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라고 이겼잖아!" 비난에도 당당한 맨시티의 적반하장…EPL과 방송사는 죽을 맛

마레스카 신임 감독(사진=맨시티 공식 SNS)마레스카 신임 감독(사진=맨시티 공식 SNS)

[더게이트]

"적지에서 3대 0으로 이겼는데, 우리더러 어쩌라는 거냐."

사방에서 쏟아지는 비판에 맨체스터 시티 엔초 마레스카 감독이 발끈했다. 구단이 초유의 대규모 재정 규정 위반으로 유죄 판정을 받은 마당에 지나치게 당당하고 뻔뻔하다는 비판이 나오자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얼굴 두껍기는 맨시티 선수단과 팬들도 마찬가지다. 역대급 중징계 위기 속에서도 똘똘 뭉쳐 외부의 공격과 비판에 조롱과 적반하장으로 맞서고 있다.

맨시티는 지난 12일(한국시간) 영국 리버풀 안필드에서 열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원정 경기에서 라이벌 리버풀을 3대 0으로 완파했다. 지난 9월 말 재정 규정 위반 유죄 판정이 나온 뒤 치른 첫 공식 경기였다. 후반 20분 엘링 홀란드의 선제골을 시작으로 제레미 도쿠, 라얀 셰르키가 연속골을 터뜨렸다. 상대 선수 라이언 흐라벤베르흐가 퇴장당해 수적 우위 속에 치른 경기에서 완승한 맨시티는 파죽의 8연승을 내달렸다.

앞서 맨시티는 지난 9월 29일 EPL 독립위원회로부터 재정 규정 위반 혐의 대부분에 대해 유죄 판정을 받았다. 최초 제기된 115개 혐의 중 거의 전부나 다름없는 114개가 인정됐다. 약 9년에 걸쳐 구단 재정 상태를 실제와 다르게 꾸미고, 규정 허용치를 넘어 자금을 사용했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가장 큰 문제는 후원 계약을 이용한 자금 조달 방식이었다. 독립위원회는 맨시티가 후원 계약 금액을 부풀리고, 다른 경로로 들어온 자금을 정상적인 후원 수입처럼 위장했다고 판단했다. 문제가 된 자금 규모만 8억 파운드(약 1조 4000억원)를 넘는다. 구단이 실제 번 돈보다 더 많은 수입을 올린 것처럼 회계 장부를 조작해, 다른 구단보다 선수 영입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을 여건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심각한 사안이다.

구단 측은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곧바로 항소에 나섰다. 항소 결과에 따라 승점 삭감이나 리그 강등은 물론 과거 우승 기록 삭제 등 중징계가 내려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그러나 이런 구단 안팎의 어수선한 상황이 선수단의 경기력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하는 분위기다.

"사기꾼들" 야유에 돈뭉치 흔든 팬들완승을 거둔 맨시티(사진=맨체스터 시티 공식 SNS)완승을 거둔 맨시티(사진=맨체스터 시티 공식 SNS)

리버풀전이 열린 안필드에서는 양 팀 팬들의 장외 신경전도 거셌다. 리버풀 팬들은 맨시티를 향해 "사기꾼들"이라고 외치며 우승 기록을 조롱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과거 맨시티에 밀려 우승을 놓친 리버풀 팬들 입장에서는 이번 사태가 가볍게 넘어갈 수 없는 문제였다.

맨시티 팬들 역시 물러서지 않았다. 일부 팬들은 부정행위 비난을 비꼬는 응원가를 부르며 맞대응했다. 구단주 셰이크 만수르의 얼굴이 그려진 가면을 쓰거나 돈뭉치를 흔들기도 했다. 경기 종료 후 마레스카 감독과 선수들은 원정 팬들 앞에서 승리를 만끽했다. 마레스카 감독이 귀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며 환호에 화답하는 모습도 카메라에 잡혔다.

마레스카 감독은 13일 파리 생제르맹(PSG)과의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경기를 앞둔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무엇 때문에 비판받는다는 거냐"고 되물었다. 상황 설명을 듣고도 감독은 "우리는 안필드에서 3대 0으로 이겼다. 우리더러 어쩌라는 거냐?"고 반문한 뒤 "우리는 경기에 이기기 위해 매일 훈련한다. 우리가 집중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다. 경기장에서 정말 기뻤고, 라커룸에서는 여러분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기뻐했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마레스카 감독은 선수단보다 팬들이 더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내가 아스널이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이고 상대가 맨시티 팬이라면 '너희는 속임수를 썼잖아'라고 말할 수 있다"며 "그래서 우리 팬들이 더 힘들었을 거다. 하지만 우리는 안필드 원정에서 승리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 있었고, 승점 3점을 얻어 정말 기뻤다"고 말했다.

그 감독에 그 선수라고 주장 후벵 디아스도 같은 입장이었다. 디아스는 "우리는 구단을 신뢰한다. 선수단 전체가 매우 차분하게 축구에 집중하고 있다"며 "사람들은 우리가 이기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우리는 승리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강조했다.

중계진도 등 돌린 '불편한 승리'완승을 거둔 맨시티(사진=맨체스터 시티 공식 SNS)완승을 거둔 맨시티(사진=맨체스터 시티 공식 SNS)

그러나 맨시티의 연승 행진을 지켜보는 방송사와 축구계의 마음은 편할 수가 없다. 스카이스포츠 해설위원 로이 킨은 "맨시티가 졌으면 좋겠다"고 잘라 말해 스튜디오 분위기를 순간 얼어붙게 만들었다. 함께 방송에 나선 게리 네빌 해설위원도 "앞으로 몇 달 동안 맨시티 경기 중계에서 나를 빼준다면 기쁠 것"이라며 "이 상황은 프리미어리그 전체에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실제 중계 중에서도 미묘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네빌은 맨시티가 선제골을 넣자 "잉글랜드에서 그다지 환영받는 골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골이 터졌을 때는 "축구를 위해 그다지 아름다운 장면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디 애슬레틱은 평소 극적인 표현으로 유명한 중계 캐스터 피터 드루리도 맨시티의 세 번째 골 장면에서 평소보다 차분한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방송사로서는 리그 공정성을 훼손한 팀의 경기력을 포장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졌다. 맨시티의 승리는 중계해야 할 중요한 스포츠 뉴스이지만, 동시에 리그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건이기도 하다. 맨시티의 경기력을 정상적으로 평가하면 재정 규정 위반 문제를 가볍게 취급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유죄 판정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방송사가 거액을 들여 중계하는 EPL 자체의 가치를 깎아내릴 수 있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어느 쪽도 편하지 않은 선택이다.

EPL 사무국의 딜레마도 깊어지고 있다. 리처드 마스터스 EPL 최고경영자(CEO)는 모든 구단의 공정한 경쟁을 강조했지만, 항소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문제적 구단 맨시티는 정상적으로 경기를 치르며 승점을 쌓고 있다. 최종 징계가 확정되기 전까지 맨시티와 프리미어리그의 불편한 동거는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 얼굴을 두텁게 하기로 작정한 맨시티의 다음 상대는 최근 두 시즌 연속 UCL 정상에 오른 PSG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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