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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게이트
애런 분 감독(사진=MLB.com)[더게이트]
9년 동안 월드시리즈 우승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올해도 포스트시즌에서 3연패로 탈락했다. 그런데도 감독 교체는 없다. 메이저리그 최고 명문 구단이자 '원조 악의 제국' 뉴욕 양키스가 애런 분 감독과 2027시즌에도 동행한다. 우승 실패에 대한 책임론이 거셌지만 구단은 분 감독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기로 했다.
미국 뉴저지 지역 매체 '더 버겐 레코드'의 피트 칼데라 기자는 19일(현지시간) 메이저리그 관계자를 인용해 분 감독의 2027시즌 유임을 최초 보도했다. 이후 ESPN과 디 애슬레틱,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도 구단 관계자를 통해 같은 내용을 확인했다.
분 감독은 지난 2025년 2월 양키스와 2년 총액 1050만 달러에 계약을 연장했다. 2027년은 계약 마지막 해이자 양키스 사령탑으로 맞는 10번째 시즌이다. 이번 유임 결정은 새로운 계약 연장이 아니라, 경질 없이 기존 계약 기간을 지켜주기로 했다는 의미다.
17년째 우승 실패…가을야구 3경기서 단 5득점
양키스 로고(사진=MLB.com)양키스는 올해 정규시즌에서 93승 68패를 기록하며 아메리칸리그 전체 2위에 올랐다. 와일드카드 시리즈에서는 영원한 라이벌 보스턴 레드삭스를 2연승으로 제압하며 기세를 올렸다. 그러나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ALDS)에서 대표적인 스몰마켓 팀 탬파베이 레이스에 3연패하며 허무하게 시즌을 마쳤다.
3연패 탈락도 탈락이지만 과정이 꼴사나웠다. 1차전에서 단 1안타에 그치며 0대 1로 패한 양키스는 2차전에서 1회에만 수비 실책 3개를 저지르는 등 경기 전체에서 4개의 실책을 범하며 2대 5로 무너졌다. 3차전에서도 3대 4로 패했다. 세 경기에서 양키스 초호화 타선이 얻은 점수는 5점뿐이었다.
한때는 우승을 당연하게 여겼던 양키스지만 2009년 이후로는 17년째 우승을 맛보지 못하고 있다. 분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2018년부터 올해까지 9시즌 동안 8차례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지만 한번도 우승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가장 우승에 가까이 다가섰던 2024년에도 월드시리즈에선 LA 다저스에 1승 4패로 패했고, 최근 두 시즌은 연속으로 디비전시리즈에서 탈락했다.
이런 결과를 두고 전 양키스 1루수 앤서니 리조는 양키스가 과거 조지 스타인브레너 구단주 시절부터 이어진 '우승 아니면 실패'라는 구호를 더 이상 사용할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리조는 "양키스는 더 이상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 다저스라면 그렇게 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리조가 양키스 유니폼을 입고 뛰던 시절에도 우승하지 못했던 건 마찬가지다.
분 감독이 거센 비판에도 자리를 지키는 배경에는 뛰어난 정규시즌 성적이 있다. 분 감독은 9년간 790승 565패, 승률 0.583을 기록했다. 이는 현역 메이저리그 감독 가운데 데이브 로버츠 LA 다저스 감독(0.621)에 이은 승률 2위다. 같은 기간 양키스보다 많은 정규시즌 승리를 거둔 팀도 다저스(849승)뿐이다.
하지만 감독의 역량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는 단기전에선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분 감독의 가을야구 통산 성적은 27승 30패, 승률 0.474다. 로버츠 감독이 다저스를 이끌고 월드시리즈에서 세 차례 우승한 반면, 분 감독은 아직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다만 올 시즌엔 분 감독으로서도 핑계거리는 있다. 양키스는 주축 선수들의 잇따른 부상으로 정상 전력을 가동하지 못했다. 캡틴 애런 저지는 갈비뼈 골절과 종아리 부상으로 정규시즌 66경기 출전에 그쳤고, 포스트시즌에는 한 경기도 나서지 못했다. 지안카를로 스탠튼도 4월 이후 정규시즌에서 뛰지 못했다. 게릿 콜과 카를로스 로돈, 맥스 프리드 등 선발투수들도 상당 기간 부상으로 결장했다.
그런 상황에서도 양키스는 벤 라이스와 캠 슐리틀러 등 젊은 선수들의 활약을 앞세워 93승을 거뒀다. 구단 수뇌부는 이런 분 감독의 지도력을 높게 평가했다. 브라이언 캐시먼 단장은 ALDS 3차전을 앞두고 "분 감독은 정말 좋은 감독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고, 분 감독도 분명 그 이유 가운데 하나"라고 밝혔다.
"모든 선수가 감독을 지지한다"…저지까지 나선 옹호
애런 분 감독(사진=MLB.com 방송화면)분 감독에게 힘을 실어준 또 다른 요인은 선수단의 신뢰다. 외부에서는 감독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양키스 선수들은 시즌 종료 후 공개적으로 분 감독을 옹호했다.
올해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유력 후보로 꼽히는 슐리틀러는 "라커룸의 모든 선수가 분 감독을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분 감독은 항상 선수들을 먼저 생각한다. 우리는 감독을 신뢰한다. 감독의 결정에 의문을 품은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며 변함없는 신뢰를 나타냈다.
주장 저지도 분 감독의 유임에 힘을 보탰다. 저지는 ALDS 탈락 후 "분 감독은 우리 팀의 감독이자 팀을 이끄는 사람이다. 선수들이 성공할 수 있는 위치에 있도록 해준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처럼 내가 부상으로 100경기 가까이 빠진 상황에서도 팀을 포스트시즌에 진출시키고 월드시리즈 우승에 도전할 기회를 만들어줬다. 분 감독은 언제나 선수들을 지켜줬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저지는 구단 프런트에는 강한 변화를 요구했다. 저지는 "우리는 양키스다.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선수든 구단 인력이든 필요한 것을 찾아야 한다"며 우승을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감독에겐 힘을 실어주면서도 구단의 전력 강화와 조직 개선을 촉구한 것이다.
양키스의 이번 결정은 전임 감독들의 사례와 비교해도 이례적이다. 조 토레 감독은 12시즌 동안 월드시리즈에서 네 차례 우승했다. 1996년 첫해부터 정상에 올랐고, 1998년부터 2000년까지 3연패를 이뤘다. 조 지라디 감독도 2009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었지만 10시즌을 마친 뒤 양키스를 떠났다. 분 감독은 두 전임자와 달리 우승 경력 없이 10번째 시즌을 맞는다.
과거 조지 스타인브레너 구단주 시절 양키스는 잦은 감독 교체로 '감독들의 무덤'이라는 말까지 들었던 구단이다. 그러나 아들 할 스타인브레너가 구단을 이끄는 지금은 달라졌다. 9년 연속 우승하지 못한 감독에게도 10번째 시즌을 보장할 만큼 인내심을 보여주고 있다. 일부 올드 양키스 팬들 사이에서 차라리 감독 교체가 잦던 과거가 나았다는 불만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양키스가 분 감독에게 계약 마지막 해를 보장하는 상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3년 양키스가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을 때도 분 감독에게는 계약이 1년 남아 있었다. 당시에도 교체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구단은 유임을 선택했고, 분 감독은 이듬해인 2024년 양키스를 2009년 이후 15년 만의 아메리칸리그 우승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2025년 2월 새로운 2년 계약을 받아냈다.
다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양키스는 2024년 월드시리즈 준우승 이후 2년 연속 디비전시리즈에서 탈락했고, 분 감독에게 남은 계약 기간도 내년 한 시즌뿐이다. 만약 내년 시즌 초반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그때는 구단이 움직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무엇보다 내년에도 우승하지 못하면, 아무리 인내심 강한 '아들' 보스라도 감독 교체를 하지 않기는 어려울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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