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M] '백수 이세돌', 바둑돌 대신 맥주컵으로 놓은 신의 한 수★★★☆

바둑돌을 놓고 알파고와 대적했던 이세돌이 이번에는 맥주컵을 들고 AI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AI 시대도 대체하지 못할 인간의 신의 한 수가 이세돌의 낯선 도전에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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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첫 방송된 KBS 2TV 예능 '백수 이세돌'은 2016년 알파고를 상대로 전설적인 1승을 거둔 뒤 바둑계를 떠난 '인류 대표 백수' 이세돌의 피, 땀, 눈물이 섞인 아날로그 생존기다.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는 공포가 전세계적인 화두에 올랐다. 이제는 '어느 직업을 가져야 할까'가 아닌, '어느 직업이 AI에게 대체되지 않을까'를 고민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백수 이세돌'은 AI를 상대로 승리를 거둔 동시에, AI의 등장으로 직업을 잃은 이세돌이 새로운 직업을 찾아 나서는 과정을 담는다. 특히 세기의 대결로 회자되는 알파고 대국이 10주년을 맞았다는 점에서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와 시의성이 맞물리며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예능 프로그램의 주인공으로 바둑기사 출신 이세돌을 내세웠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승리를 거둔 전설적인 바둑기사지만, 24년 간 몸담았던 바둑계를 떠난 지금은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야 하는 사회초년생이나 다름없다. 정상의 자리에 올랐던 인물이 익숙한 세계를 벗어나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삶에 뛰어드는 과정은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전하는 동시에 새로운 출발을 앞둔 이들의 고민을 환기한다.

24년 간 바둑판 위에서 두뇌 승부를 펼쳐온 이세돌이 이번에는 육체노동에 도전한다. 제작진은 "AI가 절대 하지 못할,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볼 것"이라고 선언하며 사람을 상대하는 서비스직부터 고된 노동이 요구되는 특수 현장직까지 다양한 직업을 이세돌에게 제시했다. 본격적인 도전에 앞서 바둑 외에 새로운 경제활동에 나서게 된 이세돌은 "나는 서투르고 어설픈데, 더군다나 느리기까지 하다"며 지난 43년을 돌아봤다. 그러나 그는 "어설프게 할 생각이 없다. '찍먹' 하지 않고, 정말 진지하게 들어갈 것"이라고 특유의 승부사 기질을 드러내며 낯선 도전을 두려워하기보다 새로운 경험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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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와 걱정, 포부를 안고 이세돌이 처음으로 도전한 일은 야구장에서 맥주를 판매하는 '맥주보이'였다. 사회초년생이나 다름없는 이세돌이 낯선 사람들을 상대하는 동시에 육체노동까지 소화한다는 점에서 흥미를 끌었다. 그러나 바둑판을 떠나 맥주를 따르는 그의 모습은 단순한 직업적 반전에서 오는 재미를 넘어섰다. AI를 상대로 승리를 거뒀던 이세돌이 이번에는 예측할 수 없는 현실의 변수에 맞서며 인간만이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 줬기 때문이다.

10년 전인 2016년, 이세돌은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1승을 거뒀다. 알파고가 수천 만 번의 연습 대국을 통해 학습한 바둑의 정석을 따르는 대신, 인간의 창의성이 빚어낸 예측 밖의 수로 승리를 거둔 것이다. 당시 이세돌은 너무나도 완벽하게 묘수를 파악하고 있는 알파고에게 '실수'를 유발하게 했다. 알파고가 학습하지 않은, 인간만의 창의성에서 나오는 변수를 바탕으로 실수를 유발해 내는 이세돌의 한 방은 최고의 묘수로 평가받았다.

이번 맥주보이 도전에서도 비슷한 맥락을 발견할 수 있다. 맥주를 따르는 과정에서 거품이 넘치고 카드 결제 기기에 오류가 발생하는 등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잇따랐다. 정해진 수순대로 움직이는 데 익숙한 이세돌에게는 바둑판 위에서 경험하지 못한 종류의 난관이었다. 그러나 이세돌은 현장의 메뉴얼을 따르는 데 그치지 않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을 통해 위기를 극복했다. 바둑판 위에서 예측을 벗어난 한 수로 완벽한 메뉴얼을 숙지한 인공지능을 무너뜨렸던 이세돌이 이번에는 현실의 변수를 마주하며 인간만이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을 선보인 셈이다. 이세돌은 AI가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지를 묻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들어 주며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10년 전 알파고와의 대국이 단순한 '인간 대 기계의 승부'를 넘어 기술의 발전 속에서 인간의 존재와 가치를 고민하게 했다면, 이제는 AI와 공존하는 시대에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묻는 시대가 됐다. AI와의 대결에서 인간의 가능성을 증명했던 이세돌이 '백수 이세돌'을 통해 어떤 능력을 발견해 자신만의 새로운 길을 만들어갈지 기대가 모인다.

iMBC연예 장주원 | 사진출처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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