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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루포를 날린 김도영(사진=KIA)[더게이트=잠실]
슈퍼스타의 영향력이란 이런 것이다. 김도영의 말 한마디에 관중석 전체가 붉게 물들고, 방망이를 휘두르면 각종 신기록과 함께 팀 승리가 따라온다. 잠실야구장의 마지막 공식 경기에서 김도영이 초대형 만루홈런을 터뜨리고 베이스를 도는 동안, 좌측 외야와 3루 쪽 관중석은 드레스코드를 통일한 KIA 팬들의 붉은 물결로 들썩였다.
김도영은 2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2026 KBO리그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2회 쐐기 만루홈런을 터뜨려 13대 1 대승을 이끌었다. 3대 0으로 앞선 2회초 1사 만루에서 LG 좌완 존 케네디와 상대한 김도영은 몸쪽 낮은 패스트볼을 받아쳐 잠실 좌중간 관중석 상단에 꽂았다. 이 만루포로 2회에만 7점을 뽑은 KIA는 13대 1로 대승을 거두고, 3연승으로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했다.
김도영의 홈런은 LG 구단 트랙맨 측정 기준 145.8m의 보고도 믿기 어려운 비거리를 기록했다. KBO 공식 기준으로는 145m로, 2000년 비거리 측정이 시작된 이후 준플레이오프 최장거리 홈런이다. 2019년 준플레이오프에서 키움 박병호가 기록한 135m를 넘어선 것은 물론, 포스트시즌 전체로도 2001년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두산 타이론 우즈가 날린 145m와 타이기록이다. 김도영은 23세 18일의 나이로 포스트시즌 최연소 만루홈런 기록까지 25년 만에 갈아치웠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김도영은 자신도 홈런 영상을 돌려보고 놀랐다면서 “굉장히 멀리 간 것 같아서 정말 신기했고 안 믿겼다”는 말과 함께 멋쩍은 듯 미소 지었다. 지난 12일 LG와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터뜨린 결승 2점 홈런과 비교해 달라는 질문에는 당시 홈런이 더 짜릿했다면서도, 배트에 공이 맞았을 때의 손맛은 이날 만루홈런이 더 좋았다고 밝혔다.
준플레이오프 안타 3개가 전부 홈런…“중요할 때 치는 비결? 나도 몰라”
김도영과 나성범(사진=더게이트 배지헌 기자)김도영은 이번 준플레이오프에서 9타수 3안타를 기록했는데, 안타 3개가 모두 홈런이었다. 1차전에선 솔로홈런과 2점 홈런으로 4타점을 올렸고, 3차전에서도 만루홈런 한 방으로 다시 4타점을 쓸어 담았다. 김도영 봉쇄에 총력을 다한 LG를 상대로 3경기 3홈런 8타점 4득점을 기록하며 시리즈를 지배한 슈퍼스타는 기자단 투표 97표 가운데 84표를 얻어 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결정적인 순간마다 홈런을 날리는 비결이 있을까. 김도영은 “저도 그럴 때마다 홈런이 나오는 게 신기하다”며 쑥스럽게 웃었다. 이어 “정말 모르겠다”면서 자신을 도와준 코치들에게 공을 돌렸다. LG가 시리즈를 앞두고 자신을 경계 대상으로 지목한 데 대해선 “워낙 우리 팀에 훌륭한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부담이 전혀 안 됐다”며 “든든한 선배님들도 계시고 좋은 선수들도 많아 전혀 부담 없이 경기했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 함께 나선 주장 나성범도 후배를 향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날 선제 솔로홈런을 포함해 홈런 2개를 때린 나성범은 “매년 볼 때마다 뭔가 성장하는 것 같다”며 “어려움이 있어도 이겨내고 다시 치고 올라가더라. 같은 팀인 게 되게 감사하고 오래 있었으면 좋겠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김도영의 홈런만큼 이날 눈길을 끈 것은 붉게 물든 잠실의 원정 응원석이었다. KIA 팬들은 지난 17일 광주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1차전 직후 김도영이 방송 인터뷰에서 요청한 대로 빨간색 옷을 입고 잠실을 찾았다. KIA의 기본형 유니폼은 원래 흰색 혹은 검은색 바탕이지만, 적지 않은 팬들이 김도영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일부러 빨간색 저지나 점퍼까지 구해 입는 정성을 보였다. 덕분에 3루 쪽 관중석은 물론 외야 응원석까지 붉은 물결이 장관을 이뤘다.
김도영이 직접 드레스코드를 부탁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구단이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빨간색 드레스코드를 공지했지만, 첫 경기에서는 이를 모르는 팬도 적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마침 1차전에서 홈런 2개를 쳐 경기 후 인터뷰할 기회가 생기자 자신의 영향력을 활용해 더 많은 팬에게 알리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김도영은 “1차전에서 홈런을 친 뒤 인터뷰를 통해 감히 부탁을 드렸는데 많은 팬들이 들어주셨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그런 응원의 힘이 모였기 때문에 오늘 경기에서도 상대를 압도하며 승리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면서 팬들의 응원에 선수들도 힘을 얻었다고 강조했다.
삼성 킬러 김도영, 대구에서도 붉은 물결 이어갈까
삼성 킬러 김도영(사진=KIA)김도영의 다음 스테이지는 대구다. KIA는 나흘을 쉬고 25일부터 정규시즌 2위 삼성 라이온즈와 5전 3선승제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올해 정규시즌 45홈런으로 홈런왕에 오른 김도영은 삼성전에서도 16경기 타율 0.306, 9홈런, 20타점으로 강했다. 9개 구단 가운데 가장 많은 홈런을 때린 상대 팀이 삼성이다.
2022년 데뷔 이후 기록한 정규시즌 통산 100홈런 가운데 11개가 대구에서 나왔다. 타자 친화적인 구장인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는 홈구장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43개) 다음으로 많은 홈런을 친 곳이다. 그러나 김도영은 “삼성과 정규시즌 기록이 좋다고 해서 절대 자만하거나 방심하지 않을 것”이라며 “단기전은 다르다. 좋은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긴장감을 갖고 잘하겠다”고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팬들에게 요청하고 싶은 것이 있을까. 처음에는 “전혀 없습니다”라고 답했던 김도영은 드레스코드 이야기가 다시 나오자 “끝까지 입어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라고 웃으며 당부했다. 아마도 대구에서 열릴 플레이오프 1·2차전에서는 3루 쪽의 푸른 물결과 1루 쪽의 붉은 물결이 맞서는 광경이 펼쳐질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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