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은 농구선수와 10년째 싸운다…트럼프, 르브론에 “완전한 수치” 맹비난, 끝나지 않은 악연

트럼프가 르브론을 맹비난했다.트럼프가 르브론을 맹비난했다.

[더게이트]

다른 나라 대통령들이 외부의 적이나 경제, 민생 문제와 싸울 때 미국 대통령은 자신에게 비우호적인 농구선수와 싸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 프로농구(NBA) 슈퍼스타 르브론 제임스를 또 저격하며 맹비난했다. 국가 연주 도중 골프 스윙을 흉내 낸 르브론을 향해 "완전히 수치스러운 존재"라며 거친 막말을 쏟아냈다. 사용하는 워딩도 거의 MAGA 유튜버 수준으로 원색적이다.

트럼프는 23일(한국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르브론의 영상을 올리며 "국가가 연주되는 동안 르브론 제임스가 우리나라를 모욕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는 처음부터 제임스가 형편없다고 말했다. 완전히 수치스러운 존재"라며 "제임스는 미국 국기와 우리나라가 상징하는 모든 가치를 위해 목숨을 바친 위대한 미국의 전사들과 영웅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트럼프가 지목한 장면은 지난 21일 미국 뉴욕 매디슨스퀘어가든에서 열린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와 뉴욕 닉스의 2026~2027시즌 개막전에서 나왔다. 경기 전 뉴욕의 우승 반지 수여식과 챔피언 배너 게양식이 끝난 뒤 미국 국가가 연주됐다. 대부분의 필라델피아 선수가 움직이지 않고 서 있는 동안 르브론은 골프 스윙을 연습하는 듯한 동작을 취했고, 농구 슛 동작도 반복했다. 이 장면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지면서 '안티 르브론' 진영 사이에서 논란이 됐고, 이틀 뒤 트럼프까지 비난에 가세한 것이다.

2017년부터 이어진 악연…트럼프에게 “이 얼간이야” 직격탄트럼프와 제임스 돌란 구단주(사진=중계방송 화면)트럼프와 제임스 돌란 구단주(사진=중계방송 화면)

트럼프와 르브론의 악연은 트럼프의 첫 임기였던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NBA 챔피언에 오른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스테판 커리가 우승팀의 전통인 백악관 방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 발단이었다. 커리는 백악관 초청을 받더라도 방문에 반대표를 던지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자 트럼프는 소셜미디어에 "백악관 방문은 챔피언팀에 큰 영광이다. 커리가 망설이고 있으니 초청을 철회한다"고 선언했다.

당시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소속이었던 르브론은 가만있지 않았다. 트럼프를 향해 "이 얼간이야(U bum)! 커리는 이미 가지 않겠다고 했잖아. 그러니 애초에 초청할 필요도 없는 거지. 당신이 나타나기 전까지 백악관 방문은 큰 영광이었다"고 공개적으로 맹비난했다.

두 사람의 갈등에는 정치적 입장 차이도 있었다. 르브론은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의 경쟁자였던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공개 지지했다. 이후에도 트럼프의 인종 문제 관련 발언과 정책을 비판하며 사회적 목소리를 냈다. 2018년에는 폭스뉴스 진행자가 자신의 사회 문제 관련 발언을 비판하자 "우리는 절대 입을 닫고 농구만 하지 않을 것이다. 나 역시 결코 그렇게 하지 않겠다"며 자신에게 사회와 젊은 세대를 위해 목소리를 낼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2024년 대선에서도 르브론은 트럼프의 상대였던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후보를 지지했다. 소셜미디어에 트럼프의 인종차별적 발언 등이 담긴 영상을 게시하면서 "아이들과 가족이 살아갈 미래를 생각하면 선택은 분명하다. 카멀라 해리스에게 투표하라"고 호소했다. 이처럼 10년간 켜켜이 쌓인 악연 끝에 트럼프가 또 한번 '뒤끝'을 발동한 것이다.

국가 연주 중 지휘 흉내 낸 트럼프…르브론에겐 사과 요구르브론 제임스(사진=유튜브 화면 갈무리)르브론 제임스(사진=유튜브 화면 갈무리)

재미난 건 트럼프 자신도 과거 국가 연주 도중 부적절한 행동으로 논란을 일으킨 전력이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는 2020년 2월 미국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슈퍼볼 관람 행사에서 국가가 연주되는 동안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손과 팔을 휘저어 논란이 됐다. 주변 사람들이 가슴에 손을 얹고 국가를 듣는 동안 트럼프는 손을 흔들거나 다른 사람들을 가리키는 동작을 했다. 당시 마이애미 헤럴드가 이 영상을 보도하면서 트럼프를 향해 "국가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번 논란에 대해 필라델피아 구단은 경기 준비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닉 너스 필라델피아 감독은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와 홈 개막전을 앞두고 "이미 겪었던 다른 외부 소음들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며 "내가 신경 쓰는 건 선수들이 훈련장에 나오고, 영상 분석실에 모이고, 경기장에 나서는 일뿐"이라고 밝혔다. 르브론은 트럼프의 맹비난에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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