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년 만에 우승한 팀이 이렇게 쪼잔할 수가…반지 대신 코치에겐 '빈 상자', 직원에겐 '가짜 메일' 보낸 뉴욕 닉스

마이크 브라운 감독(사진=뉴욕 닉스 SNS)마이크 브라운 감독(사진=뉴욕 닉스 SNS)

[더게이트]

53년 만에 우승한 선수들에게는 다이아몬드 반지를 선물한 구단이 함께 고생한 코치들에게는 빈 상자를, 오랫동안 구단에서 일한 직원들에게는 우승 반지를 받아가라는 가짜 이메일을 보냈다. 미 프로농구(NBA) 뉴욕 닉스의 화려한 우승 축제 뒤에 감춰진 황당한 뒷이야기가 드러났다. 제임스 돌란 구단주가 이끄는 뉴욕 구단의 쪼잔하고 저열한 처사가 또 한 번 도마 위에 올랐다.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디애슬레틱은 23일(한국시간) 지난 21일 홈구장 매디슨스퀘어가든에서 열린 우승 반지 수여식에서 뉴욕 닉스 구단이 코치들에게 반지가 들어 있지 않은 빈 상자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선수들은 화려한 우승 반지를 받았지만, 코치들에게 돌아간 것은 반지가 들어 있는 것처럼 꾸민 상자뿐이었다. 오랫동안 구단을 위해 일한 일부 직원들은 아예 반지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지난 시즌 뉴욕은 1973년 이후 53년 만에 NBA 정상에 올랐다. 구단 역사상 세 번째 우승을 기념하기 위해 특별 제작한 반지에는 22캐럿의 다이아몬드와 푸른색 사파이어가 호화롭게 장식됐다. 반지 윗부분을 돌리면 매디슨스퀘어가든의 축소 모형까지 나타난다. 제작업체는 뉴욕이 53년 동안 기다려 온 역사적인 순간을 기념하는 작품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화려한 우승 반지, 코치들에게 돌아간 것은 빈 상자제일런 브런슨(사진=뉴욕 닉스 SNS)제일런 브런슨(사진=뉴욕 닉스 SNS)

뉴욕 구단은 선수들에게 줄 반지는 이토록 정성스럽게 만들면서도, 정작 우승을 함께 이룬 코치들의 반지는 준비하지 않았다. 디 애슬레틱은 익명의 NBA 관계자 7명의 증언을 토대로 뉴욕 코치들이 이날 우승 반지를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일부 코치는 행사 당일에야 반지를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통보받았으며 손가락 치수조차 측정하지 않은 상태였다.

황당한 상황을 접한 코치들은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일부 코치는 크게 화를 냈고 다른 코치들도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디 애슬레틱은 마이크 브라운 감독이 실제 반지를 받았는지조차 제보가 엇갈린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뉴욕 구단을 운영하는 MSG스포츠 측은 "반지와 관련한 어떤 정보도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며 설명을 거부했다.

NBA에서 제작 일정과 치수 측정 문제로 코치진의 반지 지급이 늦어지는 사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 오클라호마시티 썬더도 일부 코치와 임원에게 개막전 당일 반지를 전달하지 못했다. 반면 2016년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와 2020년 LA 레이커스처럼 우승 기념행사에서 코치들에게 정상적으로 반지를 지급한 팀도 있다. 뉴욕 역시 코치들에게 나중에 반지를 주겠다고 약속하긴 했으나, 빈 상자를 만들어 지급하는 연출을 굳이 행사 직전에 추가하면서 논란을 자초했다.

뉴욕 닉스 우승 반지(사진=뉴욕 닉스 SNS)뉴욕 닉스 우승 반지(사진=뉴욕 닉스 SNS)

일반 직원들에게 벌어진 일은 더 황당하다. 뉴욕 구단은 매디슨스퀘어가든에서 오랫동안 일한 직원 상당수에게 우승 반지를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여기엔 구단 사업 부문 직원들도 일부 포함됐다. 보통 NBA에서는 선수단뿐 아니라 일반 직원에게도 우승 기념 반지를 준다. 선수들이 받는 반지에 비하면 단순하고 저렴한 제품이지만, 우승을 함께 만든 구성원에게 감사를 전한다는 취지다.

그런데 뉴욕은 반지를 주기는커녕 직원들의 기대를 이용해 기막힌 일을 벌였다. 지난 9월 말 매디슨스퀘어가든 직원 다수가 '무료 우승 반지를 지급한다'는 이메일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디 애슬레틱이 입수한 이메일에는 두 종류의 우승 반지 사진과 함께 "축하합니다! 직원용 우승 반지가 도착했습니다"라는 문구가 담겼다.

이메일은 "이번 반지는 회사가 선물합니다. 선수들의 반지를 제작한 보석업체가 동일한 기술로 만들며 여러분의 이름도 새겨집니다"라고 그럴듯하게 안내했다. 직원들은 '챔피언십 골드'와 '가든 클래식' 가운데 원하는 디자인을 고른 뒤 링크를 누르라는 설명도 받았다. 누가 봐도 구단에서 직원들에게 반지를 선물하려고 보낸 메일처럼 보이게 꾸며졌다.

그러나 이메일 내용은 모두 거짓이었다. 알고 보니 운영진이 직원들의 사이버 보안 의식을 점검하려고 발송한 모의 피싱 이메일이었던 것이다. 반지를 기대하고 링크를 클릭한 직원들에게 돌아온 건 우승 반지가 아니라 의무 사이버 보안 교육이었다. 최근 제임스 돌란 구단주가 사이버 보안 문제에 대한 우려를 표한 뒤 이 같은 피싱 메일이 발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직원들의 보안 대응 능력을 점검하는 훈련 자체는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53년 만의 우승을 축하하는 직원들에게 반지를 주겠다며 기대감을 부풀린 뒤 이를 역이용해 보안 교육으로 연결할 생각을 했다는 게 소름끼친다. 반지라도 주면서 장난을 쳤다면 모를까, 애초에 반지를 줄 생각도 없으면서 이런 일을 벌였다는 것도 인류애가 사라지게 만드는 대목이다.

나르시스트와 마키아벨리스트와 소시오패스를 한 몸에 지녔다고 평가받는 돌란 구단주의 뒤틀린 인격은 이전에도 구단 운영에서 숱한 논란을 일으켰다. 미국 매체 와이어드는 지난 7월 매디슨스퀘어가든이 유명 인사 약 400명에게 위험 등급을 매겨 관리해 왔다고 폭로했다. 뉴욕 닉스 구단은 운영 방식을 비판한 일부 유명인과 팬들을 감시 대상으로 삼았고, 특정 관람객의 경기장 내 동선과 행동을 일일이 추적하며 괴롭혔다는 의혹도 받았다.

코치들과 직원들에게 쌓은 업보 탓일까. 뉴욕은 지난 21일 우승 반지 수여식을 마친 뒤 열린 2026~2027시즌 개막전에서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에 100대 106으로 패하면서 잔치 분위기에 셀프 찬물을 끼얹었다. 하지만 패배보다 더 씁쓸한 건 구단이 우승 공신들에게 보여준 인색하고 옹졸한 처사였다. 야심차게 2연패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이런 구단 운영 방식으로는 구성원들의 헌신을 기대하기 어렵다. 함께 고생한 사람들을 존중하지 않는 구단을 위해 누가 기꺼이 몸을 바쳐 일하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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