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실낙원' 김현주, 또 한 번의 도전 의식으로

주인공 류소영 役 맡아 연상호 감독과 네 번째 호흡 맞춰 "연출자로서 나를 신뢰한다는 느낌 받아…감사한 부분"배우 김현주가 영화 '실낙원' 개봉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CJ ENM[더팩트|박지윤 기자] 배우로서 채워 넣고 비워내는 작업을 반복해 온 김현주에게 연상호 감독과의 호흡은 익숙함 속에서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는 여정과도 같다. 늘 도전 의식을 심어주는, 신뢰하는 파트너의 손을 잡고 낯선 세계에 뛰어든 그는 '실낙원'을 통해 지금껏 보여주지 않은 또 다른 얼굴을 꺼내 보였다.영화 '실낙원'(감독 연상호)으로 관객들과 만나고 있는 김현주는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있는 카페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날 그는 "제가 한 작품을 많은 분께 선보이는 일은 설레면서도 긴장되는 순간이다. 오랜만의 영화라 더 긴장감이 높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으면서 작품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지난 21일 개봉한 '실낙원'은 9년 전 캠핑스쿨 버스 실종 사건으로 아들을 잃은 엄마 류소영(김현주 분)에게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아들 류선우(배현성 분)가 기적처럼 살아 돌아오면서 시작되는 심리 스릴러로, 제51회 토론토국제영화제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부문과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공식 초청작이다.먼저 김현주는 2011년 개봉한 '시선 너머' 이후 15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것에 관해 "제가 한 연기를 보는 걸 그렇게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서 모니터링을 잘 안 하는데 저의 연기를 큰 스크린으로 보니까 역시 쉽지 않더라. 어려웠다"고 남다른 소회를 밝혔다.김현주는 캠핑스쿨 버스 실종 사건으로 아들을 잃은 류소영 역을 맡아 극을 이끈다. /CJ ENM캠핑스쿨 버스 실종 사건으로 아들을 잃은 류소영은 가상의 자녀를 다시 만날 수 있는 AI(인공지능) 서비스를 통해 어린 시절의 아들과 소통하며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죽은 줄 알았던 아들이 9년 만에 돌아오고, 그는 훌쩍 자란 선우와 AI로 구현된 어린 시절의 선우 사이에서 기묘한 동거를 시작한다.하지만 막연한 기쁨보다 불안함과 불편함이 앞서고, 자신이 알지 못한 시간을 보낸 아들의 무거운 비밀을 마주한 류소영은 두 아들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딜레마에 빠진다. 이를 연기한 김현주는 작품 안에 인물의 서사나 9년의 시간이 구체적으로 담기지 않은 만큼, 생략된 부분을 채우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했다고."사회가 정해준 이상적인 형태가 아닌, 결손된 가정이라서 아들에게 더 집착했다고 봤어요. AI에 비정상적인 중독성을 갖고 있으니까 진짜 아들이 나타났는데도 AI 아들을 포기하지 못하는 거죠. 현실적으로는 만질 수 있는 아들을 챙겨야 되는데 거기에서 혼란을 느끼는 것 자체가 쉽게 이해되지 않는 만큼, 그 감정에 설득력을 갖게 하려면 AI 아들에게 더 집착해 있는 류소영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면서도 AI 아들과 함께 있을 때 가짜의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해서 아침에 공허하고 힘없는 눈빛을 보여주려고 했죠."연상호 감독은 자신의 어머니가 쓴 세 편의 작품 중 하나를 사서 이야기를 확장시켜 '실낙원'을 완성했다. 악한 아들을 너무나 사랑하는 어머니의 기묘한 심리를 탐구하고 싶어서 말이다. 그렇다면 주인공을 연기한 김현주는 경험해 보지 않은 모성애라는 감정, 더 나아가 사랑하는 자식을 잃은 엄마의 마음에 어떻게 다가가려고 했을까.이 같은 질문을 들은 김현주는 되려 기자들에게 다시 물어봤다. "9년 만에 만났는데 내 아들이라는 확신이 바로 설 수 있었을까요?"라고 말이다. 그러면서 그는 "연기가 경험해야 나오는 건 아니지만 모성은 제가 흉내 낼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제가 엄마가 아니라서 선택할 수 있었다"고 답해 작품을 선택한 계기를 더욱 궁금하게 만들었다."연 감독님이 말한 연속성이라는 단어를 듣고 함께 지낸 시간이 쌓이면서 '내 자식이구나'라는 마음이 생기는 게 아닐까 싶더라고요. 9년의 시간이 비어 있는 상태에서 갑자기 모성애가 발동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어요. 대상에 대한 그리움인지, 그 사람과 함께했던 시간이나 그때의 나에 대한 상실과 그리움 때문에 상실감을 느끼는 건지를 고민하면서 모성애보다 상실이라는 감정 자체에 대해 깊이 생각해 봤어요."김현주는 꾸준히 호흡을 맞춘 연상호 감독에 관해 "제 스스로 의구심을 가졌던 부분들에 도전 의식을 심어주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해주시니까 너무 감사하다"고 전했다. /CJ ENM'실낙원'은 약 2억 원의 제작비로 108만 명을 사로잡았던 '얼굴'을 잇는 연상호 감독의 두 번째 저예산 프로젝트로, 순제작비 약 5억 원이 투입됐고 14회차 만에 촬영이 완료됐다. 그리고 이러한 컴팩트한 작업 과정은 김현주의 순간적인 집중력을 더욱 밀도 있게 끌어올릴 수 있는 환경이 됐다."류소영의 감정이 입체적이라고 말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날 것 같은 느낌이 나더라고요. 처음부터 이런 걸 생각한 건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그런 모습이 보여서 이 영화와 잘 맞지 않았나 싶어요. 이건 (작업)시간이 짧았기에 나올 수 있었던 감정이나 형태였던 것 같아요. 저뿐만 아니라 스태프들도 각자의 몫을 충분히 해야 했고 계획한 대로 착착 진행해야만 진행될 수 있었는데 그런 현장에서 일어나는 시너지도 컸던 것 같아요."김현주는 '실낙원'을 통해 오랜만에 영화 현장에 발을 디뎠지만,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 '정이' '선산'에 이어 네 번째 호흡을 맞추는 연상호 감독과의 작업이었기에 그 어느 때보다 편안하게 자신에게 주어진 것에 몰입할 수 있었다. 이를 회상한 그는 본인도 몰랐던 자신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고 얼굴을 꺼내주는 연 감독을 향한 두터운 신뢰를 내비쳤다."제 스스로 의구심을 가졌던 부분들에 도전 의식을 심어주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해주시니까 너무 감사하죠. 다양한 캐릭터를 맡기는 걸 보면서 연출자로서 저를 신뢰한다는 느낌을 받아요. 또 연 감독님은 많은 걸 강요하거나 디렉션을 많이 주지도 않아요. 거기서 또 신뢰를 느끼죠. 그냥 제가 표현하는 대로 따라와 주세요. 물론 큰 틀과 의도가 있겠지만 그 틀이 굉장히 넓어서 그 안에서 제가 자유롭게 움직이고 놀 수 있는 것 같아요."김현주는 "지금껏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저를 잘 지키면서 해나가고 싶다"고 바람을 내비쳤다. /CJ ENM1997년 MBC '내가 사는 이유'로 데뷔한 김현주는 드라마 '상도' '유리구두' '토지' '파트너' '반짝반짝 빛나는' '가족끼리 왜 이래' '애인있어요' '왓챠' '언더커버' '트롤리' 등을 통해 다양한 장르의 작품과 다채로운 캐릭터를 소화하며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입증했다. 그리고 그는 이에 안주하지 않고 해보지 않은 것에 끊임없이 도전하며 지금껏 보여준 적 없는 새로운 얼굴을 계속 꺼내보이고 있다."배우들은 해보지 않은 것들을 하나씩 도전해보고, 부족한 게 있으면 다음번에 채워 나가면서 발전하고 성장해야된다고 생각해요. 저도 이제까지 그래왔기 때문에 지금까지 일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하고요."15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인 '실낙원'과 함께 현재 방송 중인 tvN 토일드라마 '100일의 거짓말'의 유소란으로서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종횡무진하며 열일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김현주다. 영화보다 먼저 공개된 드라마를 향한 좋은 반응을 인지하고 있는 그는 이와 관련된 기쁨을 마음껏 드러내면서도 배우이기 이전에 한 사람으로서 자신을 잘 지키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제가 하는 작품들을 잘 봐주시고 칭찬해 주시면 너무 감사하지만 그렇다고 저의 인생이 달라지는 건 없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작품을 소중하게 여기고 진정성 있게 표현하고 비워내고 또 채워 넣는 작업이 계속될 것 같아요. 대본이 몇 권 더 들어온다고 해도 다 해낼 능력도 안 되고요. 어떤 게 와도 여기에서 더 흔들리거나 새롭게 달라질 일은 없을 것 같아요. 그저 저를 잘 지키면서 해나가고 싶어요."jiyoon-1031@tf.co.kr[연예부 |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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