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폐기물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고, 자연을 작품의 일부로 끌어들인 부부가 지역의 문화와 관광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서장훈의 이웃집 백만장자’가 대지미술가 최옥영과 조각가 박신정 부부의 특별한 성공 스토리를 통해 돈 이상의 가치를 추구하는 ‘부자 철학’을 조명했다.

지난 7일 방송된 EBS ‘서장훈의 이웃집 백만장자’는 ‘쓰레기를 예술로 만들어 돈 버는 부부’ 편으로 꾸며졌다. 강원도 강릉과 영월, 삼척에서 세 곳의 미술관을 운영하고 있는 최옥영·박신정 부부는 매년 약 50만 명의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이날 방송에서 서장훈과 장예원은 ‘한국 대지예술의 선구자’로 불리는 최옥영의 작업실을 찾았다. 최옥영은 일상에서 쉽게 버려지는 물건을 작품의 재료로 활용하며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구축하고 있었다.
대표적인 작업은 우유팩 자화상이다. 최옥영은 매일 일기를 기록하듯 우유팩에 자신의 모습을 그린 뒤 폐타이어를 이용해 입체 조각으로 완성했다. 붓을 대신한 재료는 행사에서 쓰이고 버려진 어묵꼬치였다.
서장훈과 장예원 역시 최옥영의 제안에 따라 우유팩 자화상 제작에 도전했다. 특히 서장훈은 “아버지가 미대 출신인데 저는 그림에 소질이 없다”며 시작부터 자신 없는 모습을 보였지만, 완성한 작품을 두고 “저의 쓸쓸함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예상 밖의 그림 실력을 보여주면서 현장의 시선을 사로잡기도 했다.
작업실을 넘어 미술관으로 향하자 최옥영의 대지예술은 더욱 거대한 규모로 펼쳐졌다. 강릉에 위치한 미술관은 어느 장소에서든 바다가 시야에 들어오도록 설계됐으며, 무려 15만 6천 평 규모의 산 전체를 하나의 작품처럼 활용했다.
최옥영은 “최고의 작품은 자연이라는 생각으로 바다가 중심이 되게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새의 형상을 떠올리게 하는 부지 형태 역시 이곳만의 독특한 특징이다.
미술관 곳곳에서는 예상하지 못한 재료들이 작품으로 변신했다. 붉은 호스를 활용한 산호초 길과 음식 포장용 비닐 랩으로 표현한 푸른 파도 등이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2020 한국관광의 별’에 선정된 영월의 미술관도 독특한 대지예술로 주목받고 있다. 붉은 파이프 6천 개를 이용해 대나무 숲을 표현한 작품은 주변의 녹색 자연과 강렬한 보색 대비를 이룬다. 높이 15m, 폭 12m에 달하는 초대형 작품은 우주의 행성을 형상화하며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한다.
최옥영이 지금의 예술가가 되기까지의 과정도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취업을 위해 상업고등학교에 진학했지만, 그의 재능을 발견한 미술 교사의 적극적인 권유로 미술을 시작했다. 전국대회에 출전해 두각을 나타낸 그는 이후 삼척의 시멘트 회사에 취직해 직장 생활을 이어갔다.
그가 번 월급은 다시 미술 공부에 투자됐다. 강릉에 새롭게 문을 연 국립대학교 미대에 진학했고, 전시장에서 인연을 맺은 박신정과 결혼한 뒤에는 낡은 폐교를 직접 개조해 첫 미술관을 만들었다. 미술관을 완성하는 데만 약 10년이 걸렸다.
그러나 어렵게 완성한 첫 미술관은 2002년 태풍 루사로 한순간에 무너졌다. 미술관은 숟가락 하나 남지 않을 정도로 모두 휩쓸려갔다.
이 사건은 부부의 예술 방향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자연을 거스르기보다 자연과 공존하면서도 태풍과 같은 재해를 견딜 수 있는 대지예술을 만들겠다는 새로운 목표를 세운 것이다.
새로운 미술관 건립에는 부부가 가진 자원이 모두 투입됐다. 박신정의 퇴직금부터 작품 판매 수익, 대출금까지 쏟아부으며 다시 시작했다. 특히 최옥영은 자신의 작품 가운데 가장 높은 가격에 판매된 작품으로 오죽헌에 있는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 조각상을 꼽았다.
그는 해당 작품에 대해 “2009년 당시 12억 5천만 원에 판매했다”고 밝혀 놀라움을 안겼다.
4년간 준비한 끝에 새로운 미술관의 문을 열었지만 곧바로 성공이 찾아온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직원보다 관람객이 적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어려운 시간이 이어졌다. 부부는 무려 13년 동안 적자를 견뎌야 했다.
그럼에도 작품을 계속 보완하고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았다. 긴 적자의 시간을 버틴 끝에 강릉의 미술관은 연간 약 30만 명, 하루 평균 800명이 방문하는 지역 대표 명소로 성장했다. 자연스럽게 강원도 관광 활성화에도 힘을 보태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최옥영은 미술관 운영을 통해 얻는 수익이 지역사회로 이어지는 것에 남다른 의미를 두고 있었다.
그는 “미술관이 외부의 방문객을 끌어오는 역할을 하고, 거기서 얻는 소득은 주민한테 가는 방식으로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될 때 기쁨을 느낀다”고 밝혔다.
부부의 도전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현재 삼척에 세 번째 미술관을 준비하고 있는 최옥영과 박신정은 폐산업시설을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시켜 지역에 다시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쓰레기를 예술 작품으로 바꾸고, 폐허가 된 공간을 문화시설로 되살린 데 이어 미술관을 지역 경제의 새로운 동력으로 확장하고 있는 두 사람. 개인의 성공에 머무르지 않고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최옥영·박신정 부부의 이야기가 깊은 여운을 남겼다.
한편 EBS ‘서장훈의 이웃집 백만장자’는 매주 수요일 밤 9시 55분 방송되며, 방송 이후 넷플릭스와 Wavve 등 OTT를 통해서도 시청할 수 있다.
최옥영·박신정 부부의 이야기는 ‘비싼 작품을 만드는 것’과 ‘성공한 예술가’의 의미를 넘어선다. 버려진 재료와 폐허가 된 공간에서 가능성을 발견하고, 그 결과를 지역사회와 나누는 방식 자체가 이들만의 독특한 성공 방식으로 읽힌다.
iMBC연예 유정민 | 사진출처 EBS '서장훈의 이웃집 백만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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