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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오스만 대로를 지나는 행인들의 시선이 한 백화점 외벽에 멈춘다. 오렌지빛 대형 광고판에 '밋 유어 서울(Meet Your Seoul)'이라는 문구가 큼지막하게 새겨져 있다.
13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갤러리 라파예트 오스만점이 이달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에 자리를 내줬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콘진원)이 운영하는 K-패션 글로벌 플랫폼 '더셀렉츠(The Selects)' 팝업스토어다. 지난 6일 문을 열었고 오는 27일까지 운영된다.

백화점 외벽부터 73개 스크린까지, 파리 도심을 채운 K-패션 광고
이번 팝업의 가장 큰 무기는 노출 규모다. 콘진원은 라파예트 측과 협력해 운영 기간 내내 백화점 본관 외벽 옥외광고와 매장 내부 스크린 73개에 참여 브랜드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팝업 공간 한 곳에만 머무르지 않고 백화점 동선 전체로 브랜드를 노출하겠다는 전략이다. 현지 쇼핑객은 물론 파리를 찾은 관광객도 자연스럽게 K-디자이너 브랜드를 접하게 된다.

3층 79㎡ 공간에 모인 다섯 개의 서울 브랜드
팝업 공간은 오스만점 본관 3층에 약 79㎡ 규모로 꾸려졌다. 참여 브랜드는 김해김(KIMHĒKIM), 더일마(THEILMA), 라이(LIE), 리이(RE RHEE), 프리터(FRITUR) 5곳이다.
운영은 두 기관이 역할을 나눠 맡았다. 현대백화점은 행사 기획과 상품 운송, 현지 매장 운영을 담당한다. 콘진원은 참여 브랜드 지원과 유럽 현지 홍보를 책임진다.
이번 팝업은 지난 8월 두 기관이 맺은 패션 디자이너 브랜드 해외 진출 업무협약의 첫 결과물이다. 콘진원의 브랜드 육성 역량에 현대백화점의 해외 유통망을 더해, 브랜드가 현지 소비자를 직접 만날 판로를 여는 데 초점을 맞췄다.

리셉션에 글로벌 패션 관계자 200여 명…현지 네트워크 넓혀
지난 8일에는 라파예트가 주최한 네트워킹 리셉션이 열렸다. 주요 패션 매체 관계자를 포함해 글로벌 패션업계 인사 200여 명이 현장을 찾아 참여 브랜드와 교류했다.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에게 이런 자리는 일회성 행사 이상의 의미가 있다. 유럽 유통·미디어 관계자와 쌓은 접점이 이후 판로 확대와 브랜드 인지도로 이어지는 출발점이 되기 때문이다.

파리가 먼저 알아본 김해김, 직장인 데일리룩 리이까지
참여 브랜드의 면면도 눈길을 끈다. 김해김은 김인태 디자이너가 2014년 파리에서 론칭한 브랜드다. 2020 S/S 시즌에는 파리 패션위크 공식 스케줄에 이름을 올렸다.
김인태 디자이너는 에스모드와 스튜디오 베르소에서 수학한 뒤 발렌시아가 컬렉션 팀에서 경력을 쌓았다. 장식 예술을 접목한 실험적인 디자인으로 주목받아 왔다.
리이는 런던 센트럴 세인트 마틴 출신 이준복 디자이너가 2021년 서울에서 선보인 여성복 브랜드다. 구김이 적은 소재와 정제된 실루엣을 앞세워 직장인 데일리웨어 시장에서 입지를 다졌다.
이준복 대표는 파리 현지 소비자의 반응을 직접 확인하고 주요 패션 관계자들과 깊이 교류할 수 있어 뜻깊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번 팝업을 계기로 유럽 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넓혀가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1912년 유리 돔 아래, K-패션이 쌓아온 라파예트 이력
갤러리 라파예트 오스만점은 1894년 오스만 대로에 문을 열었다. 1912년 완공된 네오 비잔틴 양식의 유리 돔 '쿠폴'은 높이가 33m에 이른다. 지금도 파리를 대표하는 건축 명소로 꼽힌다.
라파예트와 K-패션의 인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한섬의 여성 캐주얼 브랜드 시스템은 2024년 7월 이곳 여성관 2층에 팝업을 열었다. 이후 백화점 측의 요청으로 계약이 연장되면서 운영 기간이 14개월로 늘어났다.
백화점 팝업의 통상 운영 기간이 3개월 안팎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사례였다. 이번 더셀렉츠 팝업이 비슷한 장기 운영이나 정식 입점으로 이어질지도 관심사다.

앰버서더 임시완의 올블랙 수트, 그리고 다음 무대
지난 8일에는 더셀렉츠 공식 앰버서더인 배우 임시완이 현장을 찾았다. 그는 참여 브랜드를 직접 소개하며 홍보에 힘을 보탰다.
이날 임시완은 길게 떨어지는 테일러드 재킷과 베스트, 와이드 슬랙스를 모두 블랙으로 맞춘 셋업을 입었다. 화이트 포켓치프와 레이어드 반지, 광택 있는 청키 슈즈로 단조로움을 덜어냈다.
올블랙 수트가 부담스럽다면 포켓치프나 반지처럼 작은 포인트 하나를 더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가을 하객룩이나 격식 있는 저녁 모임에 응용하기 좋은 방법이다.
현대백화점에게 이번 파리 팝업은 유럽 시장의 시험대이기도 하다. 국내 브랜드 해외 진출 플랫폼 '더현대 글로벌'은 2024년 도쿄를 시작으로 오사카, 나고야, 타이베이, 타이중으로 무대를 넓혀 왔다.
도쿄 오모테산도 플래그십 매장은 목표 매출을 30% 웃도는 성과를 내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2030년까지 아시아·유럽·북미에 플래그십 매장 10여 곳을 세운다는 계획이다.
콘진원 김윤지 원장은 이번 팝업이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가 유럽 소비자를 직접 만나 K-패션의 가능성을 증명하는 기회라고 평가했다. 앞으로도 유망 브랜드가 "실질적인 유통·비즈니스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글로벌 진출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콘진원은 남은 운영 기간에도 참여 브랜드의 홍보와 판매 확대를 계속 지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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