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 공백 극복하고 이겼는데, 이번엔 주전 2루수가 다쳤다…저력의 LG, 신민재 공백도 이겨낼까 [WC1]

송찬의와 박해민(사진=LG)송찬의와 박해민(사진=LG)

[더게이트=잠실]

디펜딩 챔피언의 저력은 살아있다. LG 트윈스가 잇따른 악재와 불리한 조건을 딛고 두산 베어스를 꺾어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정규시즌 최종전 패배의 충격과 마무리 투수 부재라는 약점을 모두 극복한 LG는 올해를 끝으로 철거되는 잠실야구장에서 마지막 가을야구를 치를 기회도 차지했다.

LG는 1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6 KBO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서울 라이벌 두산을 4대 1로 꺾었다. 정규시즌 4위로 1승의 이점을 안고 출발한 LG는 한 경기 만에 시리즈를 끝내는 데 성공했다. 오는 17일부터는 광주로 내려가 정규시즌 3위 KIA 타이거즈와 5전 3승제 준플레이오프(준PO)를 치른다.

LG는 이번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앞두고 여러 악재와 마주했다. 지난 12일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KIA에 패하면서 준PO 직행 티켓을 놓친 것도 충격인데, 마지막 날까지 총력전을 펼친 뒤 하루 쉬고 다시 경기에 나서는 강행군이 기다렸다. 여기에 31세이브를 거둔 마무리 손주영이 목 부상으로 출전 명단에서 빠지는 초대형 악재까지 덮쳤다.

김진성은 어깨 부상, 고우석은 선수 등록 문제로 포스트시즌 출전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필승조 3명 없이 가을야구에 나서게 된 LG다. 오죽하면 시리즈를 앞두고 '4위보다 5위가 유리하다'는 예상이 나올 정도로 LG의 상황은 좋지 않아 보였다.

선발 열세도, 불펜 공백도 극복한 LG결승포를 터뜨린 오스틴 딘(사진=더게이트 배지헌 기자)결승포를 터뜨린 오스틴 딘(사진=더게이트 배지헌 기자)

하지만 이 모든 악재와 불리한 조건을 LG는 이겨냈다. 선발 대결에선 리그 슈퍼 에이스 곽빈이 나서는 두산의 우세가 예상됐지만, 카를로스 카라스코가 최고의 호투로 대등하게 맞섰다. 두산 선발 곽빈은 올해 평균자책 2.24와 탈삼진 197개로 투수 부문 2관왕에 오른 에이스. 그러나 곽빈이 1회부터 홈런으로 2점을 내준 반면, 카라스코는 6회까지 무실점으로 두산 타선을 틀어막았다.

정규시즌 최종전 패배로 가라앉았던 분위기는 오스틴 딘이 바꿨다. 생일을 맞은 오스틴은 1회말 1사 1루에서 곽빈의 높은 커브를 받아쳐 선제 결승 투런포를 터뜨렸다. 39홈런으로 KIA 김도영과 홈런왕을 다투다 정규시즌 마지막 20경기에서 홈런 2개에 그쳤던 오스틴이 중요한 가을야구 첫 타석부터 해결사로 나섰다.

무엇보다 두산보다 열세로 예상됐던 불펜 대결에서 LG가 웃었다. 7회 무사 2, 3루에서 등판한 존 케네디는 박해민의 호수비에 힘입어 한 점만 내줬고, 8회 1사 1, 2루에서는 이우찬이 연속 삼진으로 위기를 넘겼다. 8회말 2점을 보탠 LG는 9회 두산 출신 베테랑 김강률이 올라와 1이닝을 퍼펙트로 막았다. 손주영을 비롯한 주축 투수들의 공백을 나머지 불펜 투수들이 훌륭하게 메웠다.

경기 후 염경엽 LG 감독은 목이 잔뜩 쉰 채 인터뷰실에 들어섰다. 염 감독은 "공격할 때 마음이 급하다 보니 계속해서 파이팅을 외치며 응원하느라 목이 잠겼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불펜진의 호투에 대해 "추가점이 안 나오면서 쫓겼는데, 존 케네디와 이우찬이 위기를 잘 막아주면서 이길 수 있었다"며 "케네디는 7회 위기를 한 점만 내주고 막았다. 이우찬도 8회 1사 1, 2루에서 연속 삼진을 잡아준 게 승리의 원동력"이라고 칭찬했다.

손주영 엔트리 합류 가능성, 하지만 신민재 부상…준PO 앞두고 다시 비상염경엽 감독(사진=더게이트 배지헌 기자)염경엽 감독(사진=더게이트 배지헌 기자)

한 고비를 넘긴 LG 앞에는 더 까다로운 상대가 기다린다. 준PO에서 다시 만나는 KIA는 LG에 시즌 막판 상대 전적 7연패를 안긴 팀이다. LG는 10월에 열린 네 차례 맞대결에서 모두 졌고, 특히 지난 12일 정규시즌 최종전에서는 김도영에게 역전 홈런을 얻어맞아 3위 자리를 내줬다.

그나마 다행인 건 마무리 손주영이 준PO 엔트리에는 합류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염 감독은 "일단 엔트리에 넣고 상태를 지켜볼 생각이다. 코치진과 상의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손주영이 실제 등판할 수 있을지, 등판하더라도 100% 정상적인 투구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이번에도 다른 불펜 투수들이 손주영의 몫까지 책임져야 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또 다른 악재도 있다. 주전 2루수 신민재가 8회말 스퀴즈 번트 안타로 귀중한 추가점을 만든 뒤 왼쪽 햄스트링에 이상을 느껴 교체된 것. 염 감독은 "내일 정밀 검진을 해봐야겠지만 상황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오지환의 몸 상태를 먼저 체크해 가능하면 합류하고, 안 되면 이영빈을 2루수로 쓸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오지환 역시 컨디션이 완벽하지 않아, LG는 준PO를 앞두고 내야진 재구성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부상 선수들의 공백을 메우는 것만큼 중요한 과제는 KIA의 간판타자 김도영을 막는 일이다. LG는 정규시즌 막판 김도영에게 결정적인 순간마다 큰 것을 얻어맞고 완벽하게 당했다. 지난 12일에도 2대 2로 맞선 8회말 김도영에게 역전 2점 홈런을 맞고 준PO 직행에 실패했다.

염 감독은 "올 시즌 내내 KIA와 치열하게 대결했는데 결정적인 순간마다 김도영에게 다 맞았다. 결국 김도영을 어떻게 잡느냐가 이번 시리즈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공격에서는 홍창기와 문보경을 핵심 선수로 지목했다. 홍창기가 많이 출루하고 문보경이 득점 기회에서 해결해야 LG의 공격력이 살아날 수 있다는 진단이다.

홈런왕 경쟁자였던 김도영에 대해 오스틴은 "김도영은 젊은 선수임에도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고, 앞으로 더 크게 성장할 선수"라며 축하부터 전한 뒤 "하지만 가을 야구는 다르다.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충실히 하면서 팀이 승리하는 데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고 각오를 밝혔다.

주장 박해민은 김도영 한 명에만 집중하는 것을 경계했다. 박해민은 "야구는 9명이 하는 스포츠"라며 "김도영이 좋은 타자고 영향력도 크지만, 그 선수 한 명만 막는다고 승률이 올라가지 않는다. KIA엔 워낙 좋은 선수들이 많다. 김도영을 의식하기보다 '팀 KIA'를 상대한다는 마음가짐으로 경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승리는 LG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되찾는 계기가 됐을 법하다. 박해민은 "다시 한번 LG가 강하다는 걸 보여줄 수 있는 게임이어서 너무 기분 좋다"라고 말했다. KIA와의 재대결에 임하는 마음가짐으로는 "이제 이길 때가 된 것 같다"라며 "KIA에게 많이 졌기 때문에, 선수들도 이제 이길 때가 됐다는 마음가짐으로 광주로 내려갔으면 좋겠다"라고 각오를 전했다.

LG와 KIA의 준PO 1차전은 17일 오후 2시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다. LG는 외국인 투수 앤더스 톨허스트를 1차전 선발로 내세운다. 모두가 불리하다고 예상했던 두산전을 이긴 LG는 시즌 막판 수난을 안긴 상대 KIA전에서 다시 한번 야구의 의외성을 보여줄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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