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강인만으론 안 된다...모레노호 ‘고립’의 덫 [이영규의 비욘더매치]


탈압박부터 전방 압박까지, 개인의 움직임을 팀의 움직임으로 연결해야
6일 우즈벡전, 한 단계 나아진 팀의 움직임을 보여줄까


대한민국과 우루과이의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이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가운데 로베르트 모레노 한국 축구 대표팀 임시 감독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서울월드컵경기장=박헌우 기자

[더팩트 | 이영규 전문기자] 로베르트 모레노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출범 후 세 경기를 치렀다. 에콰도르와 우루과이, 그리고 베네수엘라를 상대로 한 세차례 평가전을 통해 모레노호가 추구하는 축구의 윤곽도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새로운 감독의 전술을 세 경기만으로 완성도까지 평가하는 것은 무리다. 선수 구성과 훈련 시간이 제한된 대표팀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세 경기를 지켜보면서 반복적으로 눈에 들어온 장면들이 있다.

개인의 능력으로 첫 번째 압박을 벗겨내는 순간은 있지만, 그 다음 장면을 만들어주는 팀의 움직임은 아직 충분하지 않다. 모레노호가 지금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도 여기에 있다.

◆ 탈압박은 하는데, 그 다음이 없다

모레노호에는 상대의 첫 압박을 개인 능력으로 벗겨내며 전진할 수 있는 선수들이 있다. 하지만 탈압박 이후가 문제다. 공을 가진 선수가 압박을 벗겨내도 주변에서 다음 패스 길을 만들어주는 움직임이 충분하지 않다. 어렵게 첫 번째 압박을 벗겨낸 뒤에도 전진 패스의 선택지가 제한되면서 그 사이 상대의 2차 압박에 걸리거나 무리한 패스로 연결되는 장면이 반복된다.

축구에서 탈압박은 단순히 공을 가진 선수가 상대를 벗겨내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한 선수가 압박을 벗겨내면 그 순간 다른 선수가 움직여 새로운 패스 길을 만들어줘야 한다. 모레노호에서는 아직 이 두 번째 움직임이 충분히 보이지 않는다.

베네수엘라의 집중 견제를 당하고 있는 이강인./울산=뉴시스

◆ 느린 템포의 원인은 개인에게만 있지 않다

모레노호의 공격 전개는 상대가 수비 대형을 갖추기 전에 공격을 빠르게 마무리하는 장면을 좀처럼 보기 어렵다. 이 지점에서 이강인의 플레이를 볼 필요가 있다. 이강인이 공을 잡은 뒤 한두 차례 더 볼을 소유하면서 패스할 곳을 찾는 장면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를 이강인 개인의 판단 문제로만 볼 수는 없다. 대표팀에서는 이강인이 공을 받은 뒤 다음 패스를 연결할 수 있도록 주변 선수들이 움직여주는 장면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패스할 곳이 마땅하지 않으니 공을 한 번 더 소유하게 되고, 그 사이 상대 수비는 진형을 정비할 시간을 얻는다.

물론 공격 템포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이강인 역시 상황에 따라 한 박자 빠르게 공을 처리하는 선택이 필요하다. 하지만 선수 한 명에게만 속도를 요구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공을 가진 선수와 공을 받으려 움직이는 선수의 타이밍이 함께 빨라져야 한다.

한국축구의 '캡틴' 손흥민(가운데)이 2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베네수엘라와 친선경기에서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울산=뉴시스

◆ 손흥민과 이강인의 시너지, 두 선수만으로 풀 수 없는 문제

손흥민과 이강인의 조합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나타난다. 이강인이 중앙이나 오른쪽에서 공을 잡으면 상대 수비는 자연스럽게 손흥민의 침투를 먼저 경계한다. 그런데 이때 이강인에게 손흥민 외의 전진 패스 선택지가 충분히 만들어지지 않으면서 공격이 단순해지는 장면이 나온다.

손흥민에게 공을 연결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손흥민이 상대 수비의 집중 견제를 받는 순간에도 다른 선택지가 충분하지 않다는 데 있다.

이강인이 안쪽으로 들어오면 다른 선수가 측면으로 넓게 움직여주고, 손흥민이 침투하면 그 빈 공간을 다른 선수가 활용하는 식의 연쇄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 그래야 손흥민에게 수비가 몰렸을 때 이강인이 다른 선택을 할 수 있고, 반대로 손흥민에게도 더 많은 침투 공간이 생긴다.

결국 손흥민과 이강인의 시너지를 높이는 방법은 두 선수에게 더 많은 역할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두 선수 주변에 더 많은 움직임을 만드는 것이다.

지난 2일 베네수엘라와의 경기 전반 종료 직전 한국의 첫 슛을 하고 있는 왼쪽 풀백 조현택./울산=뉴시스

◆ 측면 공격의 선택지가 제한적이다

또 하나 반복해서 나타난 문제는 측면 공격의 단조로움이다. 황희찬과 김민수 등 왼쪽 측면 자원들이 안쪽으로 파고드는 성향을 보이고, 이강인 역시 오른쪽에서 출발해 중앙과 하프스페이스를 활용한다. 이들의 안쪽 움직임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문제는 이를 보완할 측면 공격의 선택지가 제한적이라는 데 있다.

기존 풀백 설영우와 이태석이 바깥쪽에서 높은 위치까지 올라가며 직선적으로 공격을 풀어가는 장면은 있다. 하지만 상대 수비를 제친 뒤 마지막에 시도하는 크로스의 정확도와 질이 충분히 뒷받침되지 못하면서 공격이 위협적인 장면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풀백이 상대 진영 깊숙이 올라갔을 때는 크로스뿐 아니라 컷백이나 낮은 패스 등 다양한 방식으로 공격을 마무리할 수 있어야 한다. 측면에서 상대 수비를 흔드는 과정뿐 아니라 그 끝을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지까지 다양해져야 공격의 단조로움도 줄일 수 있다.

측면 공격의 해법은 새로운 선수를 찾는 데만 있는 것도 아니다. 현재 대표팀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자원들의 역할과 조합을 달리하는 것만으로도 공격의 형태는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조현택처럼 측면에서 적극적으로 전진하는 풀백과 정승원처럼 측면과 중앙을 오갈 수 있는 자원을 상황에 맞게 조합하면 상대 수비를 공략하는 방식에도 변화를 줄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특정 선수의 장점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안쪽으로 들어오는 공격수와 바깥에서 전진하는 선수의 움직임을 어떻게 조합해 상대에게 두세 가지 선택을 동시에 강요하느냐에 있다.

[더팩트ㅣ서울월드컵경기장=박헌우 기자] 대한민국과 우루과이의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이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가운데 우루과이 대표팀이 득점을 성공시키고 있다. /서울월드컵경기장=박헌우 기자

◆ 더 큰 문제는 공을 잃은 뒤다

문제는 측면 공격의 단조로움에서 끝나지 않는다. 윙어가 안으로 좁혀들고 풀백이 높은 위치까지 올라가는 구조에서는 공을 잃었을 때 측면 뒷공간을 어떻게 보호하느냐가 중요하다.

모레노호는 전방에서 적극적으로 압박하고 높은 위치에서 공격하려 한다. 하지만 전방 선수들이 압박에 들어가는 타이밍과 뒤에서 라인을 끌어올리는 타이밍이 완전히 맞아떨어지지 않는 장면이 자주 나타난다. 한 선수가 먼저 뛰어나가는데 주변 선수들이 함께 압박하지 못하면 상대는 첫 번째 압박만 벗겨내도 된다. 그러면 전방에는 이미 여러 선수가 올라가 있는 반면 중원에는 넓은 공간이 남는다.

특히 풀백까지 높은 위치에 올라간 상황에서는 측면 뒷공간에 대한 커버가 중요하다. 그러나 측면을 메우는 과정에서 중앙의 숫자와 간격까지 흔들리는 장면이 나타난다. 한쪽 공간을 막으려다 다른 공간을 내주는 셈이다. 그렇다고 풀백의 전진 자체를 제한한다기보다, 공을 잃었을 때 측면과 중앙을 어떻게 나눠 커버할 것인지에 대한 역할 분담을 보다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결국 모레노호의 전방 압박에서 중요한 것은 압박의 강도만이 아니다. 한 선수가 압박을 시작했을 때 주변 선수들이 얼마나 빠르게 함께 움직이고, 압박이 풀렸을 때 얼마나 빠르게 대형을 회복하느냐가 중요하다.

로베르트 모레노 임시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이 2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베네수엘라와 친선 경기에서 0-0으로 비긴 뒤 착잡한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울산=뉴시스

◆ 결국 연결이 과제다

모레노 감독이 대표팀을 이끈 지 이제 세 경기다. 지금의 불완전한 모습을 완성된 전술의 결과처럼 평가하는 것은 성급하다.

오히려 세 경기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모레노호는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압박하고, 공을 앞으로 보내려 하며, 선수들의 개인적인 능력을 활용하려 한다. 하지만 개인의 움직임이 팀의 움직임으로 연결되는 과정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탈압박 이후의 움직임, 전방 압박과 중원의 간격, 풀백 전진 뒤의 커버 등 서로 다른 문제처럼 보이지만 결국 하나로 연결된다. 공을 가진 선수와 공을 갖지 않은 선수의 움직임이 아직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 모레노호의 다음 단계는 '더 빠르게'가 아니라 '함께 빠르게'다

그래서 앞으로 모레노호가 보여줘야 할 변화는 단순히 패스 속도를 높이는 것이 아니다. 한 선수가 압박을 벗겨냈을 때 다른 선수가 움직여 다음 패스 길을 만들어야 하고, 한 선수가 전방 압박에 들어갈 때 주변 선수들도 함께 간격을 좁혀야 한다. 공격과 수비 전환에서도 한 선수의 움직임이 다른 선수의 움직임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져야 한다.

그 연결이 만들어져야 모레노 감독이 추구하는 적극적인 압박과 빠른 전환도 비로소 힘을 얻을 수 있다.

세 경기는 완성된 답을 보여준 시간이 아니라, 모레노호가 어디까지 왔고 무엇을 더 채워야 하는지를 확인한 시간에 가깝다. 이제 중요한 것은 새로운 전술을 더 많이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이미 보여준 방향을 선수들의 움직임 속에 반복 가능한 형태로 만들어내는 일이다.

오는 6일 우즈베키스탄과의 네 번째 평가전에서는 앞선 세 경기에서 드러난 문제들이 얼마나 보완됐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모레노호의 다음 과제는 새로운 해법을 찾는 것이 아니라, 지금 보여준 색깔을 팀의 움직임으로 완성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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