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회원권 반값에 팔고 또 센터 인수…'필라왕' 피해 20억, 피해 응답자 89.7% 돈 못 돌려받았다 [더게이트 국감]

필라테스·요가 업계에서 반복되는 장기회원권 선불금 피해를 막기 위해 보증보험 가입 등 실질적인 소비자 보호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국감에서 나왔다.필라테스·요가 업계에서 반복되는 장기회원권 선불금 피해를 막기 위해 보증보험 가입 등 실질적인 소비자 보호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국감에서 나왔다.

[더게이트]

필라테스 센터를 인수해 장기회원권을 반값에 팔고, 다른 센터에서도 같은 일을 반복했다. 이른바 '필라왕' 사건의 피해 규모는 약 20억원.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에서는 응답자의 약 90%가 피해금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조국혁신당 김재원 의원은 23일 문화체육관광부 종합국정감사에서 '필라왕' 사건 피해자 증언과 의원실 자체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김 의원은 필라테스·요가 업계에서 반복되는 장기회원권 선불금 피해를 막기 위해 보증보험 가입 등 실질적인 소비자 보호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황준선 필라테스 피해자모임 대표는 수도권 10여 개 필라테스 센터에서 피해가 발생한 과정을 설명했다. 황 대표에 따르면 이른바 '필라왕'으로 불리는 운영자는 여러 센터를 차례로 인수하면서 장기회원권을 대량 판매했고, 이후 회원 환불금과 강사·직원 임금 등을 지급하지 않았다.

센터 잔금도 안 내고 회원권 반값 판매…피해액 20억원필라테스·요가 업계에서 반복되는 장기회원권 선불금 피해를 막기 위해 보증보험 가입 등 실질적인 소비자 보호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국감에서 나왔다(사진=김재원 의원실)필라테스·요가 업계에서 반복되는 장기회원권 선불금 피해를 막기 위해 보증보험 가입 등 실질적인 소비자 보호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국감에서 나왔다(사진=김재원 의원실)

황 대표는 "인수 잔금도 지급하기 전에 센터를 넘겨받고 시세의 절반 수준으로 장기회원권을 대량 판매해 선불금을 모았다"며 "그 사이 다른 센터를 인수해 같은 방식을 반복했고 피해가 여러 지역으로 확산됐다"고 증언했다.

피해자모임이 파악한 규모는 회원 약 1000명과 강사·직원 약 50명, 피해액 약 20억원에 달한다. 센터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기존 운영자에게 지급해야 할 양도대금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는 것이 피해자 측 주장이다. 회원뿐 아니라 센터를 넘긴 사업자와 현장에서 일한 강사·직원들까지 피해를 본 것이다.

황 대표도 센터 양도대금을 받지 못한 피해자 중 한 명이다.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직접 센터를 폐업하면서 회원 환불금 약 800만원과 시설 원상복구 비용 약 1000만원을 부담했다고 밝혔다.

관련 사건에서는 지난 9월 1심에서 징역 3년이 선고됐다. 그러나 형사처벌과 별개로 피해금 회수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황 대표는 "센터가 갑자기 문을 닫더라도 회원들의 돈은 보호돼야 한다"며 장기 선불회원권에 대한 보증보험이나 예치제 도입을 요구했다.

김재원 의원실이 실시한 실태조사에서도 피해자들이 처한 현실이 확인됐다. 지난 21일까지 접수된 응답 322건 가운데 회원·소비자 응답은 261건이었다. 이 중 234건(89.7%)은 피해금을 전혀 회복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피해를 신고한 회원·소비자 10명 중 9명 가까이가 돈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한 것이다.

센터 운영자가 바뀌는 과정에서도 소비자 보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운영자 변경을 경험한 회원·소비자 136건 가운데 108건(79.4%)은 변경 사실을 사전에 안내받지 못했거나 변경 이후에야 알게 됐다고 응답했다.

센터를 인수한 사업자가 기존 회원들의 계약과 환불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는지 소비자가 확인하기 어려운 구조다. 특히 장기회원권은 몇 개월에서 수개월치 이용료를 미리 지급하는 방식이어서, 사업자가 갑자기 문을 닫으면 회원들은 남은 수업을 이용하지 못하고 선불금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

필라테스와 요가는 체육시설업 신고 대상 제외필라테스·요가 업계에서 반복되는 장기회원권 선불금 피해를 막기 위해 보증보험 가입 등 실질적인 소비자 보호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국감에서 나왔다(사진=김재원 의원실)필라테스·요가 업계에서 반복되는 장기회원권 선불금 피해를 막기 위해 보증보험 가입 등 실질적인 소비자 보호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국감에서 나왔다(사진=김재원 의원실)

현행법상 필라테스와 요가는 체육시설업 신고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다. 일반적인 헬스장과 달리 체육시설법에 따른 휴·폐업 관리나 선불 이용료 보호 규정을 적용하기 어렵다. 장기회원권 선불금을 보호하기 위한 보증보험 가입 의무도 없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7월 '요가·필라테스 표준약관'을 제정해 소비자 보호 기준을 마련했다. 사업자가 휴업이나 폐업할 경우 예정일 14일 전까지 회원에게 알리고, 중도 해지 시에는 할인 전 정상가격이 아닌 실제 결제금액을 기준으로 환급금을 산정하도록 했다. 보증보험에 가입한 사업자는 보험의 종류와 보장 내용도 소비자에게 고지하도록 했다.

그러나 표준약관 사용은 의무가 아닌 권고 사항이다. 보증보험 가입도 강제하지 않아 사업자가 선불금을 돌려줄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폐업하면 피해를 막는 데 한계가 있다.

김 의원은 "피해가 발생한 뒤 처벌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제2, 제3의 필라왕 사건을 막기 위해서는 사전에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필라테스·요가를 신고 체육시설업에 포함하고 장기 선불회원권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는 법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실태조사에서 드러난 피해금 미회수와 운영자 변경 과정의 문제점을 반영해 정부의 기존 대책을 보완할 계획이다.

김대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은 김 의원의 입법 취지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의원은 "필라왕뿐 아니라 요가와 미용업 등에서도 유사한 피해가 반복될 수 있다"며 문체부에 피해 유형별 개선대책 마련과 관련 법 개정에 적극 협조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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