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의 날' 김태형 감독 “88 올림픽부터 30년, 내 야구 인생 거의 전부가 잠실에서...행복했죠” [잠실 현장]

지난달 31일 NC와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롯데 김태형 감독. (사진=롯데 자이언츠)지난달 31일 NC와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롯데 김태형 감독. (사진=롯데 자이언츠)

[더게이트=잠실]

이제는 작별의 시간이다. 12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의 2026시즌 정규시즌 최종전은 두산 선수들과 팬들은 물론 상대팀인 김태형 롯데 감독에게 여러 가지 의미로 마음이 복잡해지는 날이다.

우선 이날 경기는 잠실에서 열리는 마지막 정규시즌 경기다. 잠실야구장은 이번 시즌이 끝나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서울시는 잠실야구장 자리에 잠실돔구장을 신축할 예정으로, 시즌이 끝나는 대로 야구장을 헐고 새 구장을 짓는 공사가 시작된다.

신일고와 단국대를 졸업하고 1990년 OB 베어스에 입단해 2022시즌을 끝으로 두산 감독직에서 물러나기까지, 야구 인생 대부분을 잠실과 함께한 김태형 감독으로서는 감회가 남다를 만하다. 취재진과 만난 김 감독은 “처음 대학교 때 잠실에서 1988 올림픽 야구 경기를 여기서 했다. 그 뒤 베어스에 입단해서 거의 30년을 있었으니, 내 야구 인생이 거의 여기에서 다 있었다”고 돌아봤다.

시원섭섭하지 않으냐는 질문에 김 감독은 “내가 그런 거 잘 안 타는 사람”이라며 “내 앞길 걱정이나 해야지”라는 자조 섞인 농담으로 취재진을 웃게 했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김태룡 두산 단장은 한 방송사 인터뷰에서 김 감독과 함께한 시절이 행복했다고 돌아봤다. 두 사람은 김 감독이 처음 지휘봉을 잡은 2015년 우승을 시작으로 2021년까지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과 세 차례 우승을 함께 이뤘다. 이를 전해 들은 김 감독도 미소를 지으며 “행복했죠”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또 하나의 작별이 될 수도 있는 최종전빅터 레이예스(사진=롯데)빅터 레이예스(사진=롯데)

이날 경기는 또 하나의 작별이 될 수도 있다. 김태형 감독과 롯데의 3년 계약은 올해가 마지막이다. 지난 두 시즌 7위에 그치며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한 롯데는 올해도 12일 경기 전까지 8위로 3년 연속 가을야구가 좌절됐다. 시즌 종료 뒤 재계약이 이뤄지지 않으면 이날 경기는 김 감독의 롯데에서 마지막 경기가 된다.

김 감독은 올 시즌 소회를 묻자 “아쉽죠. 올해로 3년 됐는데 가을야구를 못 하고 있으니 그 부분이 제일 아쉽다”고 돌아봤다. 이어 “항상 시즌 끝날 때쯤엔 내년에는 좋아지겠지, 좋아지겠지 했다. 올해도 어느 정도 전력의 축이 잡히긴 했다”면서도 “이 축이 내년에도 좋은 상태가 이어지면서 쭉 치고 올라간다는 보장이 없다”고 진단했다.

롯데에서 3년간 뿌듯했던 점으로는 “센터라인이 어느 정도 잡혔다는 게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전민재가 트레이드로 합류해 주전 유격수가 생겼고 2루수와 중견수, 포수와 양쪽 코너가 어느 정도 자리가 잡혔다. 4번 타자(한동희)도 생겼고 나승엽의 수비도 점점 좋아지고 있다. 어린 투수들도 가능성을 보여줬다. 분명히 좋아진 건 보인다”고 했다.

다만 롯데가 이 성장세를 내년 시즌 좋은 성적으로 이어가려면 뎁스 강화가 필요하다. 김 감독은 “분명 내년에도 이 선수 중에 초반 슬럼프가 오는 선수가 있을 것이고 부상도 올 거다. 이 선수들이 144경기를 전부 다 잘할 수는 없다”면서 “그럴 때 뎁스에서 약점이 드러날 수 있다. 백업들이 좀 더 강해져야 하고, 구단 방침이 어떨지 모르지만 외부 보강이 된다면 지금보다 훨씬 좋아질 것 같다”고 짚었다.

롯데의 외부 전력 보강이 없었다는 것은 김태형 감독의 3년을 돌아볼 때 가장 아쉬운 대목으로 꼽힌다. 롯데는 김 감독 영입 이후 3시즌 동안 외부 FA를 한 명도 영입하지 않았다. 올 시즌을 앞두고도 유격수와 불펜투수 등 롯데에 필요한 포지션의 선수들이 시장에 나왔지만 영입전에 뛰어들지 않았다.

그러나 김 감독은 이를 핑계로 삼지 않았다. 김 감독은 “감독 부임할 때 3년 안에 가을야구 가고 또 우승까지 바라보겠다고 얘기했다. 그 약속이 안 지켜진 건 감독이 책임져야 한다”면서 “(구단이) 지원을 안 해줬다는 건 내가 말할 게 아닌 것 같다. 그것도 내 운이고, 그걸 갖고도 내가 성적을 냈다면 (평가가) 올라가는 건데 그걸 못했으니까 어쩔 수 없다”고 자신을 탓했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사과나무는 심어야 한다. 이날 경기엔 롯데의 최종 순위와 개인 타이틀이 걸려 있다. 이날 이기면 롯데는 NC 다이노스를 반 경기 차로 제치고 8위에서 7위로 시즌을 마감한다. 외국인 타자 빅터 레이예스도 최다안타 경쟁을 벌이고 있어 롯데로서는 마지막까지 중요한 경기다.

롯데는 이날 레이예스(지명타자)-나승엽(1루수)-고승민(2루수)-한동희(3루수)-전민재(유격수)-손성빈(포수)-전준우(좌익수)-장두성(우익수)-황성빈(중견수) 순으로 타순을 구성했다. 선발투수로는 박세웅이 등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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