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많이 주는 곳보다 성장할 곳으로”…충남 기업유치 ‘산업생태계 경쟁’ 전환

▲충청남도 산업입지 면적 증가 현황표 이미지.▲충청남도 산업입지 면적 증가 현황표 이미지.

[투어코리아=류석만 기자] 충남의 기업유치 전략을 전면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얼마나 더 줄 것인가를 경쟁하는 시대에서 벗어나 공급망·기술·인력·물류 등 기업 성장에 필요한 ‘산업생태계’를 얼마나 잘 갖추느냐가 기업유치의 승패를 좌우한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10년간 충남에서 늘어난 산업입지 면적 가운데 약 40%가 산업단지가 아닌 개별입지로 나타나면서, 기업의 무분별한 분산입지를 막고 기존 산업단지와 연결하는 새로운 산업입지 전략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충남연구원 김양중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2일 발표한 「충남 산업생태계 기반 개별입지 기업의 산업단지 유도전략」에서 이 같은 정책 전환 필요성을 제시했다.

■ 충남 산업입지 1,541만㎡ 증가…10년 새 ‘개별입지’ 612만㎡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4년까지 약 10년 동안 충남의 산업입지 면적은 약 1,541만㎡ 증가했다.

이 가운데 계획입지는 약 928만㎡, 개별입지는 약 612만㎡로 나타났다.

전체 증가 면적의 약 40%가 개별입지였던 셈이다.

개별입지는 기업이 원하는 곳에 비교적 신속하고 자율적으로 입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기업들이 곳곳에 흩어지면서 산업 간 연계와 집적효과가 떨어지고, 도로·용수·전력 등 기반시설이 중복 공급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환경관리 비용이 증가하고 난개발이나 주변 지역과의 토지이용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결국 기업유치가 늘어나는 것만으로 지역 산업 경쟁력이 커지는 것은 아니며, 어떤 기업을 어디에 어떻게 모으느냐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 “보조금으로 데려온 기업, 보조금 더 주는 곳으로 떠날 수도”

그동안 산업단지 입주기업을 늘리기 위해 활용돼 온 대표적인 수단은 이전보조금과 세제감면, 분양가 할인 등 경제적 인센티브였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전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한 장점이 있다.

그러나 지자체마다 더 많은 지원책을 내놓으면서 기업유치 경쟁이 ‘산업 경쟁’이 아닌 ‘보조금 경쟁’으로 변질될 가능성도 있다는 게 연구진의 지적이다.

기업의 입지 선택이 공급망과 기술협력, 인력 확보 가능성보다 단순히 지원금 규모에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양중 선임연구위원은 기업들이 실제 입지를 결정할 때 비용뿐 아니라 원료·부품 조달, 주요 고객과의 접근성, 전문인력 확보, 연구개발과 기술협력, 물류 인프라, 공동시설 이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충남의 산업입지 정책 역시 핵심 유인을 ‘인센티브’에서 ‘산업생태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 충남혁신도시권 ‘집중 유도’…5대 권역 맞춤형 전략 제시

이번 연구가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충남 전체를 하나의 기준으로 묶지 않고 ‘5대 산업권역별 특성과 기존 산업생태계를 분석해 차별화된 기업 유도전략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충남혁신도시권은 산업 유사도 60%, 산업단지 입주 가능성 80%로 분석됐다.

5대 권역 가운데 기존 산업생태계와의 연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지역이다.

이에 따라 자동차·전자부품 등을 중심으로 기존 산업단지 기업과 거래·공급망 연계성이 높은 개별입지 기업을 적극 발굴해 산업단지로 ‘집중 유도’하는 전략이 제시됐다.

북부스마트산업권과 국방웰빙산업권은 산업 유사도 50%, 입주 가능성 80%로 나타났다.

이들 지역은 모든 개별입지 기업을 일괄적으로 이전시키기보다는 기존 주력산업 및 공급망과 연계성이 높은 기업을 골라 ‘선별 유도’하는 방식이 적합한 것으로 분석됐다.

■ 해양·바이오는 ‘특화관리’…무조건 산업단지 이전은 지양

해양신산업권과 K-바이오산업권은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해양신산업권은 산업 유사도 30%, 입주 가능성 60%, K-바이오산업권은 각각 40%, 60%로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들 지역에 대해서는 기업을 무조건 산업단지로 옮기는 방식보다는 수산·해양장비, 바이오·식품·정밀화학 등 지역 특화산업 중심의 산업생태계를 구축하는 ‘특화관리형’ 전략을 제안했다.

기업의 업종과 성장단계, 공급망 등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산업단지 이전 정책은 오히려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판단이다.

■ 핵심은 ‘기업-산업단지 매칭’…“기업이 스스로 찾아오게 만들어야”

충남연구원이 제안한 핵심 정책은 ‘기업-산업단지 매칭체계’ 구축이다.

산업단지별 입주기업의 업종과 생산품, 공급망, 거래관계, 기업 규모 등을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이를 개별입지 기업 정보와 연결하는 방식이다.

쉽게 말해 “이 기업이라면 어느 산업단지에 들어가는 것이 가장 유리한가”를 데이터로 찾아주는 시스템이다.

특히 이미 개별입지에 들어선 기업을 이전시키는 데만 행정력을 집중할 것이 아니라 신규 공장용지를 찾는 초기 단계부터 충남도와 시·군이 산업생태계 정보를 제공하고 적합한 산업단지를 안내해야 한다는 게 연구진의 제안이다.

기업이 공장 부지를 결정한 뒤 뒤늦게 산업단지 이전을 설득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기업의 입지 결정 단계부터 행정이 산업생태계와 연결하는 선제적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기업을 넣는 정책에서 기업이 선택하는 정책으로”

김양중 선임연구위원은 “앞으로의 기업유치는 어느 지역이 더 많은 보조금을 주느냐의 경쟁보다 어느 산업단지가 기업의 성장에 더 적합한 산업생태계를 제공할 수 있느냐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충남도 기업을 산업단지에 넣는 정책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기업 스스로 산업생태계의 편익을 보고 산업단지를 선택하도록 만드는 정책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 충남 기업유치, ‘돈의 경쟁’에서 ‘성장의 경쟁’으로

충남의 기업유치 전략이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

지금까지는 “얼마나 많은 기업을 데려왔느냐”가 중요한 지표였다면 앞으로는 “그 기업들이 얼마나 성장하고 주변 기업들과 얼마나 연결되는가”가 더욱 중요한 기준이 될 전망이다.

보조금은 기업을 한 번 움직일 수 있지만, 공급망과 전문인력, 기술협력, 물류망이 갖춰진 산업생태계는 기업을 오래 머물게 하고 함께 성장하게 만든다.

충남연구원의 이번 연구는 충남 기업유치 정책의 방향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다.

‘보조금 경쟁’에서 ‘산업생태계 경쟁’으로.

기업을 데려오는 충남에서 한발 더 나아가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 스스로 충남의 산업단지를 선택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 그것이 충남 산업입지 정책의 새로운 승부처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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