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장자' 박종서, 뇌종양으로 은퇴 후 사비 100억 투자…"후배 양성"

대한민국 1세대 자동차 디자이너 박종서가 국민차 탄생에 얽힌 이야기와 후배 양성을 향한 남다른 철학을 공개했다. 뇌종양으로 현업에서 물러난 뒤에도 사비 100억 원을 투자해 자동차 디자인 인재 육성에 나선 그의 행보가 깊은 울림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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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방송된 EBS '서장훈의 이웃집 백만장자'는 '자동차로 대한민국을 부자로 만든 일등 공신' 박종서 편으로 꾸며졌다. 박종서는 H사에서 25년간 근무하며 여러 국민 자동차의 디자인을 이끈 인물이다. 고(故) 정주영 회장부터 정몽구 회장까지 역대 회장들의 신임을 얻으며 회사의 성장과 함께했고, 한국 자동차 디자인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데 기여했다.

박종서가 처음부터 자동차 디자이너를 꿈꿨던 것은 아니다. 가전제품 회사에서 TV 디자이너로 일하던 그는 한 유명 잡지에 소개된 것을 계기로 고(故) 정세영 회장의 눈에 들었다. 이후 33세에 H사의 첫 자동차 디자이너로 발탁되며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회장의 권유로 영국 왕립예술대학에 진학해 자동차 디자인을 본격적으로 공부했다.

유학 시절은 녹록지 않았다. 다른 학생들이 쓰고 버린 검정 테이프를 주워 자동차 도면을 그렸고, 생활비가 부족해 벤치에서 인스턴트 빵으로 끼니를 해결하기도 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디자인을 향한 열정만큼은 놓지 않았고, 이러한 경험은 이후 한국 자동차 디자인의 기반을 다지는 밑거름이 됐다.

방송에서는 박종서의 대표작에 얽힌 뒷이야기도 공개됐다. 역동적인 상어의 곡선을 형상화한 티뷰론은 회사 내부의 거센 반대를 넘어 완성한 작품 중 하나였다. SUV 디자인의 상징으로 꼽히는 싼타페 역시 세계 시장의 흐름을 읽어낸 그의 안목이 반영된 결과물이었다.

자동차 디자인 강국 이탈리아 팀과 경쟁해 탄생한 스쿠프는 복잡한 기교보다 단순함을 앞세운 디자인으로 주목받았다. 자동차 디자인 분야에서 불모지나 다름없던 한국의 가능성을 세계에 알린 사례이기도 했다.

수많은 작품 가운데 박종서가 최고의 흥행작으로 꼽은 모델은 아반떼였다. 그는 '도깨비 눈'을 떠올리게 하는 독특한 램프 디자인에 대해 “뒤에서 따라오는 차가 봤을 때 여우의 눈매처럼 보이도록 의도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디자인의 자립을 이끌고 자동차 디자이너 최초로 임원 자리에 오른 그는 성과금을 직원들에게 나눠준 일화도 전했다. 수억 원에 달하는 성과금을 받았을 때 함께 고생한 직원들에게 전부 나눠줬다는 이야기는 그의 경영 철학을 보여줬다.

탄탄대로를 걷던 그에게도 시련은 찾아왔다. 어느 날 얼굴의 감각이 사라지는 이상 증세를 겪었고, 검사 결과 뇌종양 진단을 받았다. 수술 이후 한쪽 얼굴의 감각과 청력을 완전히 잃은 그는 결국 57세에 오랜 시간 몸담았던 회사를 떠났다.

하지만 은퇴가 그의 도전을 끝내지는 못했다. 박종서는 사비 100억 원을 투자해 자동차 디자인의 기본 원리부터 실전까지 배울 수 있는 '자동차 공장'을 설립하고 후배 디자이너 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그는 “디자인의 힘이 나라를 부자로 만들기 때문”이라고 밝히며 디자인 교육에 대한 사명감을 드러냈다.

박종서는 “저는 26년 된 자동차를 몰고 다니지만, 제가 만든 자동차들이 밑거름이 되어 대한민국을 일으킬 디자이너들이 많이 나오길 바란다”고 전했다. 개인의 성공을 넘어 다음 세대의 성장을 위해 자신의 경험과 자산을 나누는 그의 모습은 부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했다.

한편 EBS '서장훈의 이웃집 백만장자'는 매주 수요일 오후 9시 55분 방송되며, 방송 이후 넷플릭스와 Wavve 등 OTT에서도 시청할 수 있다.

iMBC연예 유정민 | 사진출처 EBS '서장훈의 이웃집 백만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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