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자책 1.29 '괴물 에이스' 대신 36세 노장이 1차전 선발? 탬파베이의 월드시리즈 파격 승부수

케빈 캐시 감독(사진=MLB.com)케빈 캐시 감독(사진=MLB.com)

[더게이트]

포스트시즌 3경기 21이닝 3실점에 평균자책 1.29. 등판할 때마다 최소 6이닝을 책임진 '가을야구 괴물 에이스'가 있다. 그런데 정작 가장 중요한 월드시리즈 1차전 선발은 다른 투수다. 창단 첫 월드시리즈 우승에 도전하는 탬파베이 레이스가 에이스 드루 라스무센 대신 36세 베테랑 닉 마르티네스를 먼저 내세우는 흥미로운 선택을 했다.

케빈 캐시 탬파베이 감독은 23일(한국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월드시리즈 공식 기자회견에서 마르티네스를 1차전 선발투수로 예고했다. 탬파베이는 24일 밀워키 아메리칸패밀리필드에서 밀워키 브루어스와 월드시리즈 1차전을 치른다. 상대 선발은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수상 유력 후보로 꼽히는 강속구 투수 제이콥 미저라우스키다.

예상 밖의 결정이다. 탬파베이는 앞선 디비전시리즈와 챔피언십시리즈에서 모두 라스무센을 1차전 선발로 기용했다. 라스무센은 포스트시즌 3경기에서 모두 6이닝 이상을 던졌고, 21이닝 동안 단 3점만 내줬다. 올해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투표에서 5위 이내에 들 것으로 예상되는 특급 에이스다.

평균자책 1.29 에이스를 아낀 이유는?드루 라스무센(사진=MLB.com)드루 라스무센(사진=MLB.com)

라스무센은 지난 19일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와의 챔피언십시리즈 5차전에 등판했다. 일정대로라면 4일 휴식 후 월드시리즈 1차전에 나설 수 있었다. 그러나 캐시 감독은 에이스에게 하루 더 휴식을 주기로 했다.

캐시 감독은 "라스무센에게 하루 더 휴식을 주는 것을 우선했다"며 "지금까지 상당히 많은 이닝을 던졌고, 우리는 라스무센에게 크게 의존해 왔다. 라스무센이 한번 마운드에 오르면 최대한 많은 공을 던져주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라스무센의 몸 상태와 수술 이력을 고려한 선택이다. 라스무센은 지금까지 팔꿈치 수술만 세 차례 받은 투수로 관리가 필수다. 올 시즌에는 포스트시즌을 포함해 193이닝을 던져 개인 한 시즌 최다 이닝 기록을 경신했다. 탬파베이로서는 당장 1차전 승부 못지않게 에이스의 건강과 체력 관리가 중요하다.

실제로 탬파베이는 이번 가을 라스무센에게 충분한 휴식을 보장해 왔다. 디비전시리즈 1차전은 열흘, 챔피언십시리즈 1차전은 8일을 쉬고 등판했다. 클리블랜드와의 챔피언십시리즈에서도 비로 4차전이 연기되자 라스무센 대신 마르티네스를 투입했다. 하루 더 쉬고 5차전에 나선 라스무센은 7이닝 호투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이번 월드시리즈에서도 같은 원칙을 적용한 것이다.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탬파베이는 1차전 선발을 놓고 내부 논의를 거듭한 끝에 마르티네스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 캐시 감독은 "마르티네스가 던지면 우리는 이긴다"며 베테랑 투수를 향한 신뢰를 드러냈다.

마르티네스 역시 결코 만만한 투수가 아니다. 올 시즌을 앞두고 탬파베이와 1년 1300만 달러(약 188억 5000만원)에 계약한 마르티네스는 정규시즌 31경기에서 15승 6패, 평균자책 3.10을 기록하며 개인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180이닝을 소화했고, 처음으로 올스타에도 선정됐다.

특히 원정에 강해 16경기 94.2이닝 평균자책 2.38을 기록했다. 지난 3월엔 아메리칸패밀리필드에서 밀워키를 상대로 6이닝 2실점 호투를 펼쳐 팀 승리를 이끌었다. 클리블랜드와의 챔피언십시리즈 4차전에서도 5.1이닝 1실점으로 호투하며 팀 승리의 발판을 놓았다.

약 7개월 만에 밀워키 홈구장 마운드에 서는 마르티네스는 "상대는 어떤 공도 쉽게 포기하지 않는 끈질긴 팀"이라며 "치열한 싸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 팀은 투수 중 누가 마운드에 오르든 자신감을 갖고 있다"며 "내가 할 일은 최대한 많은 아웃카운트를 잡고 팀이 경기를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1차전 넘어 시리즈 전체를 내다본 계산닉 마르티네스(사진=중계방송 화면)닉 마르티네스(사진=중계방송 화면)

라스무센 대신 마르티네스를 내세운 탬파베이의 결정에는 시리즈 전체를 내다본 계산도 담겨 있다. 마르티네스를 1차전에 투입하면 라스무센뿐 아니라 챔피언십시리즈 6차전에 등판한 프레디 페랄타에게도 추가 휴식을 줄 수 있다. 페랄타는 챔피언십시리즈에서 선발로 2경기, 구원으로 1경기에 등판하는 강행군을 소화했다.

디 애슬레틱은 탬파베이가 2차전 라스무센, 3차전 페랄타, 4차전 그리핀 잭스로 선발진을 구성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페랄타는 최근 10경기에서 50.2이닝을 던져 평균자책 0.89를 기록한 팀의 '투 펀치'다. 탬파베이 이적 후 홈구장 트로피카나필드에서 평균자책 1.45를 기록한 만큼, 3차전 홈경기에 투입하면 강점을 살릴 수 있다.

라스무센을 1차전에 투입하더라도 5차전 재등판은 쉽지 않다. 2경기 연속 4일만 쉬고 마운드에 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차라리 충분히 쉬고 2차전에 나선 뒤 6차전에 다시 등판하는 편이 더 나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페랄타 역시 2차전과 6차전에 투입하기보다 3차전에 내보내고, 시리즈가 최종 7차전까지 이어질 경우 마지막 승부를 맡기는 게 나을 수 있다. 월드시리즈가 장기전으로 흐를 가능성까지 고려한 탬파베이의 이 선택이 과연 '신의 한 수'가 될지 지켜볼 일이다.

핫 뉴스

뉴스 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