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선수 상대로 판정 이의제기했다가 '인종차별 폭격' 맞은 테니스 스타...유엔까지 나섰다

코코 가우프(사진=윔블던 SNS)코코 가우프(사진=윔블던 SNS)

[더게이트]

"나를 싫어할 수는 있지만, 인종차별까지 하는 건 너무하잖아."

여자 테니스 세계랭킹 4위 코코 가우프가 거센 인종차별 공격에 시달리고 있다. 중국에서 열린 대회에서 판정에 이의를 제기했다가 공격의 표적이 됐다. 경기 규정에 따른 정당한 요청이었지만 일부 팬을 자처하는 이들은 '사기꾼'이라며 거친 욕설을 퍼붓고 있다. 파문이 커지자 유엔 인권사무소까지 나서 선수 보호에 나섰다.

유엔 인권사무소는 11일(한국시간) 공식 SNS를 통해 "가우프를 겨냥한 온라인 인종차별 메시지는 끔찍하다"고 발표했다. 이어 "이번 사건은 흑인 여성 선수들이 악의적인 비난의 표적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스포츠에서 인종이나 성별을 이유로 한 모욕은 용납될 수 없다"고 호소했다.

광고판 불빛에 멈춘 경기…비디오 판독은 '정심'

사건의 발단은 지난 5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차이나오픈 3회전이다. 가우프는 중국의 신예 쑨신란을 상대로 1세트 게임스코어 4-5로 뒤진 상황에서 서브 게임을 펼쳤다. 15-15에서 긴 랠리가 이어지던 중 쑨신란의 공격 기회에 가우프가 갑자기 손을 들어 경기를 중단시켰다. 코트 주변 전자 광고판 불빛이 깜빡여 방해를 받았다는 이유였다.

주심은 즉각 비디오 판독을 실시했다. 랠리 도중 화면이 깜빡인 사실이 확인되자 해당 포인트를 다시 진행하도록 지시했다. 이는 선수가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요인으로 방해를 받으면 포인트를 다시 치른다는 WTA 규정에 따른 조치다. 가우프는 재개된 포인트를 따내며 5-5 동점을 만들었고, 결국 세트스코어 2대 0(7-5, 6-1)으로 역전승했다.

판정 자체는 규정대로 이뤄졌으나 일부 테니스 팬을 자처하는 이들은 가우프가 상대 흐름을 끊기 위해 고의로 경기를 멈췄다며 비난을 퍼부었다. 이에 가우프는 6일 개인 SNS를 통해 "광고판 불빛이 깜빡였을 때 확실히 인지하고 상대가 공을 치기 전에 손을 들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내가 만든 규정도 아닌데 규정을 따랐다는 이유로 비난받는 건 이상하다"며 "나는 사기꾼도 도둑도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도를 넘은 인종차별 공격은 선수의 경기력까지 무너뜨렸다. 가우프는 7일 엘리세 메르턴스(벨기에)와 치른 16강전 도중 코치진에게 "힘이 전혀 없다. 공도 제대로 보이지 않고 기절할 것 같다"고 호소했다. 이날 가우프는 더블폴트 8개와 범실 34개를 쏟아내며 0대 2(3-6, 3-6)로 완패했다. 경기 후엔 "지난 며칠 동안 정신적으로 상당히 지쳤다"고 털어놨다.

결국 가우프는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나설 예정이던 우한오픈 출전을 전격 포기했다. 기권 사유로는 피로 누적을 언급하며 "긴 시즌을 보낸 만큼 몸을 쉬게 하고 회복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비록 인종차별 공격을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최근 겪은 극심한 스트레스가 출전 포기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WTA는 악성 게시물 감시 시스템을 가동해 대응에 나섰다. 인공지능(AI)과 전문 인력을 투입해 선수를 겨냥한 위협적인 메시지를 찾아내고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삭제를 요구하는 중이다. WTA와 국제테니스연맹(ITF) 조사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동안 테니스 선수를 겨냥한 악성 게시물은 1만 2000건을 넘었고, 이 중 인종차별 등 심각한 위협은 3726건에 달했다. 과연 이들을 테니스 팬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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