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복귀 다큐 공개하는 날 아킬레스건 끊어진 NBA 스타 "내 이야기, 끝이 아니다"

다큐멘터리 'Being Ben'다큐멘터리 'Being Ben'

[더게이트]

18개월 만의 NBA 복귀를 앞두고 있었다. 자신의 재기를 다룬 다큐멘터리도 방송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하필 다큐멘터리가 공개되는 바로 그날, 아킬레스건이 끊어졌다. 한때 NBA 최고의 유망주로 각광받았던 벤 시몬스에게 믿기 힘든 불행이 닥쳤다. 긴 재활 끝에 코트로 돌아오는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가 공개되기도 전에 '시즌 2'를 찍게 생겼다.

시몬스는 지난 19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 킹스 훈련 시설에서 팀 훈련 도중 오른쪽 아킬레스건이 파열되는 중상을 입었다. 킹스 구단은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결과 아킬레스건 파열이 확인됐으며 수술이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시몬스는 사실상 2026~2027시즌 전체를 날리게 됐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미국 스포츠 전문채널 ESPN이 시몬스의 복귀를 다룬 다큐멘터리 '벤 시몬스 되기(Being Ben)'을 처음 방송하는 날이었다. ESPN은 NBA 정규시즌 개막 이틀 전을 방송일로 잡았다. 시몬스가 오랜 부상과 논란을 딛고 농구선수로 돌아오는 과정을 개막에 맞춰 보여주려는 의도였다. 그러나 정작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은 방송이 시작되기도 전에 또다시 시즌 아웃 판정을 받았다.

1년 쉬고 돌아왔는데…복귀 사흘 앞두고 시즌 아웃브루클린 시절의 시몬스(사진=유튜브 화면 갈무리)브루클린 시절의 시몬스(사진=유튜브 화면 갈무리)

시몬스는 2016년 NBA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에 지명된 특급 유망주 출신이다. 208cm의 센터급 장신에 가드처럼 드리블하고 패스하는 능력을 갖춰 현대 농구에 딱 맞는 젊은 스타로 주목받았다. 신인왕에 올랐고 올스타에도 세 차례 선정됐으며 NBA 올 디펜시브 퍼스트팀에도 두 번 이름을 올리는 등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2021년 애틀랜타 호크스와의 동부 콘퍼런스 준결승에서 선수 인생의 큰 암초를 만났다. 결정적인 7차전에서 골밑 덩크 기회를 외면하고 패스를 선택했다가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후 정신적 압박에 감독 및 구단과의 갈등까지 겹치며 내리막길을 걸었다.

2021~2022시즌에는 한 경기도 뛰지 못한 채 제임스 하든과의 트레이드를 통해 브루클린 네츠로 이적했다. 하지만 브루클린에서도 허리 부상 등에 시달리며 2년 반 동안 90경기 출전에 그쳤다. 2025년 2월 방출된 뒤 LA 클리퍼스에서 18경기를 뛰었고, 2025~2026시즌은 아예 통째로 쉬었다.

1년을 재활에 매달린 시몬스는 지난 9월 새크라멘토와 1년 350만 달러에 계약하며 새로운 기회를 잡았다. 시범경기에서 나타난 몸 상태도 좋았다. 샌안토니오 스퍼스전에서는 14점 8리바운드 7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전성기 시절의 모습을 되찾는 듯했다. 더그 크리스티 새크라멘토 감독도 "내 눈에는 아주 훌륭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시몬스는 21일 LA 클리퍼스와의 정규시즌 개막전을 통해 18개월 만에 NBA 무대로 돌아올 예정이었다. 복귀에 맞춰 공개되는 다큐멘터리를 통해 NBA 팬들에게 큰 감동과 울림을 전하려는 계획도 있었다. 그러나 개막을 불과 사흘 앞두고 당한 부상으로 이 모든 계획은 허사가 되고 말았다.

시몬스의 부상 소식에 새크라멘토 선수단도 큰 충격에 빠졌다. 크리스티 감독은 "배를 세게 얻어맞은 기분"이라며 "우리는 모두 벤을 사랑하고 지지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조차 모르겠다. 안아주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언제나 곁에 있겠다고 전하는 수밖에 없다"고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닥 리버스는 정말 X자식"…다큐에서 털어놓은 상처다큐멘터리 'Being Ben'다큐멘터리 'Being Ben'

ESPN의 다큐멘터리는 시몬스가 필라델피아에서 스타로 성장했다가 추락한 과정, 이후 겪었던 부상과 갈등, 그리고 NBA 복귀를 준비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다큐에서 시몬스는 그동안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았던 필라델피아 시절의 갈등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닥 리버스 전 필라델피아 감독을 향한 거침없는 비판이다. 2021년 애틀랜타와의 플레이오프 7차전 패배 직후 리버스 감독은 시몬스가 우승팀의 주전 포인트가드가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지금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모르겠다"고 말했다. 마치 패배의 책임을 선수에게 돌리는 듯한 발언이었다.

다큐에서 시몬스는 당시 리버스 감독의 말을 듣고 어떤 기분이었느냐는 질문에 "정말 X자식 같다고 생각했다"고 격렬하게 비판했다. 이어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서로를 지지한다면 어떤 일은 그에 맞는 방식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감독도 자기 자리를 잃고 싶지는 않았을 거다. 상황이 어려워지면 사람들은 당황하고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떠넘긴다"고 밝혔다.

리버스 감독도 다큐에 등장해 당시 발언을 후회한다고 인정했다. 리버스 감독은 "그 질문에 더 잘 대답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그런 의미로 말한 게 아니었지만 다르게 받아들여졌다. 형편없는 질문이었다"고 해명했다. 다음 날 발언의 맥락을 설명하려 했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었고, 그때부터 시몬스와의 관계가 나빠졌다고도 회상했다.

시몬스는 당시 필라델피아 구단 운영을 책임졌던 대릴 모리 사장에게도 불만을 드러냈다. 모리가 자신을 팀에서 내보내려고 했다고 주장하며 "믿을 수 없는 사람들, 뱀 같은 사람들이 있다. 모리도 그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다큐멘터리에서 시몬스는 농구에 대한 자신의 애정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부상을 안고 경기를 뛰었고, 발이 부러진 뒤 재활도 했다. 허리 수술도 여러 번 받았다. 겪을 수 있는 일은 다 겪었다"며 "내가 농구를 사랑하지 않았다면 진작 집에 있었을 것이다. 호주로 돌아가 좋은 집을 사고, 바다에서 낚시나 하면서 아내를 만나 아이를 낳고 그렇게 살 수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시몬스는 다큐멘터리를 통해 과거의 상처를 털어놓고 농구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을 확인했다. 하지만 새로운 출발을 알리려던 순간 또다시 수술을 받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미 여러 차례 허리 수술을 받은 30세 선수에게 이번에는 아킬레스건 파열이라는 큰 시련이 찾아왔다. 1년을 쉬면서 가까스로 몸을 만들었는데 다시 한 시즌을 재활에 매달려야 하는 잔인한 상황이다.

'죽어도 선덜랜드'의 악몽…한화 '클럽하우스'까지 다큐 잔혹사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죽어도 선덜랜드'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죽어도 선덜랜드'

스포츠 다큐멘터리가 제작진의 의도와 다르게 흘러간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대표적인 작품이 넷플릭스의 인기 다큐멘터리 '죽어도 선덜랜드'다. 제작진이 2017~2018시즌 잉글랜드 축구팀 선덜랜드 AFC를 밀착 취재하기 시작했을 당시에는 2부리그로 강등된 팀이 1부리그로 복귀하는 과정을 담는 게 목적이었다. 제작진은 선수단과 운영진, 열성적인 팬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카메라에 담았다.

하지만 현실은 제작진의 기대와 정반대로 흘러갔다. 선덜랜드는 감독 교체와 부진을 거듭하다 2018년 4월 결국 리그원(3부리그)으로 강등됐다. 2년 연속 강등이라는 최악의 결과였다. 다큐멘터리는 그해 12월 공개됐고, 1부리그 복귀를 꿈꾸던 구단이 3부리그까지 추락하는 과정이 고스란히 시청자들에게 전달됐다.

KBO리그 한화 이글스를 다룬 다큐멘터리 '한화이글스: 클럽하우스'도 비슷한 사례다. 2021년 촬영해 이듬해 왓챠에서 공개한 이 작품은 한화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구단 혁신과 리빌딩 과정을 팬들과 공유하는 게 목적이었다. 그만큼 한화는 자신들이 택한 방향성에 자신이 있었다.

클럽하우스는 구단 수뇌부의 회의와 선수단 내부의 갈등까지 생생하게 보여주면서 작품성 면에서 호평을 받았지만, 일부 장면이 의도하지 않은 오해를 낳기도 했다. 여기에 팀 성적이 최하위에 그친 가운데 가시적인 리빌딩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서 제작 의도를 완벽하게 달성하지는 못했다. 구단 내부를 팬들에게 어디까지 공개하고 공유하는 게 적절한지 고민하게 만든 작품이기도 했다.

시몬스의 복귀 다큐멘터리 역시 재기라는 결말 대신 새로운 시련으로 막을 내리게 됐다. 시몬스는 부상 이후 자신의 SNS를 통해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감정적으로 나를 시험하는 어려움들을 겪었지만 매번 이겨냈다. 이번 부상 역시 내 여정의 또 다른 장일 뿐, 내 이야기의 끝이 아니다"라면서 "나는 이전에도 쓰러졌고 언제나 다시 일어설 방법을 찾았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의지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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