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 중독은 거짓말의 병…처벌보다 가족에게 들키는 게 더 두려워" 전문 상담가가 말하는 청소년 불법 스포츠 도박 실태 [청소년도박②]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는 어디에든 있다. 불법 동영상 사이트나 성인 영상 사이트에 접속하면 언제든 함께하는 사이트가 바로 불법 스포츠 도박이다. 특히나 불법 스포츠 도박 업자들은 '성'에 대한 호기심이 높은 청소년들을 겨냥해 불법 성인 동영상을 볼 수 있는 사이트를 만든 뒤 찾아온 청소년들이 불법 스포츠 도박을 하도록 만든다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는 어디에든 있다. 불법 동영상 사이트나 성인 영상 사이트에 접속하면 언제든 함께하는 사이트가 바로 불법 스포츠 도박이다. 특히나 불법 스포츠 도박 업자들은 '성'에 대한 호기심이 높은 청소년들을 겨냥해 불법 성인 동영상을 볼 수 있는 사이트를 만든 뒤 찾아온 청소년들이 불법 스포츠 도박을 하도록 만든다

최근 화제를 모은 드라마 '참교육'과 '모범택시3'엔 불법 스포츠 도박에 빠진 청소년 캐릭터들이 등장해 충격을 안겼다. '참교육'에선 도박 때문에 수천만원 빚을 진 청소년과 교내 도박 조직을 묘사했고 '모범택시3'에선 게임인 줄 시작한 도박에 사채업자 협박을 받는 학생이 등장했다. 드라마 속 과장된 가공의 이야기라고 넘길 일이 아니다.

경찰청에 따르면 사이버도박 특별단속에서 적발된 청소년은 한 해 7153명. 처음 돈을 거는 나이는 평균 12.5세다. 이제 아이들은 도박을 게임처럼 접하고, 빠져들어, 중독되기에 이른다.

청소년기에 손 댄 도박은 군 복무 기간에도, 사회인이 된 뒤에도 이어지며 인생을 무너뜨리고 가정과 사회를 병들게 한다.

더게이트는 갈수록 심각성을 더해가는 청소년과 군장병 스포츠 도박 중복 문제와 관련해 전문가와 현장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구체적이고 현실성 있는 해법과 대안을 찾아나갈 예정이다. 그 첫 걸음으로 올해 열린 '2026 청소년 도박문제 포럼'과 '도박중독 추방의 날 포럼'에서 전문가와 현장 관계자들이 내놓은 실태 진단과 해법을 연속 보도로 전한다.

[더게이트=국회]

"도박을 하는 청소년에겐 '도박'이 돈이 되고, 불법 도박 생태계에 있어선 '도박을 하는 청소년'이 돈이 된다."

수많은 불법 스포츠 도박 중독 청소년을 상담한 고승환 경기남부도박문제예방치유센터 부센터장이 말하는 실태다. 고 부센터장은 지난 8월 26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2026 청소년 도박문제 포럼'에서 두 번째 주제발표에 나서 '실제 현장에서 만나는 청소년 도박문제'를 소개했다.

고 부센터장은 먼저 청소년 도박 문제를 바라보는 분위기 변화를 이야기했다. 청소년 도박이 언론과 미디어를 통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예방과 치유 정책이 구체화되는 분위기다. 경찰청과 교육청, 법무부, 여성가족부, 지방자치단체가 다각적인 협력사업에 나섰다. 고 부센터장은 현장의 전문가로서 이런 흐름에 희망을 느낀다고 밝혔다.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다. 지역사회에서 예방·치유 사업을 하며 시민과 관계자를 만날 때마다, 청소년 도박을 통합적으로 보기보단 도박이 낳는 폐해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마주한다. 지금 청소년의 도박은 교사와 경찰, 보호자 같은 성인들이 아는 과거의 도박과 다르다. 사람들은 자신이 잘 모르는 생소한 문제를 만나면 본질보다 눈앞에 드러난 폐해와 결과에 매달리는 경향이 있다. 사회적 인식에 큰 영향을 주는 미디어도 마찬가지다.

미디어 속 청소년 도박은 대개 극단적인 모습을 취한다. 성인 범죄자처럼 거리낌 없이 도박을 즐기고, 판돈을 마련하려고 서슴없이 범죄를 저지른다. 가족의 고통에는 공감하지 못한 채 돈을 딸 때의 쾌감과 스릴에만 몰두하다가, 결국 돈을 모두 잃고 사채를 쓰다 협박에 시달린다.

이런 장면을 본 대중은 단편적인 통제와 처벌이 답이란 결론으로 향하기 쉽다. "어떻게 청소년이 도박을 하냐, 따끔하게 혼을 내야 한다, 스마트폰을 당장 빼앗아야 한다"는 비난이 나온다. "학교와 부모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 탓이다"라며 책임을 떠넘기기도 한다. "당장 도박 사이트를 모조리 폐쇄해야 한다"는 비현실적 해결책도 등장한다.

고 부센터장은 이런 왜곡된 시선과 단편적인 대처가 낙인효과를 키울 뿐이라고 했다. 비난과 처벌이 두려운 청소년들은 도움을 요청하는 대신 더 깊은 음지로 숨어든다. 그런데 고 부센터장이 정작 상담 현장에서 만나는 청소년들의 모습은 미디어에 비친 모습과는 다른 경우가 많다. 자신이 겪는 복잡한 감정과 고민을 안고 두려움에 떠는 평범한 학생들이다.

다른 중독과 도박의 차이...'돈을 딸 수 있는' 중독청소년 도박 유형의 연도별 변화상.청소년 도박 유형의 연도별 변화상.

고승환 부센터장은 청소년 도박을 통합적으로 이해하려면 다른 중독과 달리 도박으로는 '돈'을 딸 수 있다는 특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청소년이 이용하는 도박의 흐름과 변화를 읽고, 청소년에게 돈이 어떤 가치와 의미인지 다각도로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2010~2013년을 기점으로 청소년 사이에서 불법 스포츠도박이 퍼지기 시작했다. 이후 2013년 등장한 '사다리 도박'이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전국으로 급속히 퍼졌다. 이어 2019년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바카라 도박'이 청소년 사이에 깊게 자리 잡았다.

운으로 결정되는 아주 빠르고 단순한 도박이 등장하자 많은 청소년이 도박을 시작했고, 자극의 빈도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고 부센터장은 충동을 다스리는 뇌 기능이 아직 덜 자란 청소년의 특성과 맞물려 중독 위험이 급격히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감정 조절이 서툰 청소년들은 결과를 기다리는 불안을 견디기보다, 빠르게 결과를 확인하고 즉각 감정을 해소하는 경험에 끌렸다. 여기에 '통제력의 환상'이 더해졌다. 사다리와 바카라는 스포츠 도박과 달리 100% 운으로 결정된다. 그런데도 청소년들은 자신의 분석으로 결과를 통제했다는 착각을 되풀이해 경험하며 비합리적인 믿음을 키웠다. 고 부센터장은 일상에서 결정권이 거의 없는 청소년들이 도박 안에서는 강력한 통제감을 맛본다고 짚었다.

도박이 파고드는 이유..."돈이 되기 때문"실제 현장에서 만나는 청소년 도박문제를 소개한 고승환 경기남부도박문제예방치유센터 부센터장(사진=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실제 현장에서 만나는 청소년 도박문제를 소개한 고승환 경기남부도박문제예방치유센터 부센터장(사진=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고승환 부센터장이 청소년 도박을 이해하는 또 다른 축으로 꼽은 것은 청소년에게 돈이 갖는 의미다. 청소년 도박이 퍼지면서 학교와 지역사회에는 '도박-고금리 사채-통장 명의대여'로 이어지는 불법 생태계가 자리 잡았다. 이 생태계는 국가 대책보다 훨씬 빠르게 청소년의 삶에 파고들었다. 이유는 하나, "돈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모인 돈은 결국 성인에게 흘러간다.

돈의 의미도 달라졌다. 지금의 기성세대가 1980~1990년대에 경험한 돈과 지금 청소년이 경험하는 돈은 다르다는 것이다. 고 부센터장은 지금 청소년들이 SNS와 미디어를 통해 공부나 운동, 예술처럼 잘하는 게 없어도 돈만 있으면 미래도, 친구도, 사랑도 살 수 있다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접하며 자랐다고 했다. 이런 환경 속에서 가장 빨리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택하고 적응해 왔다는 것이다.

반면 돈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기르는 교육은 2025년이 돼서야 공교육에서 시작됐다. 그마저도 금융 지식과 자산 형성에 집중돼 있다. 도박과 투기, 불법 금융거래, 사금융, 신용 불량 같은 위험을 다루는 비중은 작다. 고 부센터장은 금융 지식은 알려주지만 돈을 다스리는 힘을 길러주기는 어렵고, 물질만능주의도 풀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했다.

그 결과 청소년에게 돈 문제는 '위험'이 아니라 '돈을 가진 나'와 '돈이 없는 나'의 문제로 다가온다. 돈을 갖기 위해 도박을 하고, 확정된 손실을 피하려고 다시 도박으로 돈을 따려 한다. 이 행동이 반복되면서 중독과 폐해의 위험이 커진다.

고 부센터장은 청소년 도박이 겉으로는 재미와 스릴이라는 자극에서 출발하지만 곧 그 차원을 넘어선다고 했다. 청소년기의 불안정성과 맞물려, 삶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 미래의 불확실함을 도박과 도박으로 딴 돈으로 통제하려는 심리와 연결된다는 것이다.

'소속의 비용'이 된 도박도박에 쉽게 노출되는 청소년들(사진=제미나이 생성 이미지)도박에 쉽게 노출되는 청소년들(사진=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다음으로는 또래집단의 역동과 청소년 개인의 심리를 살펴볼 차례다. 고승환 부센터장은 최근 청소년 도박 연구들이 가장 주목하는 주제가 '또래집단의 역동'이라고 했다. 성인의 도박은 대개 개인에 국한된 환경에서 이뤄진다. 반면 청소년과 대학생, 군인 같은 초기 청년층에서는 집단 문화와 강하게 결합해 퍼진다.

관계에서 소외되지 않으려 또래를 따라 하다 보면 도박은 위험한 행위가 아니라 소속을 위해 치러야 할 비용이 된다. 돈은 부모와 학교가 풀어주지 못한 관계의 문제도 대신 해결해 준다. 청소년들은 도박과 돈으로 과시와 인정 욕구를 채우고, 관계 속 스트레스를 피하려 한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일정 시기 이상 도박을 하면 또래집단은 조직적이고 상업적인 관계로 바뀐다. 이때 또래집단은 더는 안전망 역할을 하지 못한다. 그 빈자리에서 미디어가 그리는 도박의 일상화와 범죄 가담, 극심한 폐해가 생겨난다. 고 부센터장은 또래 관계가 상업화되면 인간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이 생기고, 소중한 가치가 돈으로 바뀌면서 엄청난 압박을 받게 된다고 했다. 그 압박 앞에서 도덕적 죄책감은 일시적으로 마비된다.

그 바닥에는 돈으로 어른이 되고 싶은 왜곡된 욕구가 있다. 돈이 단순한 유희의 수단을 넘어 어른들이 누리는 통제권과 자율성, 유능감을 한꺼번에 주는 수단이라는 믿음이 강해진다. 청소년들은 도박으로 딴 돈으로 또래 사이에서 인정받으며 진짜 어른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진다. 낮은 자존감을 돈으로 메우며 겉으로는 강한 척한다. 하지만 손실이 반복되고 빚이 늘고 관계가 무너지면 그 외벽도 함께 무너진다. 그때 드러나는 것은 청소년의 유약함과 무력감이다.

가면 뒤의 두려움

고승환 부센터장은 미디어가 바로 이 지점을 비추며 도박하는 청소년을 미성숙한 존재로만 보여준다고 했다. 미디어의 묘사가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다. 당장 관심을 모으고 대책을 마련하려면 때로는 단편적인 프레임도 필요하다. 하지만 청소년 도박의 본질에 다가가려면 표면 아래에서 작동하는 환경과 심리를 깊이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이다.

미디어 속 비극적인 결말은 경고 메시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고 부센터장은 경고와 경각심만으로는 청소년의 도박을 막기 어렵다고 했다. 상담 현장에서 보면 도박 초기의 청소년은 자극을 좇으며 보상과 재미를 바라고 다가간다. 그러다 빚 독촉이 시작되고 도박 사실이 가족이나 학교에 알려질지 모른다는 불안이 커지면 겁을 먹는다.

상식대로라면 이때 도박을 멈춰야 한다. 그런데 현장의 청소년들은 역설적으로 도박으로 생긴 문제를 다시 도박으로 빨리 해결하려 한다. 자신의 삶을 도박 이전으로 되돌려 놓으려 필사적으로 애쓰면서 불안과 두려움을 마비시킨다.

상황을 통제할 수 없다는 공포에 빠지면 자기방어적 공격성이 나타나기도 한다. 지금 이 상황을 당장 해결해야 한다는 목적만 남아 억지로 상황을 통제하려는 과도하고 거친 행동이 나온다. 고 부센터장은 이해하기 힘든 겉모습이 아니라, 가면 뒤에 숨어 예상하지 못한 결과에 당황하고 겁먹은 청소년의 마음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청소년이 도박을 멈추기 힘든 진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고 부센터장은 처벌에 대한 두려움보다, 가족에게 들키기 전에 도박으로 딴 돈으로 빚을 갚고 과거의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절박함이 더 크다고 했다. 법적 처벌보다 빚을 빨리 해결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훨씬 커서, 도박으로 생긴 위기를 다시 도박으로 해결하려는 굴레에 빠진다는 것이다.

"도박중독은 거짓말의 병입니다." 고 부센터장의 말이다. 치유의 첫걸음은 문제를 인정하고 솔직해지는 것이지만, 겁먹은 청소년들은 입을 닫고 음지로 숨어든다. 고 부센터장은 정책을 세우는 과정에서도 겁먹은 청소년과 당황한 보호자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청소년에게 솔직함을 요구하기 전에, 우리 사회가 그들의 엇갈리는 마음과 두려움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단속은 업자에게, 안전망은 청소년에게미디어에서는 도박 중독의 극단적인 결과를 주로 묘사한다(사진=제미나이 생성 이미지)미디어에서는 도박 중독의 극단적인 결과를 주로 묘사한다(사진=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고 승환 부센터장은 예방·치유·규제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공중보건 관점의 접근을 주문하며 세 가지를 제안했다.

첫째는 대상에 따른 대응의 이원화와 청소년 중심의 조기 개입 체계다. 도박에 빠진 청소년과 이들을 이용하는 불법 생태계를 명확히 분리해야 한다.

불법 도박업자와 고금리 사채업자에게는 무관용 단속과 법적 제재를 가하고, 청소년에게는 처벌과 통제가 아닌 치유와 회복의 안전망을 제공해야 한다. 청소년 채무에 대응하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과 경찰 등의 전문 대응팀도 필요하다. 최근 시행된 자진신고제가 실효를 거두려면 성인이 주도하는 감시를 넘어, 청소년과 보호자가 두려움 없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둘째는 보호자를 중심으로 한 게이트키퍼 교육이다. 게이트키퍼는 주변의 위험 신호를 먼저 알아보고 도움으로 이어주는 '문지기'를 말한다. 스마트폰 사용 패턴의 변화나 금전 문제, 정서 불안 같은 이상 징후를 가장 먼저 알아챌 수 있는 사람은 일상을 함께하는 보호자다.

고 부센터장은 교사와 경찰, 전문기관 중심의 게이트키퍼 교육을 넘어, 보호자가 조기 징후를 파악하고 당황하지 않고 전문기관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지금의 예방활동은 관계기관의 성인이 주체가 되고 청소년은 일방적인 수혜자에 머문다. 청소년과 보호자를 중심에 두는 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셋째는 일상 속 사행성 환경 개선과 공교육 안의 위험관리 교육이다. SNS와 유튜브에 쏟아지는 불법도박 광고도 문제지만, 청소년들은 등하굣길과 미디어에서 건전한 레저로 홍보되는 합법 사행산업 광고에도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고 부센터장은 청소년들이 합법 사행산업과 불법도박을 구분하지 않고 모두 똑같은 도박으로 인식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여기에 주식·가상자산 레버리지, 선물·마진거래 같은 고위험 투자 열풍과 청소년들이 즐겨 하는 게임 속 확률형 아이템 문화가 사행심을 일상적인 것으로 여기게 만든다.

고 부센터장은 사회적 사행성 환경을 바로잡는 동시에, 학교에서는 자산 형성을 가르치는 금융 지식을 넘어서야 한다고 했다. 도박과 불법 금융의 위험을 관리하고, 자극에 흔들리지 않는 정서 조절과 자기주장 교육이 뿌리내려야 한다는 게 고 부센터장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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