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154경기로 단축·상위팀이 가을야구 상대 선택" MLB 파격안, 선수노조는 "샐러리캡이 전제" 반발

포스트시즌 경기 장면(사진=LA 다저스 SNS)포스트시즌 경기 장면(사진=LA 다저스 SNS)

[더게이트]

현행 노사협약 만료를 두 달여 앞둔 가운데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이 정규시즌 축소와 포스트시즌 개편이라는 파격 제안을 내밀었다. 경기 수는 줄여도 연봉은 깎지 않겠다는 당근을 던졌지만, 선수노조는 '모든 제안이 샐러리캡 도입을 전제로 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어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9일(한국시간) 복수의 미국 현지 보도를 종합하면 MLB 사무국은 선수노조와의 단체교섭에서 2029년부터 정규시즌을 162경기에서 154경기로 줄이자고 제안했다. MLB는 같은 해부터 포스트시즌 2라운드인 디비전시리즈를 5전 3승제에서 7전 4승제로 늘리자는 안도 내놨다. 포스트시즌 진출 팀 수는 지금처럼 12개를 유지한다.

현행 노사협약은 미국 동부시간 12월 2일 0시, 한국시간으로는 같은 날 오후 2시에 만료된다. 그때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MLB가 직장폐쇄에 들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복수의 미국 구단 관계자는 더게이트에 협약 무산과 직장폐쇄 가능성이 90% 이상이라는 비관적 관측을 전했다.

KBO처럼 월요일은 '쉬는 날'로?선수들이 사라진 더그아웃. MLB 직장폐쇄가 가져올 풍경이다.선수들이 사라진 더그아웃. MLB 직장폐쇄가 가져올 풍경이다.

154경기 체제의 핵심은 매주 하루의 휴식일이다. MLB 안대로라면 메이저리그도 KBO리그처럼 정규시즌 월요일에 대부분의 팀이 쉬고, 전국 중계 경기 한두 개만 열린다. 월요일에 경기를 치른 팀은 목요일에 휴식일을 갖는다. 단 공휴일이나 특별 행사가 있으면 리그 전체 휴식일은 적용되지 않는다.

MLB 대변인 글렌 캐플린은 성명에서 "154경기 체제로 돌아가면 주 1회 휴식일을 도입할 수 있어 선수 건강에 좋고, 가장 흥미로운 팀과 선수를 보여줄 새로운 전국 중계 시간대도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정규시즌이 짧아지면 포스트시즌 야구를 더 좋게 만들 수 있다. 평일 낮 경기가 줄고, 디비전시리즈가 길어지며, 최고의 투수들을 가장 큰 무대에서 볼 기회가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경기 수가 줄어도 연봉은 그대로라는 '당근'도 내밀었다. MLB는 보도자료에서 "선수 연봉은 하향 조정하지 않는다. 보너스, 옵션 등의 기준은 비율에 맞춰 조정한다"고 밝혔다. 경기 수가 줄어든 만큼 성적에 따라 붙는 인센티브의 달성 기준을 낮추겠다는 뜻이다.

'상대를 고른다'…프로스포츠 첫 실험지구 우승을 확정한 다저스(사진=MLB.com)지구 우승을 확정한 다저스(사진=MLB.com)

MLB는 포스트시즌 방식에도 변화를 줄 예정이다. 스포츠매체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MLB는 2027년부터 1라운드인 와일드카드시리즈와 2라운드인 디비전시리즈에서 상위 시드 팀이 상대를 직접 고르게 하자고 제안했다. ESPN은 이 방식이 프로스포츠에서 처음 시도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현행 제도에서는 리그별 1·2번 시드가 와일드카드시리즈를 건너뛰고 디비전시리즈로 직행한다. 그래서 와일드카드시리즈의 최상위 팀은 3번 시드인 지구 우승팀이다. MLB 제안대로라면 3번 시드는 정규시즌 직후 5번 시드와 6번 시드 가운데 상대를 고를 수 있다. 3번 시드가 고르지 않은 팀을 4번 시드가 상대하는 식이 된다.

디비전시리즈에서는 리그 최고 승률 팀인 1번 시드가 와일드카드시리즈 승자 두 팀 가운데 상대를 지명한다. 지명 시점은 와일드카드시리즈가 끝난 직후다. 캐플린은 "상위 시드가 상대를 고르게 하면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생기고, 기존 라이벌 구도는 더 뜨거워지며 새로운 라이벌도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처럼 아메리칸리그 승률 상위 세 팀인 탬파베이 레이스, 뉴욕 양키스, 보스턴 레드삭스가 대진표 한쪽에 몰리는 현상도 막을 수 있다.

현행 12개 팀 포스트시즌 방식은 가장 최근 직장폐쇄를 거친 2022년에 도입됐다. 당시 협상에서 구단주들은 14개 팀 체제를 제안했지만 조정 끝에 12개 팀이 됐다. 미국 4대 남자 프로스포츠 가운데 포스트시즌 진출 팀이 가장 적은 리그는 MLB다. 미 프로농구(NBA)는 30개 팀 중 16개 팀,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는 32개 팀 중 16개 팀, 미 프로풋볼(NFL)은 32개 팀 중 14개 팀이 포스트시즌에 오른다.

왜 하필 2029년인가…경기는 줄이고 몸값은 올리고과연 2027년에도 메이저리그 야구를 볼 수 있을까(사진=MLB.com)과연 2027년에도 메이저리그 야구를 볼 수 있을까(사진=MLB.com)

MLB가 154경기 축소와 디비전시리즈 확대 시점을 2029년으로 잡은 이유는 중계권 계약이다.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2029년은 새 전국 중계권 계약이 처음 적용되는 해이고, 구단주들은 이 계약에서 큰 수익을 기대하고 있다. 현재 MLB의 전국 중계권 계약 규모는 연간 20억 달러(2조 9000억원)를 넘는다. NBA의 중계권 계약은 연간 약 70억 달러(10조 1500억원)다.

돈 안 되는 정규시즌은 줄이고 돈 되는 경기 수를 늘리려는 속셈이 보인다. 정규시즌 경기는 워낙 많고 인기 팀과 비인기 팀이 섞여 있어 중계사 입장에서는 포스트시즌만큼 가치가 높지 않다. 반면 다른 구단 경기가 없는 날 '단독'으로 열리는 정규시즌 경기는 일반 경기보다 높은 시청률과 가치가 보장된다. 디 애슬레틱은 154경기로 줄이면 전국 중계권 수입이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디비전시리즈가 7전 4승제로 늘면 가을야구가 한 해 최대 8경기 더 늘어난다. 많은 경기수는 아니지만, 중계권 가격을 끌어올리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는 변화다. 포스트시즌 휴식일이 늘어나 낮 시간대 중계가 필요 없어지는 것도 장점이다. 휴식일이 늘면 올해처럼 '불펜 데이'로 한 경기를 버티는 경우가 줄고, 에이스급 선발투수 맞대결을 좀 더 자주 보여줄 수 있다는 장점도 생긴다. 결국은 모든 게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이려는 계산의 일환인 셈이다.

연봉은 안 깎는다지만…모든 제안의 전제는 '샐러리캡'연봉 상한제 도입을 둘러싼 MLB와 선수노조의 대립이 커지고 있다(사진=MLB.com)연봉 상한제 도입을 둘러싼 MLB와 선수노조의 대립이 커지고 있다(사진=MLB.com)

MLB 선수노조는 즉각 성명을 내고 "리그가 오늘 포스트시즌 방식 변경안 포함 여러 제안을 했다. 선수들이 검토할 것이고, 협상 테이블에서 답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안타깝게도 리그는 이번에도 모든 제안이 선수들의 샐러리캡 동의를 전제로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샐러리캡은 선수의 권리와 보수를 무너뜨리는 제도이며, 리그의 다른 반선수적 제안들도 마찬가지"라고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선수노조는 '경기 수는 줄여도 연봉은 깎지 않겠다'는 제안을 일종의 조삼모사로 본다. 일정안만 떼어 보면 연봉 삭감은 없지만, 이 일정안이 샐러리캡과 한 묶음이라는 데 함정이 있다. 사무국이 5월 내놓은 샐러리캡 초안은 리그 전체 수입을 선수와 구단이 50대 50으로 나누는 구조다. 노조는 올 시즌 선수 몫이 이미 수입의 50%를 훌쩍 넘었으며, 사무국 안을 적용했다면 선수단 전체가 5억 달러(약 7250억원) 이상의 손해를 봤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무엇보다 사무국이 어떤 제안을 내놓든 샐러리캡이 전제인 만큼 선수노조가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그간 선수노조는 샐러리캡을 협상 테이블에 올리는 것조차 거부해 왔다. 브루스 마이어 선수노조 임시 사무총장은 억만장자 구단주들이 자신들의 이익이나 자산 가치가 아니라 선수 연봉에만 상한을 씌우려 한다고 비판했다. 다른 종목과 달리 야구 선수들은 데뷔 후 길게는 10년 가까이 시장 가치보다 훨씬 낮은 연봉을 감수해야 하는데, 연봉 상한선 도입을 수용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전례도 있다. 구단주들은 지난 1994년 6월 14일 샐러리캡 도입을 강하게 밀어붙이려 시도했고, 선수들은 8월 파업에 들어갔다. MLB는 이듬해 2월 제안을 거둬들였다. 덕분에 그해 월드시리즈 개최가 무산되면서, 90년 만에 가을야구가 통째로 사라지는 사태를 빚었다. 이 여파는 이듬해 야구 인기 급감과 관중 수 감소로 이어졌고, 메이저리그가 다시 인기를 회복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이번에 직장폐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것도 구단들이 어느 때보다 샐러리캡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어서다. 사무국이 제시한 2027년 연봉 상한선은 2억 4530만 달러(약 3557억원)로, 올해 개막일 기준 8개 구단이 이 기준을 초과했다. ESPN은 "노사가 더 큰 경제 쟁점에서 합의하지 못한 만큼 일정과 관련된 모든 사안, 그리고 경기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주요 사안들은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보류 상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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