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야구 3연패 '광탈'했는데 감독도 단장도 그대로…"선수들이 제 몫 못해" 선수 탓한 구단주

뉴욕 양키스 할 스타인브레너 구단주(사진=MLB.com)뉴욕 양키스 할 스타인브레너 구단주(사진=MLB.com)

[더게이트]

원조 악의 제국 뉴욕 양키스가 언제부터 이렇게 인내심이 강한 구단이 됐을까. 같은 지구 저비용 팀에 3연패를 당하며 허무하게 가을야구를 마감했지만, 감독도 단장도 그대로 자리를 지킨다. 9년째 우승하지 못한 감독은 내년에도 지휘봉을 잡고, 28년 동안 구단을 이끈 단장은 새로운 계약까지 따냈다. 구단주는 오히려 선수들에게 탈락의 책임을 돌렸다.

양키스 구단주 할 스타인브레너는 22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탬파의 구단 스프링 트레이닝 시설에서 화상 기자회견을 열고 브라이언 캐시먼 단장과 애런 분 감독에 대한 신뢰를 재확인했다. 캐시먼 단장은 구단과 계약 연장에 합의했으며, 분 감독은 경질 없이 기존 계약대로 2027시즌까지 팀을 이끈다.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ESPN에 따르면 캐시먼 단장은 "마지막으로 몇 가지 사소한 사항만 정리하면 된다. 사실상 모든 준비가 끝났다"며 자신의 계약 연장 사실을 밝혔다. 이달 말 만료되는 기존 계약은 5년 2500만 달러(약 357억원) 규모였다. 새 계약의 구체적인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내년 60세가 되는 캐시먼은 1998년부터 양키스 단장으로 일해 온 프랜차이즈 역사상 최장수 단장이다. 재임 기간 월드시리즈 우승 4차례와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우승 15차례를 이끌었다. 그러나 마지막 우승은 2009년이고, 이후 17년 동안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은 건 2024년 단 한 차례뿐이다.

17년째 우승 없는 양키스…구단주는 "감독·단장 문제 아니다"전력 보강을 위해 끊임없이 움직이는 캐시먼 단장 (사진=MLB.com)전력 보강을 위해 끊임없이 움직이는 캐시먼 단장 (사진=MLB.com)

올해도 양키스의 가을은 실망스러웠다. 정규시즌에선 93승 68패로 3년 연속 90승 이상을 거뒀지만, 선수단 연봉 총액이 반도 안 되는 탬파베이 레이스에 밀려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2위에 머물렀다. 포스트시즌에서도 탬파베이와 디비전시리즈에서 만나 단 한 경기도 이기지 못하고 탈락했다.

2009년 이후 이어진 17년 연속 월드시리즈 무관은 양키스 구단 역사상 두 번째로 긴 우승 공백이다. 포스트시즌에 13차례 진출하고도 우승하지 못한 기록은 메이저리그 역대 공동 4위에 해당한다. 옛날 아버지 스타인브레너 같았으면 17년 연속 감독과 단장의 목을 치고도 남았을 거다.

성미 급한 양키스 팬들 사이에서도 캐시먼 단장과 분 감독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컸다. 그러나 스타인브레너 구단주의 생각은 달랐다. 구단주는 "캐시먼은 매 시즌 훌륭한 일을 한다. 올해 구성한 선수단은 야구계 어느 팀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옹호했다.

분 감독에 대해서도 "올해 좋은 시즌을 보냈다. 특히 투수진 운영을 잘했다. 선발 로테이션에 많은 변화가 있었고 시즌 막판에는 불펜이 완전히 지쳐 있었지만, 그 모든 상황을 극복하고 팀을 포스트시즌에 올려놓았다"고 평가했다.

스타인브레너 구단주는 "결론적으로 선수들이 포스트시즌에서 자기 몫을 해내지 못했다"며 선수들을 탓했다. 이어 "책임의 대부분은 시즌 내내 꾸준히 득점하지 못한 야수들에게 있다. 이건 내 생각이고 내 의견이다. 애런 분 감독에게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수뇌부에 힘을 실어줬다.

양키스는 분 감독의 거취를 놓고 일주일 동안 내부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분 감독에게도 책임이 있는지 검토했지만, 최종 결론은 유임이었다. 2025년 2월 체결한 연장 계약의 마지막 해인 2027년에도 지휘봉을 맡기기로 했다.

분 감독은 2018년 부임 이후 9시즌 가운데 8차례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통산 승률 0.583은 메이저리그 역대 공동 17위에 해당한다. 하지만 월드시리즈 진출은 2024년 한 차례뿐이었고, 당시 LA 다저스에 1승 4패로 패했다. 정규시즌 성적이 더 좋은 팀을 포스트시즌에서 만났을 때는 8차례 시리즈를 치러 모두 졌다. 딱 가진 전력만큼의 결과만 냈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스타인브레너 구단주는 분 감독과의 추가 계약 연장 가능성도 열어뒀다. 아직 관련 협상은 진행하지 않았지만 "당연히 고려할 수 있는 일이다. 모든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분 감독 역시 계약 마지막 해를 맞는 상황에 관해 "전혀 신경 쓰이지 않는다. 선수 중에도 시즌이 끝나면 자유계약선수가 되는 사람들이 있다. 그게 이 세계의 일상이고 일부"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우리는 올인했다"…저지의 쓴소리에도 구단주는 정면 반박애런 분 감독(사진=MLB.com)애런 분 감독(사진=MLB.com)

선수들이 문제라는 구단주와 달리, 선수들 생각은 다른 듯하다. 양키스의 탈락 이후 주장 애런 저지는 구단 운영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저지는 프런트가 우승을 위해 모든 것을 걸고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구단이 우승할 수 있는 최상의 전력을 구성했느냐는 질문에도 선뜻 긍정하지 못했다.

스타인브레너 구단주는 이 같은 지적에 동의하지 않았다. 오히려 올해 구단이 우승을 위해 충분히 투자했다고 반박했다. 구단주는 "우리는 올해 그렇게 했다. 구단 역사상 가장 많은 연봉을 지출했다. 오프시즌 후반에도 전력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해 코디 벨린저와 대형 계약을 맺었다"며 "올해 우리는 분명히 모든 것을 걸었다. 우승할 능력이 충분한 팀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키스는 올 시즌 아메리칸리그 최우수선수(MVP) 3회 수상자인 저지와 강타자 지안카를로 스탠튼이 부상으로 오랜 기간 이탈했다. 저지는 결국 포스트시즌에 나서지 못했고, 스탠튼도 대타로만 출전했다. 스타인브레너 구단주는 "내가 마지막으로 다시 말하겠다.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 데는 공격과 타격 문제가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2009년 이후 17년째 월드시리즈 우승이 없는 양키스. 구단 역사상 두 번째로 긴 무관의 시간이 이어지고 있지만, 스타인브레너 구단주는 캐시먼 단장과 분 감독을 다시 선택했다. 팬들의 불만에도 양키스의 수뇌부는 내년에도 그대로다. 아버지와 달리 인내심 강한 아들 구단주의 믿음과 신뢰에, 2027년 양키스 수뇌부는 우승으로 보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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