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쌤, 이건 도박이 아니라 게임이에요"…교실 속 침투한 불법 스포츠 도박 "예방교육은 소나기 아닌 보슬비처럼" [청소년도박④]

도박을 게임처럼 생각하는 학생들이 증가해서 큰 문제다. 김미나 교사는 불법 스포츠 도박을 하는 게 아닌가 의심되는 학생을 상담실로 불렀더니 "쌤, 이건 도박이 아니라 게임일 뿐이에요"라고 답해 놀란 경험을 이야기했다.도박을 게임처럼 생각하는 학생들이 증가해서 큰 문제다. 김미나 교사는 불법 스포츠 도박을 하는 게 아닌가 의심되는 학생을 상담실로 불렀더니 "쌤, 이건 도박이 아니라 게임일 뿐이에요"라고 답해 놀란 경험을 이야기했다.

최근 화제를 모은 드라마 '참교육'과 '모범택시3'에는 불법 스포츠 도박에 빠진 청소년 캐릭터들이 등장해 충격을 안겼다. '참교육'에선 도박 때문에 수천만원 빚을 진 청소년과 교내 도박 조직을 묘사했고 '모범택시3'에선 게임인 줄 시작한 도박에 사채업자 협박을 받는 학생이 등장했다. 드라마 속 과장된 가공의 이야기라고 넘길 일이 아니다.

경찰청에 따르면 사이버도박 특별단속에서 적발된 청소년은 한 해 7153명. 처음 돈을 거는 나이는 평균 12.5세다. 이제 아이들은 도박을 게임처럼 접하고, 빠져들어, 중독되기에 이른다.

청소년기에 손 댄 도박은 군 복무 기간에도, 사회인이 된 뒤에도 이어지며 인생을 무너뜨리고 가정과 사회를 병들게 한다.

더게이트는 갈수록 심각성을 더해가는 청소년과 군장병 스포츠 도박 중복 문제와 관련해 전문가와 현장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구체적이고 현실성 있는 해법과 대안을 찾아나갈 예정이다. 그 첫 걸음으로 올해 열린 '2026 청소년 도박문제 포럼'과 '도박중독 추방의 날 포럼'에서 전문가와 현장 관계자들이 내놓은 실태 진단과 해법을 연속 보도로 전한다.

[더게이트=국회]

"쌤, 이건 도박이 아니라 게임일 뿐이에요." 불법 스포츠 도박을 하는 게 아닌가 의심되는 학생을 상담실로 불렀더니 돌아온 대답이다. 학생 스스로 문제를 인정하지 않고 부정하는 순간, 교사가 할 수 있는 일은 원론적인 훈화나 가정통신문 발송 정도가 전부였다.

김미나 한국모빌리티고 교사는 8월 26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2026 청소년 도박문제 포럼' 종합토론에 나서 '교내 청소년 도박문제 예방과 학교의 역할'을 발표했다. 김 교사는 교실 속 청소년 불법 스포츠 도박이 미디어의 자극적인 묘사와 달리 수면 아래에서 조용하고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고 진단했다.

서른살 '현대판 노예'가 전하는 경고학생들 중에는 자신이 빠진 게 도박이 아닌 게임이라고 생각하는 사례가 많다(사진=제미나이 생성 이미지)학생들 중에는 자신이 빠진 게 도박이 아닌 게임이라고 생각하는 사례가 많다(사진=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김 교사가 불법 스포츠 도박 문제의 심각성에 눈을 뜬 계기는 2025년 2월 전해 들은 지인의 아들 이야기다. 고교 시절 도박에 빠진 이 청년은 부모가 여러 차례 빚을 갚아줬는데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서른 살이 된 지금은 도박 빚을 빌려준 사람의 업장에서 일한다. 낮에는 식당, 밤에는 유흥업소에서 호객 일을 하며 월급 전부를 빚 갚는 데 쓰고 있다.

김 교사는 부모마저 포기한 이 청년의 삶을 '현대판 노예'에 빗댔다. 10대 시절의 도박이 한 사람의 인생을 어떻게 무너뜨리는지 보여준 끔찍한 경고였다는 것이다. 지인은 김 교사에게 "학교에서 제발 학생들에게 도박의 위험성을 알려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고 한다.

인문계 고교에서 근무하던 김 교사는 2023년 남학생이 90% 이상인 특성화고로 옮겼다. 부임 첫해 1학년 남학생들 사이에서는 '스포츠토토'로 얼마를 벌고 잃었는지가 무용담처럼 오갔다. 이 정도는 인문계 고교에서도 한 번쯤 들었던 이야기라 김 교사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하지만 2학기가 되자 도박을 한다고 입에 오르내리던 학생 한 명이 가정의 경제적 어려움과 등교가 힘들다는 이유로 자퇴했다. 이 학생과 친했던 친구도 친구들과의 금전 문제가 얽히면서 학교를 떠났다. 김 교사가 더는 도박 문제를 외면할 수 없다고 느낀 순간이다.

"돈 내기 아니야" 게임머니 따고 매점에서 과시불법 스포츠 도박 예방교육은 소나기가 아닌 보슬비처럼 다가가야 한다.불법 스포츠 도박 예방교육은 소나기가 아닌 보슬비처럼 다가가야 한다.

학생들은 미디어에서 그리는 것처럼 극단적인 경로로 도박에 빠지지 않는다. 주된 통로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같은 전자기기다. 휴대전화 게임을 하다 계속 뜨는 불법 광고에 호기심이 생겨 클릭하는 식이다. 불법 사이트에 자주 노출될수록 거부감은 사라진다. 그렇게 학생들은 자신이 도박에 빠졌다는 사실조차 알아차리지 못하거나 인정하지 않는다.

학생들은 도박 여부를 묻는 교사의 말에 "자기는 돈 내기하는 것이 아니고 게임을 할 뿐"이라며 방어막을 쳤다. 그러면서도 게임머니를 땄다며 기분 좋아하거나 친구들에게 매점 간식을 사주며 힘을 과시했다. 게임을 하는 멤버들끼리 아르바이트를 함께 다니며 무리를 짓기도 했다.

학교 유형이나 성적도 가리지 않는다. 김 교사는 특성화고 남학생들이 도박에 빠져 자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지만, 공부 잘하는 인문계 고교생들 사이에도 도박은 이미 깊숙이 들어와 있다고 했다. 학교생활을 잘하는 학생들이라 도박 중독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었다. 김 교사가 할 수 있는 일은 학생들의 상황을 동료 교사들과 공유하며 관심을 놓지 않는 것이었다.

모범생만 찾는 예방 행사...딜레마 깬 '양심 우산'8월 26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2026 청소년 도박문제 포럼' 종합토론에 나서 '교내 청소년 도박문제 예방과 학교의 역할'을 발표한 김미나 한국모빌리티고 교사(사진=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8월 26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2026 청소년 도박문제 포럼' 종합토론에 나서 '교내 청소년 도박문제 예방과 학교의 역할'을 발표한 김미나 한국모빌리티고 교사(사진=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김 교사가 속한 학교는 2025년과 2026년 연속으로 '도박예방실천학교'를 운영했다. 현판식과 표어·포스터·동영상 만들기 대회를 열었고, 전교생이 도박 예방 뮤지컬을 관람했다. 올해 축제는 도박 예방 마술공연으로 막을 올렸다.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 학교전담경찰관과 연계한 도박예방부스에서는 인생 네 컷 찍기와 인절미 만들기 행사도 열렸다.

행사가 거듭될수록 딜레마가 커졌다.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학생들은 도박 문제와 거리가 먼 모범 학생들이었다. 정작 예방 교육이 필요한 위기 학생들은 교사 주위를 겉돌았다. 김 교사는 이 모든 행사가 도박예방실천학교라는 타이틀을 유지하기 위한 '겉치레'가 아닌가 하는 회의감도 들었다고 털어놨다.

변화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시작됐다. 2025년 학생들은 직접 만든 도박 예방 표어를 붙인 '양심우산'을 학교 주변 경전철 역사에 비치했다. 2026년 장마철을 앞두고는 학생이 쓴 표어를 현수막으로 걸고, 양심우산을 주변 지하철역 빵집과 분식집, 학생들의 단골인 학교 앞 분식집까지 전했다.

자신의 작은 행동이 지역사회에 보탬이 됐다는 사실에 학생들은 큰 자긍심을 느꼈다. 도박에 쏠릴 수 있던 관심이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하는 과정'과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로 옮겨간 것이다. 김 교사는 학교 예방 활동의 진짜 목적이 당장의 치료가 아니라는 걸 이때 확인했다. '도박'이라는 금기어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 학생과 교사, 학부모 누구나 일상적으로 위험을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있다는 것이다.

"소나기 아닌 보슬비처럼"인터넷에 퍼지고 있는 '야차룰' 컨텐츠 문제가 심각하다(사진=제미나이 생성 이미지)인터넷에 퍼지고 있는 '야차룰' 컨텐츠 문제가 심각하다(사진=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김 교사는 도박업계가 학교 밖에서 아이들을 노리는 문제를 지적했다. 특히 최근 SNS를 덮친 청소년 '야차룰' 콘텐츠가 심각하다. 아이들의 폭력이 잔혹할수록 영상은 비싸게 팔렸다. 영상을 보는 도중엔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 가입을 유도하는 메시지가 나온다. 폭력이 놀이가 되고, 놀이가 영상이 되고, 영상이 다시 돈이 되는 사슬이다.

김 교사는 이 실체를 고발하는 데서 그치지 말고 근원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책임을 학교에만 떠넘겨서는 안 된다고 힘줘 말했다. 도박 예방이 현장 교사에게 또 하나의 무거운 '행정 업무'로 넘어가면 교육은 영혼 없는 형식주의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게 김 교사의 문제 의식이다.

김 교사는 "도박문제 예방 교육은 소나기처럼 한 번 강하게 내리고 마는 행사가 아니라, '보슬비'처럼 서서히 그리고 끊임없이 학교 현장에 투영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생들이 학교 어디에서나 도박의 위험을 알아차리고, 문제가 생겼을 때 숨기지 않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환경의 중요성이다.

이를 위해 김 교사는 학부모의 관심과 지도, 지역사회의 인프라, 학교전담경찰관과 치유 전문기관의 협력이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한다고 했다. 끝으로 국회와 사회 각계에도 지속적인 관심과 실효성 있는 정책 지원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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