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또 잃었어"…17세가 전한 교실 속 불법 스포츠 도박, 어른들이 놓친 현실 [청소년도박③]

청소년들을 유혹하는 불법 스포츠 도박은 마치 게임과 같은 모습으로 다가온다. 불법 도박 사업자들은 게임 같은 인터페이스와 친숙한 외관으로 청소년들을 유혹한다.청소년들을 유혹하는 불법 스포츠 도박은 마치 게임과 같은 모습으로 다가온다. 불법 도박 사업자들은 게임 같은 인터페이스와 친숙한 외관으로 청소년들을 유혹한다.

최근 화제를 모은 드라마 '참교육'과 '모범택시3'에는 불법 스포츠 도박에 빠진 청소년 캐릭터들이 등장해 충격을 안겼다. '참교육'에선 도박 때문에 수천만원 빚을 진 청소년과 교내 도박 조직을 묘사했고 '모범택시3'에선 게임인 줄 시작한 도박에 사채업자 협박을 받는 학생이 등장했다. 드라마 속 과장된 가공의 이야기라고 넘길 일이 아니다.

경찰청에 따르면 사이버도박 특별단속에서 적발된 청소년은 한 해 7153명. 처음 돈을 거는 나이는 평균 12.5세다. 이제 아이들은 도박을 게임처럼 접하고, 빠져들어, 중독되기에 이른다.

청소년기에 손 댄 도박은 군 복무 기간에도, 사회인이 된 뒤에도 이어지며 인생을 무너뜨리고 가정과 사회를 병들게 한다.

더게이트는 갈수록 심각성을 더해가는 청소년과 군장병 스포츠 도박 중복 문제와 관련해 전문가와 현장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구체적이고 현실성 있는 해법과 대안을 찾아나갈 예정이다. 그 첫 걸음으로 올해 열린 '2026 청소년 도박문제 포럼'과 '도박중독 추방의 날 포럼'에서 전문가와 현장 관계자들이 내놓은 실태 진단과 해법을 연속 보도로 전한다.

[더게이트=국회]

"아, 또 잃었어." 얼핏 듣기엔 모바일 게임 얘기 같은 이 푸념은, 실은 불법 스포츠 도박으로 돈을 잃은 10대가 했다는 말이다. 멘탈헬스코리아 소속 고교생 백하연 리더가 또래에게 직접 듣고 충격을 받았다는 이 말은 도박이 일상으로 자리 잡은 교실의 현실을 명확히 보여준다.

17세 고교생인 백하연 리더는 지난 8월 26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2026 청소년 도박문제 포럼'의 종합토론(좌장 김동일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에 토론자로 나서 '청소년이 바라본 대한민국의 청소년 도박 예방'을 주제로 발표했다. 유일한 청소년 토론자로 단상에 오른 백 리더는 기성세대가 놓치고 있는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대변했다.

청소년들의 불법 도박 문제가 도마에 오를 때마다 교육 당국과 학교는 늘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도 현장에서는 왜 체감이 되지 않느냐는 질문이 반복된다. 백 리더는 그 이유 가운데 하나로 당사자의 부재를 꼽았다. 청소년 정신건강을 다루는 자리에 정작 청소년의 참여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청소년에게 도박은 '중독'이라는 무거운 단어로 다가오지 않는다. 며칠 전 백 리더의 휴대전화에도 스팸 문자가 왔다. 링크를 열자 "가입하면 5천원", "한 번만 누르면 두 배"라는 문구가 떴다. 빨간 버튼과 화살표가 클릭을 유도했고, 결과는 누르면 곧바로 나왔다.

겉만 봐서는 누구나 매일 하는 모바일게임 이벤트 화면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백 리더는 "이 문제는 '요즘 청소년들은 왜 이렇게 겁이 없을까'가 아니라, 왜 이렇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 있느냐의 문제라고 진단했다.

손쉬운 접근성은 위기감마저 앗아갔다. 또래 집단 안에서 베팅이 놀이처럼 번지면서 큰돈을 잃어도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또 잃었어"라고 푸념한 친구는 평소처럼 학교에 잘 다니고 있다. 백 리더는 이 '평범한'에 두려움을 느꼈다. 친구들은 "학교도 잘 다니는데 이 정도가 무슨 중독이야", "친구들도 다 하는데"라고 말한다. 집단행동이라는 방어막까지 쳐지면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극단적 묘사가 낳은 착시청소년들을 유혹하는 불법 스포츠 도박은 마치 게임과 같은 모습으로 다가온다. 불법 도박 사업자들은 게임 같은 인터페이스와 친숙한 외관으로 청소년들을 유혹한다.청소년들을 유혹하는 불법 스포츠 도박은 마치 게임과 같은 모습으로 다가온다. 불법 도박 사업자들은 게임 같은 인터페이스와 친숙한 외관으로 청소년들을 유혹한다.

미디어가 청소년 도박을 비추는 방식도 문제로 꼽혔다. 넷플릭스 드라마나 시사 프로그램 속 청소년은 대개 큰 빚을 지고, 범죄에 연루되고, 학교생활까지 무너진 모습이다. 다시 일어서는 모습은 잘 보이지 않는다. 백 리더는 "저희는 어느새 지켜줘야 할 아이들에서, 개념이 없고, 통제해야 할 잠재적 범죄자로 그려지고 있다"고 털어놨다.

드라마 '참교육'의 청소년 도박 편도 그랬다. 도박이 게임처럼 쉽게 시작되고, 잃은 돈을 만회하려다 빚과 범죄로 이어지는 과정은 잘 보여줬다. 하지만 결말은 일탈한 학생들이 식당 불판을 닦으며 도박 빚을 갚는 장면으로 마무리됐다.

그 학생들이 처음에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었는지, 상담과 치료로 무엇이 달라졌는지는 거의 나오지 않았다. 부모나 가족과의 깨진 신뢰를 어떻게 회복했는지, 다시 학교로 어떻게 돌아갔는지도 그려내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백 리더는 파국만 보여주는 서사가 청소년에게 착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화면 속의 극단적 모습과 자신을 비교하며 "나는 저 정도는 아닌데", "나는 그냥 친구들이랑 조금 하는 건데"라고 오히려 안심한다는 것이다.

극단적인 위험이 누군가에게는 경고가 되지만, 정작 개입이 절실한 청소년에게는 상담을 미루는 핑곗거리를 제공해 골든타임을 놓치게 만든다. 백 리더는 미디어가 가장 심각한 결말에서 멈추지 말고, 그 결말로 가기 전 단계도 함께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말해 봐야 나아질 것 같지 않아서"상담의 문턱을 낮추려면 도움을 요청해도 괜찮다는 확신이 필요하다. 초기 상담 문턱을 낮추고, 상담 이후 과정에 대한 안내로 도움 요청이 회복의 시작이 되게 해야 한다.상담의 문턱을 낮추려면 도움을 요청해도 괜찮다는 확신이 필요하다. 초기 상담 문턱을 낮추고, 상담 이후 과정에 대한 안내로 도움 요청이 회복의 시작이 되게 해야 한다.

멘탈헬스코리아 설문조사 결과, 학생들은 교내에 상담실이 마련돼 있어도 발걸음을 돌렸다. "말해 봐야 나아질 것 같지 않아서", "비밀이 새어 나갈까 봐"라는 이유가 주를 이뤘다. 상담을 받아 얻는 구체적인 이득은 보이지 않는 반면, 도박 사실이 알려져 잃게 될 또래 관계와 일상은 훨씬 선명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백 리더가 꺼내든 해법은 '도움 요청 안전감' 확보다. 혼내지 않는 분위기만으로는 부족하다. 말한 뒤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비밀은 어디까지 지켜지는지, 보호자는 언제 참여하는지, 어떤 상담과 지원이 이어지는지를 미리 알고 믿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상담 창구의 이미지도 바뀌어야 한다. 상담실이 이미 심각한 사람만 가는 곳처럼 느껴지면 청소년은 "나는 저 정도까지는 아니야"라며 지나친다. 백 리더는 청소년들이 속으로 궁금해하는 건 훨씬 작은 질문이라고 했다. "이 정도 돈을 잃은 것도 위험한 건가?", "괜히 물어봤다가 부모님한테 바로 연락이 가는 건 아닐까?" 이런 질문을 편하게 꺼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보호 대상이 아닌 정책 파트너로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주최한 '2026 청소년 도박문제 포럼' 발표자들. 우측부터 김예나 교수, 임이랑 변호사, 김미나 교사, 백하연 청소년 리더, 김동일 교수, 유현재 교수, 고승환 센터장, 박동희 더게이트 대표기자 순이다(사진=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주최한 '2026 청소년 도박문제 포럼' 발표자들. 우측부터 김예나 교수, 임이랑 변호사, 김미나 교사, 백하연 청소년 리더, 김동일 교수, 유현재 교수, 고승환 센터장, 박동희 더게이트 대표기자 순이다(사진=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백 리더는 세 가지를 요청했다. 첫째는 청소년을 정책과 예방교육을 만드는 과정에 직접 참여시켜 달라는 것이다. 캠페인 문구 하나를 만들 때도 "이 말이 정말 와닿는지", "이 교육을 듣고 행동이 달라질 것 같은지" 먼저 물어봐 달라고 했다.

예방교육의 방식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전문가가 "도박은 위험합니다"라고 말하는 식의 수업보다 확률이 어떻게 설계돼 있는지, 광고와 화면이 어떻게 클릭을 유도하는지, 실제로 문제를 겪은 사람이 어떻게 빠져나왔는지 교육하는 게 훨씬 기억에 남는다는 거다.

둘째는 상담의 문턱을 '중독 이후'가 아니라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는 순간'까지 낮춰 달라는 것이다. "도움을 요청하세요"라는 말보다 "도움을 요청하면 그다음에 이렇게 됩니다"를 먼저 알려 달라고 했다. 도움을 요청한 이후가 예측 가능해야 도움 요청도 선택지가 된다는 설명이다.

셋째는 미디어와 예방교육이 위험의 끝만이 아니라 빠져나오는 과정도 보여 달라는 요구다. 도박의 위험성만 부각할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일상으로 돌아오는 과정을 화면에 함께 담아달라고 주문했다. 백 리더는 이것이 도박을 미화하는 게 아니라, 어디서부터 위험하고 어디에서 멈출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예방이라고 했다.

"용기를 내어 말하라"고 요구하기 전에, 그 용기를 냈을 때 실제로 무엇이 달라지는지 먼저 보여 달라는 당부도 남겼다. 백 리더는 "도움 요청이 낙인의 시작이 아니라, 회복의 시작이 되게 해달라"는 호소와 함께 발표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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