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명예의 전당 멤버 가득한 스타군단인데 4연패 광탈, 다저스의 쓰리핏 도전은 왜 실패로 돌아갔나

승리로 이어지지 못한 홈런(사진=중계방송 화면)승리로 이어지지 못한 홈런(사진=중계방송 화면)

[더게이트]

돈으로는 월드시리즈 3연패를 살 수 없었다. 선수단 연봉에만 3억 4000만 달러 넘게 쏟아부은 LA 다저스가 몸값 총액이 절반도 안 되는 팀 밀워키 브루어스에 4연패로 탈락했다. 메이저리그 최고 부자 구단의 굴욕적인 탈락으로 올해 월드시리즈에서는 스몰마켓 구단끼리 우승을 다투는 이례적인 광경이 펼쳐지게 됐다.

다저스는 16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 4차전에서 밀워키에 4대 6으로 역전패했다. 시리즈 4패로 탈락하면서 월드시리즈 3연패 도전도 허무하게 끝났다. 반면 지난해 같은 무대에서 다저스에 4연패로 탈락했던 밀워키는 1년 만에 4연승으로 설욕하며 44년 만에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

더 충격적인 건 패배에 이르는 과정이다. 다저스는 오타니 쇼헤이, 무키 베츠, 프레디 프리먼, 카일 터커 등이 포진한 초호화 타선과 타릭 스쿠발, 야마모토 요시노부, 블레이크 스넬, 타일러 글래스나우로 이어지는 최정상급 선발진을 갖췄다. 그러나 4경기 내내 타선은 빈타에 시달렸고 투수들은 역전을 내줬다.

4차전에서는 무려 4점 차 리드도 지키지 못했다. 오타니가 2회말 비거리 약 130m의 3점 홈런을 터뜨리며 4대 0으로 앞서갔지만, 밀워키 타선은 4~5회 4점을 뽑아 동점을 만들었다. 6회에는 개릿 미첼이 태너 스콧을 상대로 역전 솔로 홈런을 터뜨렸고 8회엔 데이비드 해밀턴이 쐐기 홈런을 날렸다. 다저스가 포스트시즌 탈락이 걸린 경기에서 4점 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패한 것은 구단 역사상 처음이다.

기회마다 침묵한 초호화 타선…잔루와 삼진에 무너졌다타일러 글래스나우(사진=중계방송 화면)타일러 글래스나우(사진=중계방송 화면)

이번 시리즈 다저스의 가장 큰 문제는 득점권에서의 빈공이었다. 디 애슬레틱의 케이티 우 기자는 15일 분석 기사에서 다저스가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번번이 놓친 점을 지적했다. 정규시즌 각종 공격 지표에서 최상위권을 차지했던 지구방위대 타선이 포스트시즌에서는 좀처럼 장타는커녕 적시타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NLCS 3차전까지 다저스의 포스트시즌 득점권 타율은 32타수 3안타에 불과했다. 밀워키와의 첫 3경기에서는 득점권 16타수 2안타에 그쳤다.

3차전 6회말이 대표적이다. 다저스는 윌 스미스의 2타점 2루타로 2대 1 역전에 성공했다. 계속된 1사 2, 3루에서 추가점을 뽑을 기회도 잡았다. 그러나 키케 에르난데스와 토미 에드먼이 연속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필요할 때 더 달아나지 못했고, 밀워키는 바로 다음 이닝 제이크 바워스와 개릿 미첼의 연속타자 홈런으로 경기를 뒤집었다.

로버츠 감독의 대타 운용도 도마에 올랐다. 로버츠 감독은 6회 에이브너 우리베가 연속 볼넷으로 흔들리자 앤디 파헤스 대신 맥스 먼시를 대타로 투입했지만 삼진으로 물러났다. 스미스의 역전 2루타 이후에는 호수에 데 파울라를 대타로 준비했다가 밀워키가 좌완 DL 홀을 투입하자 키케 에르난데스로 다시 교체했고 결과는 삼진이었다. 우 기자는 로버츠 감독의 공격적인 선수 교체가 오히려 추가 득점 기회를 무산시켰다고 평가했다.

4차전에서도 같은 문제가 반복됐다. 다저스는 6회 터커, 7회 앤디 파헤스, 8회 스미스의 2루타로 잇달아 득점권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세 차례 모두 후속타가 터지지 않아 한 점도 내질 못했다. 4점 차 리드를 날린 것도 문제지만, 동점과 역전을 만들 기회마저 날려먹었다.

홈런타자가 즐비한 타선을 갖고도, 밀워키를 파워에서 압도하지 못했다. 정규시즌 내셔널리그에서 홈런이 가장 적었던 밀워키는 다저스를 상대로 4경기에서 홈런 7개를 터뜨렸다. 반면 오타니와 베츠, 프리먼, 터커 등이 즐비한 다저스는 4차전 오타니의 3점포가 시리즈 유일한 홈런이었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의 투수 운용도 패배 원인으로 꼽힌다. 다저스는 3차전에서 6회까지 1실점으로 호투하던 스넬을 7회에도 마운드에 올렸다. 스넬은 올 시즌 한 번도 7회까지 던진 적이 없었지만 로버츠 감독은 선발투수를 믿었다. 결국 바워스에게 역전 투런포를 맞았고, 다음 타자 미첼에게도 홈런을 허용했다.

4차전에서는 글래스나우 교체 시점이 문제가 됐다. 디 애슬레틱의 파비안 아르다야 기자는 로버츠 감독이 글래스나우를 지나치게 오래 기용한 판단에 의문을 제기했다. 글래스나우는 3회까지 퍼펙트 투구를 펼쳤지만 4회 2실점하며 흔들렸다. 로버츠 감독은 좌완 알렉스 베시아를 불펜에서 준비시키고도 글래스나우를 5회에 다시 내보냈다.

이후 투입한 불펜도 불을 끄지 못했다. 에번 필립스가 볼넷 2개로 만루 위기를 자초했고, 좌완 알렉스 베시아가 바워스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내줘 4대 4 동점을 허용했다. 6회에는 스콧이 미첼에게 결승 홈런을 맞았다. 선발투수의 이름값만 믿다가 교체 시점을 놓치고, 불펜에서도 해답을 찾지 못한 것이다.

주축 야수들의 고령화도 드러난 문제다. 디 애슬레틱은 이번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다저스 왕조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케이티 우 기자는 다저스가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나이 많은 야수진을 보유하고 있으며, 주축 선수들의 성적이 전성기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짚었다.

프리먼은 37세, 먼시는 36세, 미겔 로하스는 37세, 키케 에르난데스는 35세다. 프리먼은 올해 장타율 0.430으로 개인 통산 최저치를 기록했고, 베츠도 풀타임 시즌 기준 2014년 이후 가장 낮은 3.9의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을 기록했다. 오타니 역시 부상 여파로 포스트시즌 내내 타격 부진에 시달렸다.

3차전 패배 후 먼시는 양 팀의 차이를 묻는 질문에 "답은 아주 간단하다. 우리는 형편없이 경기하고 있고, 상대는 훌륭하게 경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저스 선수들 역시 이름값에 걸맞지 않은 경기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밀워키 감독 팻 머피는 4차전 승리 후 "다저스엔 미래 명예의 전당 멤버가 즐비하지만, 우리 팀엔 뛰어난 '게이머'들이 있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다저스 연봉 3억 4060만 달러…스몰마켓 3팀 합친 것보다 많다침통한 다저스 팬들(사진=중계방송 화면)침통한 다저스 팬들(사진=중계방송 화면)

이번 결과는 최근 진행 중인 메이저리그의 샐러리캡 도입 논쟁에도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ESPN 제프 파산 기자가 15일 칼럼에서 인용한 연봉 통계에 따르면 다저스의 올해 선수단 연봉 총액은 3억 4060만 달러다. 여기에 사치세만 1억 8080만 달러에 달한다.

반면 밀워키의 선수단 연봉 총액은 1억 4370만 달러다.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ALCS)에 진출한 탬파베이 레이스는 9850만 달러, 클리블랜드 가디언스는 7440만 달러에 불과하다. 세 팀의 연봉을 모두 합쳐도 3억 1660만 달러로 다저스 한 팀에 미치지 못한다.

밀워키는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작은 연고지 시장을 가진 구단이다. 클리블랜드와 탬파베이 역시 대표적인 스몰마켓 팀이다. ALCS에서 어느 팀이 승리하든 올해 월드시리즈는 리그에서 가장 적은 예산을 사용하는, 가난한 구단의 맞대결이 된다.

파산 기자는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스몰마켓 구단들이 잇달아 상위 라운드에 진출한 사실이 MLB 사무국의 샐러리캡 도입 논리와 충돌한다고 지적했다. MLB 사무국은 막대한 자금력을 가진 구단들이 경쟁의 균형을 무너뜨린다며 선수단 연봉 상한제와 하한제 도입을 주장해 왔다. 지난 5월 사무국이 제시한 방안은 연봉 상한 2억 4530만 달러, 하한 1억 7120만 달러다.

그러나 올해 포스트시즌에서는 연봉 2위 다저스가 연봉 19위 밀워키에 4연패로 탈락했다. 그보다 연봉 규모가 작은 탬파베이와 클리블랜드는 월드시리즈 진출을 놓고 경쟁 중이다. 부자 구단의 스타 독점으로 스몰마켓 팀의 우승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주장과 달리, 정작 올해 월드시리즈는 스몰마켓 팀들끼리 치르게 된 것이다.

물론 한 시즌 결과만으로 구단 간 자금력 격차가 존재하지 않는다거나 샐러리캡이 불필요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파산 기자도 올해 연봉 상위 10개 구단 가운데 8개 구단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는 점을 함께 언급했다. 다만 큰돈을 쓰지 않고도 월드시리즈에 도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올해 밀워키와 클리블랜드, 탬파베이가 결과로 보여준 만큼, 구단주들의 논리는 상당부분 설득력을 잃었다.

메이저리그는 오는 12월 1일 노사 단체협약 만료를 앞두고 있다. 구단주 측은 샐러리캡 도입을 강하게 요구하며 이런저런 당근을 제시하고 있지만 선수노조는 선수들의 수입 감소를 우려하며 반대하고 있다. 이번 포스트시즌 결과는 샐러리캡에 반대하는 선수노조의 주장에 새로운 근거가 될 수 있다.

핫 뉴스

뉴스 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