고 설명하느냐에 따라 작품에 대한 평가도 달라질 수 있다.
그럼에도 '꿀알바'는 익숙한 노동의 풍경을 통통 튀는 기묘한 생존 게임으로 바꾸는 발상과 감각적인 연출, 배우들의 개성 있는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회차마다 완전히 다른 콘셉트와 볼거리를 제시하는 구조는 분명한 장점이다.
독특한 연출 감각이 끝까지 이야기의 힘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남은 회차가 풀어야 할 과제지만, 적어도 이재욱의 필모그래피에 또 다른 강렬한 인상을 남길 작품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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