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평 속에 공연을 이어온 뮤지컬 '엘리자벳'이 오는 11월 15일 종연을 앞두고 마지막까지 뜨거운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배우들의 개성 있는 캐릭터 해석부터 새롭게 제작된 무대와 의상까지, 이번 시즌만의 볼거리가 관객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뮤지컬 '엘리자벳'은 오스트리아 황후 엘리자벳의 실제 삶을 바탕으로 화려한 황실의 이면에 자리한 고독과 자유에 대한 열망을 그린 작품이다. 역사 속 인물의 서사에 판타지적 존재인 '죽음(Der Tod)'을 결합해 독창적인 이야기를 완성했다. 시대와 신분이라는 제약 속에서도 자신의 삶과 자유를 찾으려는 한 인간의 여정을 밀도 있게 담아낸다.
1992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초연된 '엘리자벳'은 이후 전 세계 14개국에서 10개 언어로 공연되며 누적 관객 1,270만 명 이상을 기록했다. 역대 독일어권 뮤지컬 가운데 가장 성공적인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2012년 첫선을 보인 뒤 다섯 차례 시즌을 거치며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제6회 더 뮤지컬 어워즈' 8관왕, '제18회 한국뮤지컬대상' 4관왕을 비롯해 '제8회 골든티켓 어워즈' 작품 대상과 뮤지컬 작품상을 수상하며 작품성과 흥행성을 인정받았다.
이번 시즌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배우마다 서로 다른 색깔로 완성한 엘리자벳이다. 린아는 황후의 긴 생애를 섬세한 연기로 풀어내며 자유를 향한 갈망을 설득력 있게 표현한다. 실제 엘리자벳을 떠올리게 하는 높은 외모 싱크로율 역시 관객들의 관심을 끄는 요소다.
전 시즌에 이어 다시 무대에 오른 이지혜는 한층 깊어진 감정 연기로 호평을 얻고 있다. 자신의 삶과 자유를 지키려는 엘리자벳의 내면을 더욱 풍부하게 해석하며 인물의 서사를 탄탄하게 쌓아 올린다. 중도 합류한 박지연은 섬세한 감정 표현과 뛰어난 가창력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엘리자벳을 선보인다. 자유를 꿈꾸면서도 세월 속에서 점차 시들어가는 황후의 모습을 그려내며 새로운 매력을 더하고 있다.
엘리자벳의 곁을 맴돌며 끊임없이 유혹하는 '죽음' 역 배우들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서경수는 우아하면서도 관능적인 분위기에 힘 있는 가창력을 더해 인물의 매력을 극대화한다. 엘리자벳을 깊이 사랑하는 듯한 감정 표현으로 캐릭터에 설득력을 부여한다. 고은성은 신비롭고 베일에 싸인 듯한 분위기를 앞세워 자신만의 '죽음'을 완성한다. 엘리자벳을 향한 유혹과 밀고 당기는 감정의 흐름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극의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초연 멤버인 김준수는 이번 시즌 중도 합류해 다시 한번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낸다. 2012년 초연부터 쌓아온 자신만의 음색과 무대를 압도하는 아우라로 대체하기 어려운 '죽음'을 만들어내고 있다.
극의 이야기를 냉소적인 시선으로 이끄는 해설자 루케니 역 역시 다양한 매력을 보여준다. 2012년 초연 당시 루케니 역으로 '제6회 더 뮤지컬 어워즈'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박은태는 또렷한 발성과 강렬한 고음을 앞세워 '루케니 장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새로운 루케니를 구축했다는 호평을 받은 강홍석은 8년 만에 돌아와 객석과 직접 호흡하며 극과 현실을 넘나드는 무대 장악력을 선보인다. 이번 시즌 새롭게 합류한 노윤은 사건의 안내자이자 당사자인 루케니의 이중적인 면모를 섬세하게 표현한다. 캐릭터 특유의 강렬한 고음까지 안정적으로 소화하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배우들의 다양한 해석은 이번 시즌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다. 소녀 시절의 자유분방함부터 노년의 고독까지 폭넓게 표현하는 엘리자벳, 우아함과 관능미, 신비로움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보여주는 죽음, 객석을 극 속으로 끌어들이는 루케니까지. 어떤 배우들이 한 무대에서 호흡하느냐에 따라 같은 장면도 전혀 다른 분위기로 완성된다. 대극장 무대를 대표하는 배우들이 만들어내는 다채로운 조합은 이번 시즌에서 놓치기 어려운 관전 포인트다.
무대와 의상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탄탄한 이야기와 음악은 유지하면서도 10여 년 만에 새롭게 제작된 무대는 작품의 시각적 완성도를 높였다. 엘리자벳의 부채 디자인에서 착안한 거대한 프로시니엄과 독수리 조형물, 기존 무대의 초상화가 있던 자리를 대신하는 화려한 머리장식 모티프의 대형 액자와 드레스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웅장한 고딕 양식의 돌기둥과 '죽음'의 아우라를 강조하는 대형 스크린 영상효과도 작품의 분위기를 한층 깊게 만든다.
'죽음과 삶'을 콘셉트로 새롭게 제작한 의상도 특징이다. 엘리자벳의 의상은 총 16벌이며, 시대별 변화를 표현하기 위한 패티코트만 6종에 이른다. 소녀에서 황후를 거쳐 노년에 이르는 인물의 생애를 의상으로 세밀하게 보여준다. '죽음'은 기존의 로맨틱한 이미지를 덜어내고 고딕적인 요소를 강화해 절제된 매력을 살렸으며, 루케니는 배우별 개성을 반영한 의상으로 각기 다른 캐릭터의 색을 드러낸다.
역사적 인물의 삶에 판타지를 더한 탄탄한 서사, 귀를 사로잡는 음악, 배우들의 개성 있는 연기와 새롭게 단장한 무대까지. '엘리자벳'은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작품의 저력을 이번 시즌에도 입증하고 있다. 종연을 앞둔 마지막 무대가 관객들에게 어떤 여운을 남길지 기대된다.
한편, 뮤지컬 '엘리자벳'은 오는 11월 15일까지 서울 블루스퀘어 우리은행홀에서 공연된다.
iMBC연예 유정민 | 사진출처 EMK뮤지컬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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