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낙원' 연상호 감독 "영화의 흥행, 요즘 좀 공평해졌다" [영화人]

한국형 좀비 신드롬을 일으킨 '부산행'부터 넷플릭스 대작 오리지널 시리즈까지, 거대한 자본이 투입되는 상업 블록버스터의 최전선에 있던 연상호 감독이 달라졌다. 예산 5억 원 규모의 저예산 프로젝트 '얼굴'에 이어, 최근 공개된 '실낙원'까지 연이어 선보이며 영화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지고 있다. 상업적 공식이 아닌 새로운 판을 벌이고 있는 연상호 감독에게 직접 그 이유와 의미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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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적인 상업영화라면 보편적인 대중의 공감대와 대규모 스펙터클을 따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연상호 감독은 이 공식을 과감히 해체하고 있다. 대중성이 부족할 것이라 여겨졌던 오랫동안 묵혀둔 이야기('얼굴'), 혹은 피칭조차 하기 애매할 만큼 기묘한 이야기('실락원')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그에게 이 저예산 프로젝트들은 기존의 산업 구조와는 결이 다른, 온전히 자신만의 창작을 실험하는 놀이터다. "저는 한번 장난감을 가지면 망가질 때까지 가지고 논다. 어떻게 보면은 이 저예산 프로젝트가 저한테는 되게 재미있는 저만의 장난감이다. 망가질 때까지 바꾸어 놀 것."이라는 말은 놀라웠다.

영화 만드는 일을 장난감으로 비유할수 있을 정도의 자신감은 제작비 5억 원 규모의 '얼굴'의 예상밖 성공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얼굴'은 대중성이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을 했었다. '얼굴'로 오랫동안 영화화를 안 했던 이유 중 하나가 대중성이 없어서였는데 의외의 반응이 왔다. 이 영화를 즐기는 사람이 100만명이 넘는 걸 보면서 '이런 작업을 더 해봐도 되겠다는 용기를 얻었다"며 '실낙원'의 시작은 '얼굴'의 성공 덕에 가능했음을 알렸다.

영화의 의미, 극장용 영화란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그의 고민도 있었다. '부산행' '반도' '군체' 등 체험이나 스펙터클 쪽으로 극장용 영화를 만들고 흥행에 성공시켰던 연상호 감독은 "영화에는 양면성이 있다. 큰 스크린으로 보기에 스펙터클도 영화의 역할이지만 시간을 내서 극장이라는 공간에 가서 혼자서든 몇명이든 영화를 보고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굉장히 개인적인 관람 방식이다. TV로 영화를 보는 것과는 되게 다른 느낌이다. 이런 양면성 때문에 영화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것 같다. 또 역설적으로 극장용 영화라는 건 오히려 개인적인 방식으로 만들고 그걸 공유할 수 있는 좋은 매체라는 생각도 든다"라며 대중적이지 않지만 사유를 공유하는 저예산 영화들을 계속 작업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연상호 감독의 저예산 행보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기존 독립영화계의 생태계를 소모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제작 역량을 결합해 새로운 판을 짜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기존 독립영화의 지원 제도에 기대기보다, 상업적 인프라 속에서 스태프들과 함께 자생적인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어서다. "'얼굴' 때랑 '실낙원' 때 적어도 이제 이런 작업을 하는데 산업 구조를 좀 흐트리고 싶지는 않았다. 독립 영화 지원을 받는다거나 혹은 독립 영화 인정이라고 하는 게 있는데 그런 지원을 받지 않았다. 그런 지원은 기존에 독립영화를 많이 하시는 분들이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어 그는 대형 배급사와 거대 자본 중심의 기존 충무로 시스템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방식으로 관객과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을 강조했다. "지금은 영화의 흥행이라는 게 좀 공평해졌다. 흥행이 옛날처럼 체계가 있는 상태가 아니니까 오히려 지금 이런 작은 영화들을 해볼 수 있는 거 아닐까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

블록버스터의 공식에서 벗어나 저예산 실험을 이어가는 궁극적인 이유는 결국 영화라는 매체가 가진 고유한 힘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그는 정형화된 상업 영화의 문법에서 벗어나, 관객이 영화관이라는 공간에서 온전히 개인적이고 깊이 있는 체험을 하기를 바란다.

"보편적 공감을 만들어내는 영화를 기획하는 건 도전적이기도 하고 그나마 재밌는 일이기도 하지만, 영화 만들기가 한 가지 방향으로 맞춰져 있다면 그것도 재미가 없다. 영화관이라는 공간이 타인과 연결되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아주 개인적인 공간이기도 하니까. 채널 드라마만 하더라도 굉장히 많은 사람에게 보여지는 매체지만, 아주 개인적인 엔터테인먼트를 즐기게 하고 '실존이 뭐지?' 하고 아주 개인적인 고민을 하는 것도 깊은 엔터테이닝을 할 수 있는 게 영화관이다."

"새 장난감이 망가질 때까지 가지고 놀겠다"던 그의 말처럼, '얼굴'에서 '실락원'으로 이어지는 이 거침없는 실험은 시스템의 한계를 넘어 영화가 도달할 수 있는 가장 깊은 사유의 영역을 탐구하는 연상호 감독만의 치열한 도전이 되고 있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출처 CJ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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