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곡성'(2016)은 극심한 공포와 의문, 그리고 해소되지 않는 미스터리로 관객들을 소름 돋게 만든 작품이다. 하지만 이 잔혹하고 서늘한 이야기의 기저에는 창작자인 나홍진 감독이 세상의 모든 피해자들과 불행을 겪는 이들에게 건네고 싶었던 뜻밖의 ‘위로’가 숨어 있었다.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마스터클래스 현장에서 나홍진 감독은 '곡성'을 써 내려갈 당시 가슴속에 품고 있던 진짜 메시지를 털어놓았다.
나 감독은 "나 역시 인간이고 극 중 인물들도 인간인데, 모든 크고 작은 불행을 겪게 되는 사람들에게 어떤 말을 전하고 싶었다"라며 "수년 동안 이 세계를 들여다보면서 알게 된 것은, 우리에게 일어나는 불행에 대해 스스로 죄책감을 느끼거나 괴로워하는 감정을 조금은 가볍게 여기셔도 좋다는 점이었다"라고 고백했다.
이어 그는 "당신이 겪은 그 불행은 당신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완전히 다른 세상의 일이며 원인부터 결과까지 당신의 탓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라며 "어떤 불행을 겪더라도 너무 크게 자책하거나 힘들어하지 말라는 말을 꼭 전하고 싶었다"라고 덧붙였다.
영화 속 주인공 종구(곽도원 분)는 딸에게 닥친 비극 앞에서 "왜 하필 내 딸이냐"라며 절규한다. 그 질문에 영화는 명확한 인과관계를 제시하는 대신,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기괴한 혼돈을 보여준다. 관객들은 흔히 불행의 원인을 '내가 무언가를 잘못해서', 혹은 '내가 부족해서'라는 내부의 죄책감에서 찾으려 하지만, 나 감독은 불행이란 그저 어느 날 불시에 찾아드는 타자의 영역일 뿐임을 잔혹할 만큼 객관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나홍진 감독은 완성된 영화의 메시지가 스스로에게 돌아오는 역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영화가 완성된 후 불행한 결과를 맞게 되면 나와 무관한 일이고, 좋은 결과를 얻게 되면 나와 연관이 큰 결과가 된다"라며 "그래야 다음 영화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라는 유쾌하면서도 뼈 있는 농담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 고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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