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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 이영규 전문기자] 태극마크가 부르면 다친 몸을 이끌고서라도 달려왔다. 손흥민이 대표팀을 위해 쏟아부은 시간에는 수많은 눈물과 영광이 교차했다.
손흥민의 대표팀 잔혹사와 영광의 순간에는 늘 누구보다 많은 눈물이 흘렀다.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의 분통함,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의 아쉬움의 눈물, 그리고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써 내려간 극적인 16강 쾌거의 환희까지.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에서 보여준 50여 미터 폭풍 질주 쐐기골, 카타르 월드컵 안와골절 부상에도 마스크를 쓰고 달려 포르투갈전 결승골을 도운 헌신과 집념은 한국 축구사에 오래도록 기억될 장면이다.
하지만 주장의 자리는 외롭고 고독했다. 시대가 바뀌고 선수들의 가치관도 다양해지는 가운데, 그는 대표팀을 하나로 묶기 위해 애써왔다. 협회 일각의 피곤해하는 시선이나 전임 감독 시절의 미묘한 견제 속에서도, 그는 오직 팬들과 태극마크의 존엄함만을 바라보며 묵묵히 자리를 지켰다.
선배 박지성과 기성용이 보여준 주장의 품격을 이어가려 애썼고, 사우디리그에서 거듭된 영입시도에도 "대한민국 주장은 중국 리그에 가지 않는다"는 기성용의 말을 인용하며 돈이 아닌 자부심으로 태극마크의 가치를 지켰다.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푸스카스상 수상, 동양인 최초의 캡틴이자 토트넘의 상징적인 선수로 남긴 발자취는 손흥민의 경쟁력을 보여준다. 차범근과 박지성의 뒤를 잇는 한국 축구의 상징인 손흥민이 지금 왜 대표팀 내부의 갈등설과 맞물려 책임론의 중심에 서야 하는가. 갈등의 실체와 사실관계가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 선수의 리더십부터 문제 삼는 것이 과연 온당한가.
최근 대표팀 내부의 갈등설과 일부 선수의 언행을 둘러싼 논란, 은퇴설 파동까지 이어지면서 묻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지금 대표팀에 필요한 리더십은 무엇인가. 공개적으로 드러난 모습만 놓고 보더라도 손흥민만큼 팬에 대한 책임감과 태극마크를 향한 헌신을 꾸준히 보여준 선수가 있었는가. 리더가 바뀐다고 해서 대표팀의 갈등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경기력이 도약할 것이라 보는가.
혹여 손흥민의 언행이 라커룸 안과 밖에서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손흥민의 리더십을 둘러싼 논란 역시 막연한 추측이 아니라 구체적인 사실과 명확한 기준에 따라 평가해야 한다. 주장의 권위에 무조건 복종하는 것도, 반대로 특정 선수의 리더십을 근거 없이 부정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현재 손흥민의 리더십을 문제 삼는 일부의 주장들은 무엇이 구체적으로 잘못됐는지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손흥민에게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사실이라면 무엇이 문제인지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중요한 것은 누구에게 책임을 돌리느냐가 아니라, 대표팀이 하나의 팀으로 기능하고 있는지, 문제가 있다면 무엇을 바로잡아야 하는지다.

일각에서는 에이징 커브를 논하며 대표팀 경기력 저하의 원인을 손흥민에게 돌리려 한다. 그러나 지금 당장 손흥민보다 확실한 결정력을 보여주는 공격수가 대한민국에 있는가? 아르헨티나가 39세의 메시를 중심으로 동료들의 역량을 결집해 2026 북중미 월드컵 결승까지 올랐듯, 핵심 선수의 신체적 부담이 커질수록 동료들이 그 공백을 메우고 강점을 극대화하는 것이 진정한 팀 스포츠의 동료애다. 리더 개인의 활동량만 탓할 게 아니라, 팀이 그를 어떻게 뒷받침하고 함께 경쟁력을 유지할 것인지도 고민해야 한다.
"경기력이 떨어지면 자연스럽게 자리를 내주게 될 것"이라는 게 손흥민의 솔직한 고백이다. 여전히 대표팀 내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이 있다면 그에게 기대고 함께 달리는 것이 맞다.
대한민국 축구 팬들은 박지성과 손흥민이라는 두 선수에게서 태극마크의 무게를 배웠다. 지구 반대편에서 장거리 이동을 반복하면서도, 부상을 안고서도 대표팀에 합류해 온 이들의 헌신은 한국 축구가 어려운 순간을 견디는 힘이 됐다. 그들이 보여준 책임감과 자부심은 한국 축구가 소중히 지켜야 할 자산이다.

대표팀에서 손흥민의 존재감을 인위적으로 줄이거나 지우려는 안팎의 시도가 있다면 경계해야 한다. 그렇다고 손흥민을 비판의 대상에서 제외하자는 뜻은 아니다. 경기력과 리더십은 냉정하게 평가할 수 있다. 다만 확인되지 않은 내부 갈등설을 근거로 대표팀의 문제를 한 선수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정당한 비판이 아니다. 갈등이 실재한다면 사실관계를 밝히고, 잘못이 있다면 그에 맞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
태극마크의 무게를 오랫동안 감당해 온 선수에게도 비판은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비판에는 근거가 있어야 한다. 지금 손흥민에게 제기되는 의혹 가운데 확인된 사실은 무엇인가. 대표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밝혀야 할 진실은 무엇인가. 그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책임부터 묻는다면, 대표팀의 갈등은 해결되지 않은 채 또 다른 논란만 낳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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