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제 규정도 없는데 쿠팡플레이는 예치금 '면제', 타사엔 '80억' 요구…축협의 고무줄 잣대

쿠팡플레이가 진행한 해외 축구팀 초청 경기 포스터(사진=쿠팡플레이)쿠팡플레이가 진행한 해외 축구팀 초청 경기 포스터(사진=쿠팡플레이)

[더게이트]

대한축구협회가 국제친선경기 예치금 면제 조항을 만들기도 전에 공식 후원사 쿠팡플레이의 경기를 면제 처리한 사실이 확인됐다. 축협은 면제 요건을 좁힌 올해도 요건을 갖추지 못한 제주SK FC-바이에른 뮌헨전의 예치금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공개한 축협의 '해외구단 초청경기 개최 내역'을 보면, 축협은 2023년 열린 쿠팡플레이 시리즈 3경기의 예치금을 모두 면제 처리했다. 대상 경기는 7월 27일 팀K리그-아틀레티코 마드리드전, 7월 30일 맨체스터 시티-아틀레티코 마드리드전, 8월 3일 전북현대-파리 생제르맹전이다. 2022년 쿠팡플레이 시리즈 2경기는 '미부과'로 기록됐다.

예치금은 해외 구단 초청경기를 주최하는 측이 축협 승인을 받기 전에 맡기는 일종의 보증금이다. 경기가 갑자기 취소되거나 계약이 지켜지지 않을 때를 대비한 돈으로, 부과 여부와 금액은 축협 '국제대회 승인 및 운영 규정'에 따라 축협이 정한다.

2019년 이후 현역 선수가 뛴 해외구단 초청경기는 축협 자료 기준 모두 15경기다. 이 가운데 예치금을 낸 경기는 2025년 FC바르셀로나 방한 경기를 주최한 디드라이브의 2경기뿐이다. 쿠팡플레이 시리즈 11경기는 미부과 또는 면제였고, 2019년 '호날두 노쇼' 사태가 벌어진 팀K리그-유벤투스전도 예치금이 부과되지 않았다.

'면제 조항' 신설 전부터 면제…경쟁사엔 80억제주 SK FC와 바이에른 뮌헨의 경기 포스터.제주 SK FC와 바이에른 뮌헨의 경기 포스터.

대한축구협회가 예치금 면제 조항을 규정에 넣은 것은 지난 2024년 1월 23일이다. "2년 동안 동일 급의 대회 또는 경기를 안정적으로 진행한 단체는 예치금 부과를 면제할 수 있다"는 단서를 이때 추가했다. 2023년 쿠팡플레이 시리즈가 예치금 없이 진행되고 반년이 지난 시점이다.

2023년 경기에 적용된 2020년 12월 개정 규정에는 "협회는 경우에 따라 승인 전 일정금액의 예치금을 신청단체에 부과할 수 있다"는 문장 하나만 있었다. 면제 요건도, 금액 산정 기준도 없었다. 2024년 조항을 거꾸로 적용해 보더라도 다르지 않다. 쿠팡플레이 시리즈는 2022년에 시작돼 2023년 기준 개최 실적이 1년뿐이었다.

대한축구협회가 국회에 제출한 해외구단 초청경기 개최 내역. 예치금이 부과된 경기는 디드라이브가 주최한 2경기뿐이다(자료제공=김재원 의원실)대한축구협회가 국회에 제출한 해외구단 초청경기 개최 내역. 예치금이 부과된 경기는 디드라이브가 주최한 2경기뿐이다(자료제공=김재원 의원실)

같은 시기 축협이 다른 사업자에게 제시한 기준은 전혀 달랐다. 김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축협은 2023년 해외 구단 초청경기를 추진하던 국내 업체 스타디움엑스에 예치금 80억원을 요구했다. 이후 24억원으로 낮췄지만 납부 기한은 하루 반이었다. 스타디움엑스는 기한 안에 돈을 마련하지 못했고, 경기를 열지 못했다. 같은 규정 아래서 쿠팡플레이 시리즈는 면제되고, 경쟁 업체는 수십억원을 요구받은 셈이다.

축협이 그해 1월 쿠팡플레이의 요청을 받고 영문 서한을 써준 사실도 이날 드러났다. 7일 JTBC 보도에 따르면 쿠팡플레이는 1월 13일 자사가 경기를 여는 기간에 다른 기관의 해외 클럽 초청경기가 열리지 않도록 협조해 달라는 공문을 축협에 보냈다. 축협은 나흘 뒤 전한진 당시 사무총장 결재를 거쳐 "축구협회 또는 K리그 일정과 겹칠 경우 제3자의 경기는 승인하지 않겠다"는 서한을 쿠팡 측에 보냈다.

요건 좁히고도 또 '면제'김재원 의원(사진=김재원 의원실)김재원 의원(사진=김재원 의원실)

대한축구협회는 올해 1월 27일 면제 대상을 '2년 이상 동일 급의 대회·경기를 안정적으로 진행한 단체'로 한정해 규정을 다시 손질했다. 비슷한 규모의 국제경기를 2년 이상 문제없이 치러본 단체만 면제해 주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반년 뒤인 8월 4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주SK FC-바이에른 뮌헨전은 예치금이 면제됐다. 축협 자료에 따르면 이 경기 사업자는 '제주SK FC·아우디'다. 제주SK는 경기를 앞두고 "세계 정상급 클럽이 제주를 찾는 첫 번째 사례"라고 홍보했다. 축협이 정한 실적 요건을 충족했다고 보기 어려운 대목이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축협의 판단은 정반대였다. 축협은 2025년 FC바르셀로나가 FC서울, 대구FC와 맞붙은 2경기를 앞두고 주최사 디드라이브에 약 50억원(협회 자료 기준)의 예치금을 매겼다. K리그 구단이 나선 해외 명문구단 초청경기라는 조건은 같았지만, 누구에겐 약 50억원의 거액 예치금을 부과하고 누구는 예치금을 면제했다.

대한축구협회·한국프로축구연맹-쿠팡 계약 협조사항(자료=김재원 의원실)대한축구협회·한국프로축구연맹-쿠팡 계약 협조사항(자료=김재원 의원실)

김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축협은 2024년 쿠팡·T12와 중계권·후원 계약을 맺으면서 '쿠팡플레이 시리즈 관련 협조사항'을 명시했다. 경기 개최를 심사하고 승인하는 기관이 심사 대상 경기에 협조하기로 약정했단 점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 김 의원은 "국제경기를 심사하고 승인하는 기관이 특정 사업자의 경기 개최를 돕기로 계약한 상황에서 실제 승인 과정에서도 다른 기준이 적용됐다면 그 과정이 공정했는지 철저히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치금은 "축구 팬과 종사자 보호를 위한 정상 업무"라는 게 그간 축협의 주장이었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와 관련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으며 주의 깊게 보고 있다는 취지로 답했다. 김 의원은 이날 오후 전한진 전 축협 사무총장을 증인으로, 이민협 스타디움엑스 대표와 함슬 디드라이브 대표를 참고인으로 불러 추가 질의를 진행 중이다.

핫 뉴스

뉴스 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