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이준혁,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로 찾은 주인공의 의미

공은태 역 맡아 활약…자신을 베이스 삼아 동료 배우들의 변주 주목 연기 경력 20년 차의 진심 "업무량만큼은 당당"배우 이준혁이 <더팩트>와 만나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성렬 기자[더팩트ㅣ김샛별 기자] 배우 이준혁이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를 통해 또 하나의 의미 있는 이정표를 세웠다. 매번 강렬하거나 과장된 에너지로 프레임을 채워 넣던 그가 이번에는 본연의 톤에 가까운 모습으로 인물의 바닥을 다지고, 그 위에서 동료 배우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판을 깔아줬다. 나 홀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주인공이 아닌, 팀원 전체가 빛날 수 있는 현장을 만들고 싶었다는 이준혁이다.이준혁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극본·연출 윤영빈)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 중 13억 원이라는 로또 1등에 당첨된 후에도 회사로 출근하며 삶의 가치를 찾아가는 공은태 역을 맡은 그는 작품과 캐릭터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이날 자신을 '낯가림이 심한 사람'이라고 소개한 이준혁은 최근 작품을 선보이고 기자를 만나는 자리가 예전과 다르게 느껴진다고 털어놓아 웃음을 자아냈다."원래는 기자를 만나는 게 쑥스럽고 무섭기도 했어요. 그런데 요즘은 옛날 친구들이 다들 아이 보느라 바쁘고 안 놀아주더라고요.(웃음) 한 명 정도는 봐줄 법도 한데 아무도 제 드라마를 안 봐요. 그래서 요즘은 제 친구들이 기자들로 바뀐 것 같은 느낌이에요. 자주 보다 보니까 이제는 익숙하고 편안해졌죠."동명의 웹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는 하루하루 버티던 영업 5팀 팀장 공은태(이준혁 분)가 로또 1등에 당첨된 뒤에도 사직서 대신 회사로 향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지난 13일 10회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작품은 이준혁에게 여러모로 새로운 도전이었다. 그는 "훌륭한 회사 이사가 대본이 재밌다며 추천해 줘서 읽었다.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와닿을 이야기라고 생각했다"고 작품을 처음 만난 과정을 설명했다. 평소 영화 '허드슨 강의 기적'을 좋아했다는 그는 모두가 올바른 일을 했을 때 세상에 어떤 변화가 생길 수 있는지 묻는 이야기에 끌렸다고 했다.이준혁은 "사회 부조리를 파헤치는 작품도 필요하고 좋아하지만, 그때는 이런 작품이 보고 싶었다. 열심히 사회를 청소한 다음에 과연 어떤 롤모델과 비전이 그 자리에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기도 했다"고 말했다.그에게 공은태는 주인공으로서 새로운 방향을 시험할 기회이기도 했다. 앞서 출연한 작품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캐릭터를 주로 맡았던 그는 이번에는 자신이 중심을 잡되 주변 인물들이 각자의 매력을 드러낼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이준혁은 "'비밀의 숲'의 서동재는 스핀오프 성격이 강했기 때문에, 이번 작품이 제 첫 주인공 같은 느낌"이라며 "모든 배우가 함께 보이는 작품을 하고 싶었다. 쉽지는 않았지만, 각자 책임을 지면서도 잘 융화되는 과정이 좋았다"고 밝혔다.공은태는 이준혁이 그동안 보여준 인물들과 연기 방식부터 달랐다. 그는 지금까지 캐릭터의 특성을 강조하기 위해 과장된 에너지를 쓰거나 프레임을 채우는 연기를 해왔다면, 이번에는 상대 배우의 리듬을 받아주며 극을 이끄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지금까지는 살인자 역할도 많았고, 주변을 빛내는 조연을 맡을 때도 과장된 에너지를 써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제가 베이스를 치면서 연기 잘하는 팀원들의 리듬에 맞춰 갈 수 있었다. 작품의 지향점이 달랐던 것 같다. 크게 요동치는 이야기라기보다 세밀하게 부딪치는 작품이었고, 작은 핑퐁 같은 호흡을 훌륭하게 받아주는 배우들이 있었다."배우 이준혁이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에서 영업 5팀 팀장 공은태 역을 맡아 극을 이끌었다. /티빙물론 쉽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공은태는 상대적으로 감정의 기복이 크지 않은 인물인 만큼, 이준혁은 미세한 변화로 지루함을 덜어내야 했다. 업무에 몰두한 긴 대사를 리듬감 있게 소화하는 동시에 상대 배우의 반응에도 세밀하게 대응해야 했다. 그는 "은태의 고민은 초반에 거의 끝나고 이후에는 팀원들과 함께 가는 구조다. 제가 중간선을 유지하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만드는 게 중요했다"며 "샷의 움직임이나 동선처럼 작은 부분까지 캐치하려고 초집중했다"고 전했다.캐릭터를 표현하는 방식에도 직접 의견을 냈다. 이준혁은 "원래 은태가 담배를 많이 피우는 설정이었는데 빼고 싶다고 했다"며 "모두가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이니 조금 더 좋은 점을 보여주고, 다양한 시청자가 공감할 수 있는 인물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외적인 부분에서도 웹툰 원작을 참고하되 현실에 닿으면서도 시청자들이 불만을 느끼지 않을 만한 균형을 고민했다. 무조건 멋진 인물이기보다 직장생활을 막 시작한 이들이 '나도 저렇게 깔끔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느낄 수 있는 인물을 만들고 싶었다.이준혁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함께하는 배우들이었다. 주인공인 만큼 작품의 성적에 대한 책임과 부담도 자신의 몫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부담을 감수하면서도 동료들의 분량을 늘리고 각자의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에 참여했다는 점이 만족스러웠다.그는 특히 서현우를 향한 고마움을 여러 차례 드러냈다. 서현우가 연기한 양준호는 오랜 직장생활을 거친 인물이다. 이준혁은 "현우 형은 눈만 봐도 아는 것처럼 감정을 담으면서 제게 다 맞춰준다. 리듬도 맞춰주는데, 진짜 양준호 같았다"며 "대단한 배우가 저를 서포트해 준다는 사실에 감동했다"고 말했다.이어 "저도 예전에 조연으로 연기할 때 열심히 했던 것에 대한 보답을 받는 기분이었다. 나도 그때 열심히 해줬구나 싶었다"며 "하율리, 향은, 기태, 현균 형까지 현장에서 다들 열정이 넘쳤다. 그런 팀원들과 함께할 수 있어 감사했다"고 덧붙였다.동료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작품을 사랑하는 모습을 보는 것 역시 이준혁에게 힘이 됐다. 그는 "저보다 형인데도 이 작품을 사랑하고, 여기까지 감내하는 모습을 보면 힘이 난다"며 "모두가 센스를 열어놓고 서로 주고받는 과정이 재밌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우 형이 슈퍼스타가 됐으면 좋겠다. 반응을 봐도 형에 대한 반응부터 찾아보게 된다"며 "조금 더 잘돼서 다른 배우들도 함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으면 했는데, 아직 그 지점까지는 가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배우 이준혁이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에서 영업 5팀 팀장 공은태 역을 맡아 극을 이끌었다. /티빙이준혁은 이번 작품을 통해 자신이 생각하는 주인공의 역할도 다시 돌아봤다. 주인공이 모든 것을 끌고 가는 방식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그는 "조연도 많이 해봤고, 대부분의 배우가 조연부터 시작하지 않나. 주인공이 됐을 때도 함께하는 배우들이 가진 에너지를 끝까지 보여주는 작품을 해보고 싶었다"며 "모든 작품이 그럴 수는 없겠지만, 이번에는 그런 도전을 해보고 싶었다"고 강조했다.스스로를 칭찬하는 데 익숙하지 않다는 이준혁은 다만 오랜 시간 쌓아온 경험과 작업량만큼은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작품 수가 40~50개 정도 되고 영화도 수천 편을 봤다. 콘텐츠를 많이 소비하다 보니 누가 봐도 제 시간이 어디에 쓰였는지 보이지 않을까 싶다"며 "집에 가서도 영화를 본다. 순수한 업무량에 대해서는 당당하다"고 말했다.그렇다고 일이 언제나 즐겁다는 뜻은 아니다. 이준혁은 "일이 왜 재밌는지 생각을 많이 한다. 하면 할수록 고통스럽지 않나. 과자를 먹으면서 영화를 보는 건 재밌는데, 일이 재밌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대신 그는 게임을 예로 들며 어려운 과제를 계속 마주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난도가 높아지면 힘들고 화가 나지만, 그럼에도 계속 도전하게 되는 마음이 있다는 것이다."무언가를 만들어보고 싶은 게 많다. 지금까지 해온 것도 결국 그쪽에 가까운 것 같다. 톰 크루즈도 이미 많은 돈을 벌었는데 계속 목숨을 걸고 연기하지 않나. 그 사람은 왜 안 놀까 생각해 보면 이 게임을 저보다 더 사랑하는 것일 수도 있다. 언젠가는 제가 그 사람보다 이 일을 더 궁금해하고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작품의 성과를 바라보는 기준도 단순히 시청률에 있지는 않다. 이준혁은 시청률이 현실적인 지표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작품마다 도전하는 지점이 다르다고 말했다.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에서는 자신을 통해 다른 배우들이 주목받는 것이 중요한 목표였다. 그는 "현우 형이 광고를 찍고, 하율리 같은 배우들이 잘돼서 마음껏 밤새우는 특권을 누렸으면 좋겠다"며 웃었다.배우 이준혁이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에서 영업 5팀 팀장 공은태 역을 맡아 극을 이끌었다. /에이스팩토리20년 가까이 배우로 살아온 그에게 '인생 최고의 로또 1등'이 무엇인지 묻자, 이준혁은 데뷔를 꼽았다. 그는 "데뷔가 어려운데 작가님이 저를 데뷔시켜 줬다. 누군가 도전해 줬기에 제가 있는 것 아닌가. 그에 대한 충심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자신을 찾아와 이야기를 들어주는 기자들 역시 누군가에게는 행운 같은 존재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차기작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이어갈 생각이다. 2027년 방송되는 SBS '각성'으로 안방극장에 찾아올 그는 "레퍼런스가 없더라도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다. 성공이든 실패든 새로운 길을 가는 걸 즐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전 세계에 없는 이야기, 오컬트이면서 학생물인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100점을 맞지 못하더라도 조금이라도 없던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며 새로운 도전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이번 작품 중에서 '우리는 알잖아요. 우리가 얼마나 치열했는지'라는 대사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배우도 그렇고 모든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비슷할 것 같아요. 우리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남들에게 다 말할 수는 없지만, 함께 치열했던 동료들끼리는 눈빛만 봐도 알잖아요. 그래서 동료가 참 중요한 것 같아요. 이번 작품을 하면서 참 좋은 사람들과 함께했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sstar1204@tf.co.kr[연예부 |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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