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개국 1,397점 중 선정된 세계 도자예술…경기도자비엔날레 수상작 9점 주목

곽윤지, 잔존(2026)/사진-한국도자재단곽윤지, 잔존(2026)/사진-한국도자재단

[투어코리아=박태성 기자] 흙으로 빚은 그릇이 인간관계와 자아의 변화를 표현하고, 도자 설치작품은 기후위기와 생태계의 미래를 질문한다. 3D 프린팅과 전통 소성기법을 결합한 작품까지, 세계 도자예술이 다루는 주제와 표현 방식의 변화를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는 전시가 경기도 이천에서 열리고 있다.

한국도자재단은 오는 11월 1일 폐막하는 ‘2026 경기도자비엔날레’를 앞두고 제13회 국제공모전 GCB우수상 수상작 9점을 집중 소개한다고 21일 밝혔다.

올해 국제공모전에는 77개국 작가 1,050명이 총 1,397점을 출품했다. 심사를 거쳐 GCB대상 1점과 GCB우수상 9점 등 모두 58점이 선정됐다.

이 가운데 우수상 9점은 한국과 홍콩, 일본, 튀르키예, 우크라이나 등 8개 국가·지역 출신 작가들이 제작한 작품이다.

작품들은 인간의 몸과 관계, 기후변화와 생태계, 전통 도자기법과 첨단 기술의 결합이라는 세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동시대 도자예술의 흐름을 보여준다.

인간의 몸과 관계를 도자로 표현하다

한국 출생으로 미국에서 활동하는 곽윤지 작가의 ‘잔존’은 높이 120cm에 이르는 대형 그릇 작품이다.

‘그릇이 크다’는 한국어 표현에서 출발해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확장되는 자아의 모습을 손으로 쌓아 올린 도자 형태에 담았다.

홍콩 작가 렁 칭만 캘리스의 ‘뼈 사이의 몸 찾아내기’는 부분 마비 이후 겪은 재활 경험을 예술로 옮겼다.

도자로 만든 뼈와 금속 프레임, 퍼포먼스 영상을 결합해 신체의 손상과 회복 과정을 표현한다.

우크라이나 출신으로 스페인에서 활동하는 유리 무사토프의 ‘흉상’은 얼굴과 이목구비를 지운 인물 형상을 통해 특정 개인의 정체성을 넘어 인간 존재 자체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기후위기와 생태계의 변화를 담은 도자

프랑스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 듀오 더 그립스의 ‘다시는 눈이 오지 않을 거야’는 자기와 콘크리트, 섬유를 결합한 작품이다.

기후변화로 계절의 경계가 흐려지는 현실을 서로 다른 재료의 조합으로 드러낸다.

이은영, 메타-바이오스피어(2026)/사진-한국도자재단이은영, 메타-바이오스피어(2026)/사진-한국도자재단

한국 작가 이은영의 ‘메타-바이오스피어’는 1991년 미국에서 추진한 인공 생태계 실험 ‘바이오스피어 2’에서 착안했다.

관람객이 정삼각형 구조의 설치 공간을 이동하며 에너지의 순환과 생태계의 관계를 경험하도록 구성했다.

튀르키예 작가 멜리스 부이룩의 ‘블루밍 카펫’은 전통 카펫의 꽃과 식물 문양을 도자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백토를 이용해 식물의 형태를 하나씩 빚어내면서 섬유공예의 장식적 전통을 도자예술로 확장했다.

라이 콴헤이 마이런 & 목 호이칭 실베스터, 무정형 결정 피나카이트 #8(2025)/사진-한국도자재단라이 콴헤이 마이런 & 목 호이칭 실베스터, 무정형 결정 피나카이트 #8(2025)/사진-한국도자재단

3D 프린팅부터 전통 소성까지…도자기법의 확장

홍콩 작가 라이 콴헤이 마이런과 목 호이칭 실베스터가 공동 제작한 ‘무정형 결정: 피나카이트 #8’은 디지털 기술과 가마 소성 과정의 변화를 결합했다.

3D 프린터로 만든 프랙탈 구조에 유약을 입히고, 소성 과정에서 결정이 성장하도록 해 예측하기 어려운 자연적 변화를 작품에 반영했다.

일본 작가 아오키 히로시의 ‘대지의 씨앗’은 서로 다른 흙을 눌러 붙여 구운 뒤 유약을 조금씩 벗겨내는 방식으로 제작했다.

작업 과정에서 축적된 시간과 흔적이 작품의 표면에 드러나는 것이 특징이다.

캐나다 출신으로 미국에서 활동하는 엘리자 아우의 ‘신성함을 공간화하기’는 종교 건축에서 발견되는 대칭과 격자 구조를 활용했다.

수백 개의 도자 조각으로 땅과 하늘을 상징하는 공간을 구성해 관람객이 작품 안에서 명상적 분위기를 경험하도록 했다.

작가와 심사위원이 직접 설명하는 국제공모전

비엔날레 폐막을 앞두고 수상작의 제작 과정과 심사 기준을 살펴볼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23일 오전 10시부터 낮 12시까지 경기도자미술관 2층 중앙홀에서는 GCB우수상 수상자인 곽윤지·이은영 작가가 참여하는 ‘작가와의 만남’이 열린다.

두 작가는 국제공모전 참가 과정과 작품 제작에 담긴 경험을 관람객에게 소개할 예정이다.

25일 오후 3시에는 국제공모전 심사위원 이시자키 야스유키가 참여하는 ‘심사위원의 시선’이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이 프로그램은 국제공모전 수상작의 예술적 가치와 동시대 도자예술의 흐름을 심사위원의 관점에서 설명하는 대담으로, 경기도자미술관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도 생중계할 예정이다.

GCB우수상 수상작 9점은 이천 경기도자미술관 제1·4전시실에서 관람할 수 있다. 작품 해설은 경기도자비엔날레 공식 누리집(gcbiennale.org)의 오디오 가이드를 통해 미리 들을 수 있다.

‘2026 경기도자비엔날레’는 11월 1일까지 이천·광주·여주에서 열린다.

세 지역을 모두 관람할 수 있는 통합권은 일반 현장 구매 기준 1만 1천 원이며, 이천 개별 입장권은 6천 원이다. 입장권은 네이버 예약과 티켓링크, 현장에서 구매할 수 있다.

류인권 한국도자재단 대표이사는 “우수상 9점은 몸과 관계, 기후와 생태, 기술과 시간까지 오늘의 작가들이 흙으로 던지는 질문을 담고 있다”며 “비엔날레가 막을 내리기 전 이천에서 세계 도자의 오늘을 만나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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