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나물인 줄 알고 먹었다가”… 노란 꽃 피우는 맹독성 식물의 무서운 정체

짙은 녹색 잎 사이로 노란색 꽃을 피운 맹독성 식물 라응온. / 사진=Luong Led-shutterstock.com
짙은 녹색 잎 사이로 노란색 꽃을 피운 맹독성 식물 라응온. / 사진=Luong Led-shutterstock.com

베트남 다낭에서 야생 나뭇잎을 먹은 13세 여학생이 숨지면서 맹독성 식물 '라응온(Lá ngón)'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학교 근처에서 친구들과 놀던 학생은 나뭇잎을 먹은 뒤 의식을 잃었으며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사망했다.

다낭은 한국인 관광객에게도 친숙한 여행지다. 이번 사고는 해변 관광지가 아닌 내륙 산악지역에서 발생했다. 이곳에는 식용 산나물과 생김새가 비슷한 야생 독초가 자라고 있으며 과거에도 잘못 채취한 식물을 음식으로 만들어 먹었다가 사망한 일이 있었다.

특히 라응온은 노란 꽃을 피우는 덩굴식물로 겉모습만으로는 위험성을 알아차리기 어렵다. 어떤 식물이기에 작은 나뭇잎 몇 장으로 사람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지 살펴본다.

학교 근처에서 나뭇잎 먹은 13세 여학생 사망

29일 베트남 현지 언론에 따르면 사고는 지난 28일 낮 12시 15분쯤 다낭시 흥선 지역의 한 학교 인근에서 발생했다.

당시 7~8학년 여학생 5명은 점심을 먹은 뒤 학교 근처 야산으로 놀러 나갔다. 학생들은 주변에 자라던 식물을 발견했고 이 가운데 2명이 잎을 따서 먹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두 학생에게 이상 증상이 나타났다. 한 학생은 구토했고 다른 학생은 어지럼증과 함께 의식이 흐려졌다.

학교 측은 학생들을 지역 의료시설로 긴급 이송했다. 그러나 중독 증상이 심했던 13세 여학생은 같은 날 오후 2시 50분쯤 숨졌다. 함께 잎을 먹었던 학생은 치료를 받고 건강을 회복했다.

사고 다음 날인 29일 현지 당국은 학생들이 먹은 식물이 라응온이라고 확인했다.

흥선 지역 관계자는 라응온이 다른 나무와 풀숲 사이에 엉켜 자라는 덩굴식물이라 학생들이 잘못 알고 먹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흥선은 다낭 서부에 있는 산악지역으로 라오스 국경과 접해 있다. 과거 꽝남성에 속했던 지역이며 행정구역 개편으로 다낭시에 편입됐다.

이곳처럼 산림이 넓게 분포하는 베트남 고지대에서는 라응온이 야생 상태로 자란다. 숲속뿐 아니라 마을 주변과 산비탈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노란 꽃 피는 덩굴식물에 강한 독성

꽃봉오리와 꽃이 피어 있는 맹독성 덩굴식물 라응온. / 사진=Icot Igol Production-shutterstock.com

라응온의 학명은 '겔세미움 엘레강스(Gelsemium elegans)'다. 겔세미움과에 속하는 식물로 단장초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다.

단장초는 한자로 '斷腸草'라고 쓴다. 창자가 끊어질 듯한 고통을 준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식물은 주변 나무를 감으며 자라는 덩굴 형태를 띤다. 줄기는 길게 뻗고 표면이 매끄러우며 세로로 얕은 홈이 나 있다.

잎은 긴 타원형이나 창 모양으로 끝이 뾰족하다. 일반적으로 길이 7~12cm 정도이며 윤기가 나는 짙은 녹색을 띤다. 잎 가장자리에는 톱니가 거의 없고 줄기 양쪽에 마주 보며 달린다.

꽃은 노란색으로 피며 다섯 장의 꽃잎이 아래쪽에서 서로 이어져 깔때기 모양을 이룬다. 꽃이 진 뒤에는 단단한 껍질을 가진 열매가 맺힌다.

라응온은 꽃이 피었을 때도 평범한 야생 덩굴처럼 보인다. 특히 꽃이 없는 시기에는 길쭉한 녹색 잎만 남아 다른 식물과 구별하기 더욱 어렵다.

그러나 식물 내부에는 강한 독성 물질이 들어 있다. 대표적인 성분으로 젤세민(gelsemine)과 겔세니신(gelsenicine), 쿠민(koumine) 등이 있다.

이 성분들은 신경계와 호흡 기능에 심각한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특히 겔세니신은 라응온에 들어 있는 알칼로이드 가운데 독성이 매우 강한 물질로 알려져 있다.

독성 성분은 잎뿐 아니라 뿌리와 줄기, 꽃, 열매에도 존재한다. 부위별 독성 성분의 농도는 차이가 있으며 뿌리와 잎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독성이 나타난다.

라응온을 먹으면 빠르면 5~30분 안에 중독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초기에는 어지럼증과 메스꺼움, 구토가 발생하며 입 주변이나 손발이 저리는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독성이 심해지면 시야가 흐려지고 근육이 약해진다. 이후 경련이나 의식 저하가 나타날 수 있으며 호흡을 담당하는 근육까지 마비되면 생명이 위험해진다.

베트남에서는 라응온 잎 세 장만 먹어도 성인이 사망할 수 있다는 경고가 전해진다. 다만 사람에게서 확인된 정확한 최소 치사량은 아직 확립되지 않았다.

중독 정도는 섭취한 양과 식물에 들어 있는 독성 성분의 농도에 따라 달라진다. 현재 라응온 중독에 사용할 수 있는 확립된 해독제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식용 산나물과 비슷해 잘못 채취하는 사고도 발생

베트남 다낭 고지대에서 자생하는 맹독성 덩굴식물 라응온. /사진=베트남의 약용식물(Cây thuốc Việt Nam)
베트남 다낭 고지대에서 자생하는 맹독성 덩굴식물 라응온. /사진=베트남의 약용식물(Cây thuốc Việt Nam)

라응온이 위험한 이유 중 하나는 식용으로 이용하는 일부 덩굴식물과 생김새가 비슷하다는 점이다.

베트남에는 현지에서 '라응온 안득(Lá ngón ăn được)'이라고 부르는 식용 식물이 있다. 학명은 '드레게아 볼루빌리스(Dregea volubilis)'로 맹독성 라응온과는 종류가 다른 식물이다.

이 식물 역시 덩굴 형태로 자라며 잎이 서로 마주 보며 달린다. 현지 일부 지역에서는 어린잎을 식재료로 이용한다.

두 식물은 잎과 꽃에서 차이를 보인다. 맹독성 라응온은 잎 표면이 매끄럽고 노란색 꽃을 피우지만 식용으로 이용하는 드레게아 볼루빌리스는 잎에 잔털이 있고 연녹색 계열의 꽃이 핀다.

다만 잎의 크기와 생김새는 자라는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꽃이 없는 상태에서는 이러한 특징을 확인하기 어려워 식물의 종류를 잘못 판단할 위험이 있다.

실제로 2020년 7월 베트남 북부 하장성에서는 주민 5명이 숲에서 채취한 식물로 국을 끓여 먹었다가 집단 중독됐다.

당시 주민들은 먹을 수 있는 산나물을 채취한다고 생각했지만 가져온 식물에는 맹독성 라응온이 섞여 있었다.

국을 먹은 주민들은 구토와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병원으로 옮겨졌다. 그러나 여성 3명이 숨졌고 나머지 2명은 치료를 받고 회복했다.

2021년 4월에도 베트남 랑선 지역에서 야생 채소를 먹은 주민이 숨진 일이 있었다. 식사 후 약 20분 만에 복통과 의식 저하가 나타났으며 남은 음식에서는 라응온의 독성 성분이 검출됐다.

같은 해 5월에는 라이쩌우 지역에서 가족 3명이 식물 중독을 겪어 2명이 사망했다. 당시에도 검사에서 라응온에 포함된 알칼로이드 성분이 확인됐다.

라응온은 식용 산나물뿐 아니라 차를 끓이는 데 사용하는 일부 식물과도 혼동될 수 있다. 베트남에서 차나 약용으로 이용하는 '쩨방(Chè vằng)' 역시 길쭉한 잎이 마주 보며 달리는 식물이다.

쩨방의 학명은 '자스미눔 섭트리플리네르베(Jasminum subtriplinerve)'로 라응온과는 다른 종류다. 꽃은 흰색이며 잎은 라응온보다 작은 편이다.

베트남에서는 이처럼 야생에서 채취하는 식용 잎과 독초가 비슷한 생김새를 가진 경우가 있어 식물의 종류를 구별하는 일이 중요하다.

특히 어린잎만 채취하거나 여러 종류의 산나물을 한꺼번에 모을 때는 독초가 섞여 들어갈 수 있다. 잘 모르는 야생 식물을 국이나 차의 재료로 사용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다.

식물의 독성 여부는 잎이 부드럽거나 향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산에서 자라는 이름 모를 식물은 먹을 수 있는 종류인지 정확하게 확인하기 전까지 채취하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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