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바뀌자 손흥민 날았다...‘1골 2도움’ 전술의 마법 [박순규의 창]


전반 부앙가 원톱 막히자 후반 손흥민 최전방·부앙가 왼쪽으로 전환
손흥민 1골 2도움·부앙가 멀티골…LAFC, 오스틴에 3-1 승리


LAFC의 '흥부 듀오' 손흥민(오른쪽)과 부앙가가 15일 오스틴FC와 2026 MLS 홈경기에서 골을 합작한 뒤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LAFC

[더팩트 | 박순규 기자] 같은 선수들이 뛰었지만 공격의 내용은 달랐다. 전반 내내 열리지 않던 골문이 후반 세 차례 열렸다. 손흥민이 최전방으로 올라가고 드니 부앙가가 왼쪽으로 이동하자 막혔던 길이 뚫렸다. 감독 교체 이후 반등을 기다리던 로스앤젤레스FC(LAFC)가 마침내 변화의 실마리를 찾았다.

손흥민은 15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BMO 스타디움에서 열린 오스틴FC와의 2026 미국프로축구 메이저리그사커(MLS) 홈 경기에서 1골 2도움으로 3-1 승리를 이끌었다. 부앙가의 두 골을 모두 도운 뒤 직접 쐐기골까지 터뜨렸다. ‘흥부 듀오’가 세 골을 합작하자 LAFC도 4경기 무승(2무 2패)에서 벗어났다.

이날 주목할 것은 손흥민의 공격포인트뿐만이 아니다. 그 숫자를 만들어낸 변화다. 전반의 한계를 확인한 벤치가 후반에 공격의 틀을 바꿨고, 달라진 자리에서 두 공격수의 장점이 함께 살아났다.

◆ 도스 산토스 체제의 답답함…이름값을 위력으로 바꾸지 못했다

마크 도스 산토스 감독 체제에서 LAFC를 지켜보는 팬들의 답답함은 컸다. 손흥민과 부앙가라는 강력한 공격 자원을 보유하고도 기대했던 위력을 꾸준히 보여주지 못했다. 공격수들의 이름값과 팀 공격의 완성도 사이에는 간격이 있었다.

구단이 감독 교체를 선택한 배경에도 좀처럼 풀리지 않는 부진이 있었다. 감독 교체 전후를 걸친 최근 11경기에서 단 1승에 그쳤다는 성적은 LAFC가 얼마나 깊은 침체에 빠져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1골 2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3골에 모두 기여한 손흥민의 골 세리머니./LAFC

공격이 막히면 해결사에게 시선이 쏠린다. 손흥민의 득점이 끊기면 그의 결정력이, 부앙가가 기회를 놓치면 마무리가 도마 위에 오른다. 그러나 좋은 공격수를 보유한 것과 좋은 공격을 만드는 것은 다른 일이다. 두 선수의 움직임이 서로의 공간을 넓혀주는지, 공을 가진 선수에게 다음 선택지가 열리는지도 살펴야 한다.

도스 산토스 체제에서 충분히 풀리지 않았던 과제는 결국 두 공격수의 능력을 어떻게 하나의 위력으로 묶느냐였다. 이날 후반의 변화는 그 답을 찾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 전반 13개 슈팅에도 무득점…후반에는 자리를 바꿨다

사비 타마리트 임시 감독의 출발도 순탄하지 않았다. 사령탑 데뷔전이었던 직전 밴쿠버전에서는 상대의 이른 퇴장으로 수적 우위를 얻고도 1-1로 비겼다. 감독이 바뀌었다는 사실만으로 경기력이 달라지지는 않았다.

오스틴전 전반에도 답답함이 이어졌다. 4-2-3-1전형을 바탕으로 부앙가를 원톱, 손흥민을 그 아래 공격형 미드필더로 배치한 LAFC는 부앙가의 포스트플레이를 활용해 골문을 공략하려 했다. 그러나 슈팅 13개를 시도하고도 득점하지 못했다. 유효슈팅은 세 개에 그쳤다.

후반에는 손흥민을 원톱으로 올리고 부앙가를 왼쪽 윙포워드로 돌렸다. 최전방에서 움직이며 공격을 연결하고 마무리하는 손흥민, 측면에서 골문을 향해 파고드는 부앙가의 조합이었다.

이는 포메이션 그림의 변화에 그치지 않았다. 누가 공을 받으러 움직이고, 누가 그 움직임으로 생긴 공간에 들어갈 것인가에 관한 조정이었다. 전반에 막힌 방식을 고집하지 않고 선수들의 관계를 바꾼 선택이 후반 세 골의 실마리가 됐다.

◆ 손흥민이 열고 부앙가가 끝냈다…함께 살아난 ‘흥부 듀오’

후반 7분 첫 결실이 나왔다. 손흥민이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마크 델가도의 패스를 받아 반대편으로 연결했고, 부앙가가 오른발로 마무리했다.

원톱으로 올라간 손흥민은 골문 앞에만 머물지 않았다. 오른쪽으로 움직여 공을 받고 동료에게 기회를 열었다. 부앙가는 그 움직임에 맞춰 득점할 위치를 찾아갔다. 두 선수의 자리가 바뀌자 서로를 활용하는 길도 열렸다.

후반 21분 동점골을 허용했지만 응답은 빨랐다. 1분 뒤 상대 골키퍼가 걷어내려던 공이 손흥민의 몸에 맞고 흘렀고, 부앙가가 이를 놓치지 않았다.

15일 오스틴과 홈경기에 나선 LAFC의 스타팅11./LAFC

정교하게 설계한 패스는 아니었다. 다만 상대 골문 가까이에서 압박에 가담한 손흥민과 흘러나온 공을 득점으로 바꾼 부앙가의 집중력이 다시 리드를 만들었다. MLS는 이 장면에서도 손흥민의 도움을 인정했다.

두 골을 도운 손흥민은 후반 27분 직접 해결사로 나섰다. 역습에서 제이컵 샤펠버그의 낮은 크로스를 오른발로 마무리했다. 동료를 살린 선수가 승부를 끝내는 골까지 책임졌다.

손흥민은 리그 7골 15도움으로 도움 부문 단독 선두에 올랐고, 부앙가는 두 골을 보태 리그 17골을 기록했다. 한 선수의 희생으로 다른 선수만 빛난 경기가 아니었다. 두 선수의 위력이 함께 커졌다는 점에서 ‘흥부 듀오’의 시너지는 더욱 반가웠다.

◆ '명장'은 선수를 바꾸기 전에 길을 찾는다

하위권 오스틴을 상대로 거둔 한 차례 승리로 전임 감독의 모든 선택을 부정하거나 새 체제의 성공을 단정할 수는 없다. 상대 압박에 패스 실수가 나오며 동점골을 내준 문제도 남아 있다.

그럼에도 이날 후반은 도스 산토스 체제에서 쌓였던 답답함과 대비됐다. 공격수 개인에게 돌파구를 맡기는 데서 나아가 두 선수의 위치와 움직임을 조정했고, 그 변화가 득점으로 이어졌다. 타마리트 임시 감독은 부임 두 경기 만에 첫 승리를 얻으며 반등의 발판을 놓았다.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는 ‘귤화위지(橘化爲枳)’는 환경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선수의 기량도 어떤 자리와 관계 속에 놓이느냐에 따라 다르게 드러난다. 부진한 선수에게 의지를 묻기 전에 그가 능력을 펼칠 길이 열려 있는지 살펴야 하는 이유다.

감독이 바뀌자 손흥민이 날았다. 그 변화를 구체적인 장면으로 보여준 것은 후반의 자리 바꾸기였다. 손흥민을 앞으로, 부앙가를 왼쪽으로 옮기자 두 선수의 발끝이 함께 살아났다.

전술의 마법은 없던 능력을 만드는 데 있지 않다. 이미 가진 능력이 가장 빛날 자리를 찾아주는 데 있다. LAFC가 다시 기대를 품게 된 이유도 거기에 있다.

skp200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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