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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 박호윤 전문기자] ‘지키는 골프’보다 ‘공격하는 골프’가 대접받는 특별한 대회가 돌아왔다. 그런데 올해는 무대마저 완전히 바뀌었다. 8일 경남 양산 에이원CC에서 시작되는 KLPGA투어 ‘HJ중공업 동부건설 챔피언십’(총상금 10억원)이다.
#KLPGA투어 유일의 변형 스테이블포드 방식
이 대회는 변형 스테이블포드 방식으로 우승자를 가린다. 일반적인 스트로크플레이와는 계산법부터 다르다. 파는 0점이다. 버디에는 2점, 이글 5점, 알바트로스에는 무려 8점이 주어진다. 반면 보기는 -1점, 더블보기 이하는 -3점이다. 결국 파만 지켜서는 점수가 늘지 않는다. 버디 하나를 잡으면 보기 두 개를 범해도 본전이다. 이글 하나면 버디 두 개보다도 값지다. 따라서 실수를 최소화하는 것 못지않게 얼마나 많은 버디와 이글을 만들어 내느냐가 승부를 좌우한다.
그래서 자연스레 장타자에게 눈길이 간다. 긴 티샷은 짧은 클럽으로 그린을 공략할 기회를 늘리고, 특히 파5에서는 2온과 이글 가능성을 높인다. 그렇다고 이 대회를 단순히 ‘장타자들의 잔치’로 규정할 수는 없다.
2021년 첫 대회 이정민을 시작으로 이가영, 방신실, 김민별, 김민솔이 차례로 우승했는데 이들 모두가 최상위 장타자는 아니었다. 다만 2023년 당시 KLPGA를 대표하는 장타자 방신실이 정상에 올랐고, 지난해에는 또 다른 장타자 김민솔이 이 대회가 원하는 공격 골프의 진수를 보여준 바 있다. 김민솔은 지난해 익산CC에서 나흘 동안 무려 27개의 버디를 잡으며 51점을 획득해 역전 우승했다. 마지막 날에는 보기 없이 버디만 8개를 쓸어 담아 하루에만 16점을 추가했다. 51점은 2021년 이정민과 같은 대회 최다 포인트 타이기록이다.

#'림솔대전'...이번엔 '닥공골프' 대결
지금의 김민솔은 1년전의 그가 아니다. 지난주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에서 유해란에 이어 김민주와 공동 2위를 차지했지만 의미 있는 기록 하나를 손에 넣었다. 준우승 상금을 보태 시즌 상금 15억2997만9428원을 기록, 2021년 박민지가 작성했던 KLPGA투어 단일 시즌 최다 상금 기록을 넘어섰고 상금랭킹에서도 서교림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또 이번 대회는 김민솔에게 아주 특별하다. 생애 첫 타이틀 방어전이면서 시즌 4승 도전이다. 더욱이 경기 방식까지 김민솔에게 잘 어울린다. 김민솔은 올해 이글을 무려 10개 잡아 이 부문 단독 1위다. 2위 박혜준 보다 4개가 많고 공동 3위인 서교림, 성유진 보다는 곱절이나 많다. 이글 하나에 5점을 주는 이번 대회에서 쉽게 지나칠 수 없는 숫자다.
또 다른 관련 지수인 버디 부문에서는 1위 문정민(라운드 평균 3.65개) 부터 서교림(3.64개), 이다연(3.59개) 김민솔(3.56개)까지 상위 4명이 팽팽하다.
‘림솔대전’의 또 다른 주인공 서교림도 역시 만만치 않다. 서교림은 올 시즌 4승으로 다승 1위를 달리고 있고 대상포인트와 평균타수에서도 선두다. 김민솔이 상금과 이글에서 앞선다면 서교림은 시즌 전체의 꾸준함과 버디 생산력이 돋보인다. 이번 주에도 두 2006년생의 경쟁을 피해 가기 어려운 이유다.
그런데 이번에는 새로운 변수가 하나 더 생겼다. 바로 코스다. 지난해까지 이 대회는 전북 익산CC에서 열렸다. 올해 처음 경남 양산 에이원CC로 자리를 옮겼다.
#KPGA선수권 11년 개최 에이원CC, KLPGA투어에 첫 문호 개방
부산 경남권 최고의 명문코스인 에이원CC는 2016년부터 올해까지 11년 연속 KPGA 선수권대회를 개최한 한국 남자골프의 대표적인 토너먼트 코스다. 오랜 기간 남자 선수들의 샷 만을 시험해온 코스가 처음으로 여자 선수들에게 문호를 개방한 셈이다.
올해 대회는 남·서코스 파72, 6504야드로 세팅됐다. 그런데 더욱 흥미로운 것은 주최 측이 변형 스테이블포드의 특성을 코스 세팅에까지 적극적으로 반영했다는 점이다. 선수들이 보다 많은 버디와 이글을 노릴 수 있도록 페어웨이를 넓게 만들고 러프를 비교적 짧게 조성했다. 말 그대로 선수들에게 마음껏 공격해보라는 판을 깔아준 것이다.

특히 파5에서는 장타자의 이점이 극대화될 수 있다. 김민솔 처럼 이글 생산력이 뛰어난 선수에게는 절호의 기회다. 티샷을 멀리 보내고 세컨드샷으로 그린을 직접 노릴 수 있다면 한 홀에서 단번에 5점을 벌 수 있다.
실제로 김민솔은 드라이브 거리에서도 평균 258.63야드로 2위다. 서교림도 253.46야드로 4위다. 더 흥미로운 선수는 문정민이다. 평균버디 1위이면서 드라이브 거리도 255.83야드로 3위다. 공격 골프라는 이번 대회의 조건에 잘 맞는 선수들이 공교롭게도 모두 장타 상위권에 포진해 있다. 문정민은 공동 주최사인 동부건설 소속이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올 시즌 아직 우승이 없는 만큼 후원사 대회에서 시즌 첫 승이자 개인 통산 2승에 도전한다. ‘림솔대전’ 사이를 파고들 만한 강력한 변수다.
#15장의 BMW챔피언십 출전권 결정하는 마지막 대회
그리고 선수들에게는 우승 못지않게 또 하나의 중요한 목표가 걸려 있다.
2주 뒤인 22일부터 전남 해남 파인비치 골프링크스에서는 LPGA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이 열린다. 올해부터 KLPGA 선수들의 출전 기회가 확대돼 이번 대회 종료 시점 상금랭킹 상위 15명이 출전권을 받는다. 때문에 이번 대회는 BMW행 티켓을 결정하는 마지막 관문이기도 하다.
현재 상금랭킹 14위 유서연2 부터 17위까지 랭크돼 있는 박혜준, 김시현, 고지원 등에게는 단 한 번의 버디, 더 나아가 5점짜리 이글 하나가 순위를 몇 계단씩 바꾸고 BMW 출전 여부까지 갈라놓을 수 있다.
김민솔에게는 타이틀 방어와 시즌 4승, 서교림에게는 다승 선두 굳히기와 상금 1위 탈환, 문정민에게는 후원사 대회 우승 도전이 걸려 있다. 그리고 상금랭킹 15위 안팎의 선수들에게는 LPGA 무대로 향하는 티켓이 걸려 있는 것이다.
이번 주 에이원CC에서는 누가 가장 적게 실수하느냐 보다 누가 더 과감하게, 그러면서도 더 효율적으로 공격하느냐가 승부를 가를 가능성이 크다.
11년 동안 남자들의 무대였던 에이원CC가 처음으로 KLPGA 선수들에게 문을 열었다.
그 첫 주인공은 ‘버디의 여왕’일까, ‘이글의 여왕’일까. 아니면 그 둘을 넘어서는 새로운 공격수가 등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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