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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는 조직 위해 침묵할 존재 아니다”…정수진 계체 논란에 선수위 성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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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월 쿠팡플레이 스포츠팀은 대한축구협회에 '쿠팡이 개최하고자 하는 시기 동안 타 기관의 해외 클럽 초청경기가 열리지 않도록 협조'를 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대한축구협회는 쿠팡플레이의 요구를 수용했다.[더게이트]
국정감사장의 증언이 식기도 전에 시민사회가 움직였다. 참여연대는 10월 7일 '쿠팡플레이의 축구협회 사유화, 철저히 조사·제재해야'라는 제목의 논평을 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감에서 해외구단 초청경기 사업자들이 대한축구협회의 승인 과정을 증언한 바로 그날이다.
참여연대는 한국 스포츠계에 불합리한 사건이 터질 때마다 정의로운 시각에서 올바른 목소리를 내온, 대한민국에서 가장 공신력 있는 시민단체로 꼽힌다. '체육계 안쪽 일'이라며 체육계마저 눈을 돌릴 때도 원칙을 물었던 곳이다. 대표적인 게 2000년 프로야구 선수협 파동이다.
그해 1월 선수들이 선수협의회를 결성하자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창립총회에 참여한 선수 75명을 자유계약선수로 방출하겠다고 공표했다. 선수협 결성에 극렬히 반대하던 KBO와 구단의 동시 압박으로 선수들이 벼랑 끝으로 몰렸을 때, 참여연대는 지지 성명을 내고 선수들 편에 섰다.
당시 참여연대 성명엔 "선수협의회 구성을 힘으로 누르려는 한국야구위원회(KBO)와 구단주들의 횡포를 지켜보며 실망과 우려를 금할 수 없다"는 문장이 담겼다. 참여연대가 선수들의 편을 선 뒤 선수협은 이듬해 1월 KBO의 인정을 받아냈다.
26년 전 야구장에서 힘으로 누르는 쪽을 겨눴던 시선이 이번엔 축구 행정으로 향했다. 참여연대는 증언이 나온 당일에 조사 대상과 적용 법 조항, 요구 사항까지 정리해 내놨다. 축구산업계의 논란을 공정거래와 소비자 권익이라는, 사회 전체의 문제로 끌어올렸다.
"쿠팡, 스폰서십 내세워 축구협회 사유화"
2023년 1월 13일 오후 3시 34분 쿠팡플레이 매니저가 대한축구협회 이00 본부장에게 보낸 이메일 내용. 쿠팡플레이 스포츠팀 매니저는 이 본부장에게 "쿠팡이 개최하고자 하는 시기 동안 타 기관의 해외 클럽 초청경기가 열리지 않도록 협조"를 구했다.
2023년 1월 13일 오후 6시 38분 대한축구협회 이00 본부장이 쿠팡플레이 매니저에 답신한 이메일 내용. 이 본부장은 쿠팡플레이에 "필요하신 내용 준비되는대로 전달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참여연대가 주목한 건 7일 국감에서 나온 증언과 문서다. 참여연대는 논평을 통해 ‘쿠팡플레이가 쿠팡플레이 시리즈 기간에 다른 기관의 해외 클럽 초청경기가 열리지 않도록 축구협회에 요구했다’고 짚었다. 축구협회가 이에 응해 제3자의 경기는 승인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영문 서한을 발부했고, 그 결과 경쟁업체의 해외팀 초청경기가 불이익을 받았다는 것이다.
중소 경쟁업체의 피해도 논평에 담겼다. 참여연대는 ‘해외팀과 K리그팀의 경기를 유치하고도 쿠팡플레이가 추진한 경기와 날짜가 겹치자 관객 동원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월요일로 일정이 밀렸다’는 중소 경쟁업체 대표의 증언을 소개하며 ‘축구협회가 유독 중소 업체에만 50억원의 현금 예치를 요구했고, 쿠팡플레이에는 같은 조건을 면제했다’고 지적했다.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실 자료를 보면 쿠팡플레이 시리즈는 2022년 2경기에 예치금이 부과되지 않았고, 2023년부터 올해까지 9경기에서도 모두 예치금이 면제됐다.
국감에서 함슬 디드라이브 대표는 "저는 쿠팡과 똑같은 일요일에 신청했지만 저는 부결당했고, 쿠팡플레이만 일요일 경기를 승인받았다"고 증언했다. 함 대표가 유치한 FC 바르셀로나 경기는 관중몰이가 어려운 월요일에 열려야만 했다.
결론은 매서웠다. 참여연대는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쿠팡플레이가 스폰서십 관계를 내세워 연간 300억원의 국민세금이 투입되는 축구협회를 사유화하고, 국민 스포츠인 축구를 쿠팡플레이의 OTT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말이 아닌 대안을 제시한 참여연대. 공정거래법 꺼내 들었다.
10월 7일 참여연대 논평 내용이번 참여연대 논평은 법 조항을 구체적으로 짚었다는 점에서 눈에 띈다. 참여연대는 쿠팡플레이와 축구협회의 유착으로 중소 경쟁업체가 부당하게 배제되고 차별적인 조건을 부과받아 시장에서 퇴출됐다고 봤다.
그러면서 '이는 공정거래법 제45조 제1항이 금지하고 있는 경쟁사업자 배제 등의 행위'라고 규정했다. 축구협회의 행정 문제로만 다뤄지던 사안에 공정거래법이라는 잣대를 댄 것이다.
시야는 OTT 시장으로 넓어졌다. 참여연대는 쿠팡이 쿠팡플레이 끼워팔기로 OTT 시장 점유율을 단기간에 24.4%까지 끌어올렸다고 지적했다. 와이즈앱·리테일의 올해 5월 조사 기준으로 넷플릭스(37.8%)에 이은 전체 2위이자 토종 OTT 1위다. 여기엔 독점적인 스포츠 콘텐츠 중계권 확보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게 참여연대의 진단이다.
피해는 결국 시청자 몫이라는 경고도 나왔다. 참여연대는 수익원이 불투명한 쿠팡플레이가 쿠팡의 막대한 재원을 등에 업고 수천억원에 달하는 해외 중계권 계약을 연이어 확보하면서 온라인 스포츠 중계시장의 공정성과 국민의 보편적 시청권이 크게 후퇴했다고 비판했다.
쿠팡플레이가 시장을 완전히 독점하면 멤버십 가격을 올려 적자를 소비자에게 떠넘길 것이 "불보듯 뻔한 일"이라고도 했다. 쿠팡플레이는 올해 6월 스포츠 중계 상품인 스포츠패스 요금을 와우회원 기준 월 9900원에서 1만 2400원으로 올렸다.
쿠팡을 향한 참여연대의 감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4년 6월 참여연대는 쿠팡이 와우 멤버십 요금을 올리면서 쿠팡플레이와 쿠팡이츠를 끼워 팔았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소비자의 선택권을 묻던 문제의식이 이번엔 축구협회의 승인 행정으로 이어졌다.
"전한진 전 축구협회 사무총장, K-축구 혁신위원회 위원 사퇴하라"
전한진 전 대한축구협회 사무총장(사진 오른쪽)이 7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국회방송 유튜브)참여연대의 요구는 네 갈래다. 먼저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에는 철저한 조사와 관련자 문책, 승인 규정 개정을 비롯한 재발 방지 대책을 주문했다. 쿠팡플레이에는 축구협회와 주고받은 각종 문건과 스폰서십 계약서를 공개하고 사유화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전한진 전 축구협회 사무총장도 직접 겨냥했다. 참여연대는 전 전 총장을 이 사안의 책임자로 지목했다. 전 전 총장이 K-축구 혁신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다며 위원직에서 즉각 사퇴하라고도 촉구했다.
참여연대는 쿠팡플레이에 우선적인 권한을 준 경위, 사적으로 취한 이득이 있는지, 쿠팡플레이와 주고받은 요청과 연락 내역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했다.
공정위를 향한 주문도 분명했다. 현재 진행 중인 쿠팡플레이 끼워팔기 사안을 신속히 제재하고, 경쟁사업자 배제 문제까지 철저히 조사해 제재하라는 것이다.
국감 참고인으로 출석한 이민협 대표는 마지막 발언에서 "축구 행정에 있어서 VAR을 요청드린다"고 호소했다. 참여연대의 논평은 그 요청에 시민사회가 내놓은 응답이다. 판독실에 불을 켤지는 이제 문체부와 공정위가 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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