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홍의 클로즈업] '암살자(들)' 논란 본질...역사를 팔았나 영화를 팔았나?

'영화적 상상력'에 가려진 상업영화 '셈법'...실화와 허구의 경계 '역사적 의문' 미스터리 상품 '스타 카메오 총동원'은 몰입 방해'암살자(들)'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1974년 8월 15일 육영수 여사 저격 사건을 소재로 한 이 영화는 개봉 직후 '역사왜곡' 논란과 '영화적 상상력'이라는 반론이 맞서며 정치·사회적 논쟁으로까지 번졌다. /영화 '암살자(들) 스틸컷[더팩트ㅣ강일홍 기자]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습니다. 1974년 8월 15일 육영수 여사 저격 사건을 소재로 한 이 영화는 개봉 직후 '역사왜곡' 논란과 '영화적 상상력'이라는 반론이 맞서며 정치·사회적 논쟁으로까지 번졌습니다. 한쪽에서는 실제 역사적 사건을 근거로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확대했다고 비판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역사적 사실을 출발점으로 삼은 극영화일 뿐이라며 창작의 자유를 강조합니다. 과연 '암살자(들)'의 진짜 본질은 역사왜곡 여부에만 있는 것일까요.영화는 '74년 사건'을 그대로 재현하지 않습니다. 당시 사건을 둘러싼 의문을 바탕으로 가상의 인물들을 등장시켜 미스터리 추적극으로 재구성합니다. 실제 사건의 결론을 다시 확인하는 대신 '정말 다른 암살자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관객을 추적의 과정으로 끌어들입니다. 허진호 감독 역시 사건에 대한 최종적인 결론을 내리기보다 당시 자료에 남은 의문과 한계에서 출발해 진실을 좇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합니다.영화는 역사적 무게를 가진 사건을 미스터리라는 장르로 바꾸고, 여기에 유해진·박해일·이민호라는 주연급 배우들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그리고 정우성, 박정민, 심은경, 박해준, 오정세, 신현빈, 배성우, 엄태웅, 오달수 등 익숙한 얼굴들이 짧은 분량의 특별출연으로 잇따라 등장합니다. 왜 이렇게까지 많은 스타배우가 필요했을까요. 감독은 "무게감을 줄 배우들이 필요했고, '배우 보는 맛'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스타 카메오 많다고 좋은 것 아니다" 오히려 몰입 방해 요소감독의 의도와 달리 관객의 입장에서는 다른 효과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유명 배우가 카메오로 등장하면 관객은 캐릭터보다 배우를 먼저 알아봅니다. '저 배우가 왜 여기 나왔지?'라는 호기심과 함께 해당 인물의 존재감이 커지고, 영화에 대한 화제성도 높아집니다. 말하자면 스타 캐스팅 자체가 하나의 영화적 장치이면서 동시에 홍보 효과를 내는 셈입니다. 특히 '암살자(들)'처럼 사건의 실마리를 따라가는 미스터리 장르에서는 더 뚜렷이 부각됩니다.물론 긍정적 측면으로만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카메오는 많다고 무조건 다 좋은 것이 아닙니다. 필요한 순간, 필요한 인물이 적재적소에 기용됐을 때 가장 큰 효과를 냅니다. 실제로 '암살자(들)'에 대한 관객 반응은 엇갈립니다. 익숙한 배우들이 등장하는 것이 반갑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스타급 배우들이 잇따라 짧게 등장하면서 오히려 이야기의 흐름이 끊기고 해당 배우에게 시선이 쏠린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몰입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이죠.◆ 역사와 영화, 사실과 상상력 동원...궁극적 목표는 '상업적 흥행' 또 하나, 애초 '상업적 흥행을 노렸느냐'는 질문의 답은 굳이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영화는 궁극적으로 관객을 극장에 불러야 하는 상품입니다. 특히 추석 연휴라는 대목을 겨냥해 개봉한 대형 상업영화라면 화려한 배우와 장르적 재미를 앞세우는 것은 극히 자연스러운 전략입니다. 실제로 '암살자(들)'은 개봉을 앞두고 '화려한 캐스팅'을 주요 홍보 포인트로 내세웠고, 개봉 나흘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대중적 관심을 입증한 바 있습니다.흥미로운 것은 정작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 역에는 유명 스타를 기용하지 않았다는 점인데요. 거꾸로 역사적 사건 주변의 가상 인물들에게는 스타들이 대거 배치됐습니다. 이런 선택은 영화의 성격을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역사적 실존 인물은 거리를 두고, 그 주변의 가상 인물들은 스타의 힘으로 관객을 끌어당깁니다. 역사와 영화, 사실과 상상 사이에서 대중적 흡인력을 극대화한 셈입니다.영화는 역사책이 아니지만, 역사에서 소재를 가져오는 순간 완전히 자유로운 상상력의 영역에만 머물 수도 없다. '암살자(들)'은 권위주의 시대에 진실을 좇았던 형사와 사건 기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무엇이 진실인가'의 질문을 던지면서, 관객의 호기심과 볼거리를 극대화했다. /영화 '암살자(들)' 스틸컷◆ 실제 기록과 영화적 허구 교차, 역사적 사실과 창작 혼동 가능성이 점에서 보면 영화를 둘러싼 논쟁, 즉 '영화가 역사왜곡인가 아닌가'라는 단순한 이분법에 갇힐 필요가 없습니다.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에서 허구를 사용하는 것은 당연히 가능합니다. 반대로 '영화니까 상상력은 무제한'이라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역사적 사건을 미스터리로 재구성하는 순간, 영화는 관객에게 특정한 의심과 감정을 유도합니다. 특히 실제 기록과 영화적 허구가 교차할 때는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창작인지 혼동할 가능성도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논란의 핵심은 역사적 의문을 어디까지 영화적 상상력으로 확대했으며, 그 상상력을 얼마나 대중적인 상품으로 포장했는가인데요. '암살자(들)'은 바로 그 경계선 위에 서 있습니다. 권위주의 시대에 진실을 좇았던 형사와 사건 기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무엇이 진실인가'의 질문을 던지면서, 한편으로는 화려한 주연 라인업에 다수의 스타 카메오까지 더해 관객의 호기심과 볼거리를 극대화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영화는 역사책이 아니지만, 역사에서 소재를 가져오는 순간 완전히 자유로운 상상력의 영역에만 머물 수도 없습니다. 특히 수십 년 전 실제 사건을 기억하지 못하는 젊은 세대에게 영화가 사실상의 첫 번째 역사적 기억이 될 수도 있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암살자(들)'이 던지는 가장 큰 질문은 어쩌면 의문으로 남긴 영화 속 암살자의 정체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역사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가, 그리고 영화는 그 기억을 어떻게 다시 만들어내고 있는가'. 논란의 본질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eel@tf.co.kr

핫 뉴스

뉴스 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