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하거나 대단하거나. '재혼황후'가 잔잔했던 'K-드라마' 호수에 큰 돌덩어리를 던졌다.

오는 4일 디즈니+에서 공개되는 오리지널 시리즈 '재혼 황후'는 동대제국의 완벽한 황후 '나비에'(신민아)가 도망 노예 '라스타'(이세영)에게 빠진 황제 '소비에슈'(주지훈)로부터 이혼을 통보받고, 이를 수락하는 대신 서왕국의 왕자 '하인리'(이종석)와의 재혼 승인을 요구하며 벌어지는 로맨스 판타지 대서사극이다.
제작 소식이 전해졌을 때부터, 원작 팬들은 물론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원작 웹소설의 설정인 서양 황실 세계관을 고스란히 가져와 영상으로 구현해내겠다는 '재혼 황후'였다. 한국 드라마 최초의 시도다. 서양풍 로맨스 판타지를 영상화했던 사례가 없진 않았다. KBS2 드라마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2025)가 서양풍 배경이었으나, 한국 대중들에게 익숙한 사극 로맨스로 리메이크됐다. 좋든 싫든 '재혼황후'가 개척자의 길을 걷게 된 셈이다.
여러모로 실험적인 드라마라는 건 확실하다. 우선 중세 유럽풍 복식, 공간과 문화 등 시각적인 요소들이 넷플릭스 '브리저튼'이 아닌 오롯이 한국 배우들에 의해 구현됐다는 점이 놀랍다. 화려한 세트와 설치된 미술을 보며 눈이 즐거운 순간도 더러 있다. 특히 매 장면마다 달라지는 신민아의 화려한 드레스와 황궁 안 여러 눈부신 공간들이 그렇다. 다만 뮤지컬과 연극 등에서 이미 이런 그림을 많이 접한 적 없다면 이 낯선 세계관에 빠르게 몰입하기엔 버거울 수 있겠다.

'재혼황후'는 낯섦으로만 정체성을 채우진 않는다. 서로를 '소비에슈', '나비에'라고 칭하지만 한글로 쓰인 문서가 곳곳에 있고 한국 사극 말투와 비슷하게 들리는 말들이 있기도 하다. 소위 '막장 로맨스'를 강조한 서사는 지극히 한국적이다. 네 남녀의 사랑과 배신이 맞물리고 서로의 욕망이 교차하는 순간에서 터지는 도파민은 'K-드라마' 시청자에게 익숙한 바로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질적인 요소들의 조합은 '재혼황후'만의 독특한 매력으로 작용한다. 서양풍 황실이라는 낯선 외피 안에 익숙한 한국식 멜로드라마의 문법을 심어놓은 만큼, 복잡한 세계관을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인물들의 감정과 관계를 따라가는 데 큰 어려움은 없다. '재혼황후'가 이 세계관을 대담한 기세로 밀어붙일 수 있는 이유다.
익숙함과 낯섦의 감정을 균형있게 유지하는 건 배우들의 몫이다. 어느 하나 몰입이 부족한 인물들이 없다. 극 중 빌런 격인 라스타를 연기한 이세영은 캐릭터 연기에 상당한 설득력을 갖춰야하는 난도 높은 연기를 무리없이 소화한다. 하인리 역의 이종석 역시 새와 인간을 오가는 비현실적 캐릭터로서, 이 세계관을 100% 판타지로 받아들이는 데 전혀 어색함 없는 모습을 보여준다. 설렘과 분노를 시시때때로 오가는 신민아의 표정 연기도 감탄을 부른다.
'재혼황후'의 성패는 K-드라마의 확장성을 점검할 수 있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글로벌 OTT를 통해 전세계에 공개되는 만큼 소재와 세계관의 제약이 이전보다 무의미해진 상황에서 K-드라마가 어디까지 지평을 넓힐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iMBC연예 백승훈 | 사진출처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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