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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미우리 감독이 된 마쓰이(사진=요미우리 자이언츠 SNS)[더게이트]
일본 프로야구의 전설적인 강타자 마쓰이 히데키가 24년 만에 다시 요미우리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었다. 선수 시절을 상징하는 등번호 55번 대신 선택한 번호는 90번. 지난해 세상을 떠난 스승 나가시마 시게오 전 감독이 처음 요미우리 사령탑에 부임해 사용했던 번호다.
요미우리 구단은 23일 일본 도쿄에서 마쓰이 신임 감독 취임 기자회견을 열었다. 야마구치 주이치 구단주와 함께 회견장에 등장한 마쓰이는 등번호 90번 유니폼을 입고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계약기간은 3년으로, 일본 스포츠닛폰은 마쓰이 감독의 추정 연봉을 2억엔(약 19억원)으로 보도했다. 감독 마쓰이는 오는 30일 시작하는 가을 캠프부터 팀을 지휘한다.
마쓰이는 취임 회견에서 24년 전 요미우리를 떠나던 날을 떠올렸다. 2002년 시즌을 마치고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했을 당시에는 도저히 웃을 수 없었다는 마쓰이는 "오늘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고향으로 돌아온 기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요미우리에 새로운 황금시대가 찾아올 수 있도록 오늘부터 바로 시작하겠다"고 선언했다.
야마구치 구단주는 정규시즌 종료 후 마쓰이에게 감독직을 제안했고, 약 일주일 뒤 수락 의사를 전달받았다고 설명했다. 야마구치 구단주는 "올해는 요미우리에 위기의 해였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전했다. 이 위기를 극복하고 강한 요미우리를 만들려면 마쓰이 감독에게 부탁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55+35=90'…스승의 정신 잇되 과거 향수에만 젖지 않겠다
마쓰이 히데키(사진=MLB.com)마쓰이가 선택한 등번호 90번에는 여러 의미가 담겼다. 이 번호는 나가시마 전 감독이 1975년 처음 요미우리 사령탑에 오르면서 달았던 번호다. 당시 요미우리는 1965년부터 1973년까지 일본시리즈 9연패를 이룬 뒤 1974년 우승에 실패했고, 나가시마 감독을 선임해 새로운 시대를 열려고 했다.
마쓰이는 "나가시마 감독이 선수 생활을 마친 직후 사용했던 번호다. 당시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분은 큰 열정으로 팀을 이끌었다. 그 마음을 이어받고 싶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지난해 89세로 별세한 나가시마가 살아 있었다면 올해 90세가 된다는 의미도 담았다.
의미는 갖다 붙이기 마련. 마쓰이는 요미우리와 뉴욕 양키스에서 55번을 달았고, 현역 마지막 팀인 탬파베이 레이스에서는 35번을 사용했다. 두 번호를 더하면 정확히 90이란 설명이다. 마쓰이는 "55번을 달면 나 자신도, 당시를 기억하는 팬들도 과거의 향수에만 젖게 될 것 같았다. 새로운 출발을 하기에 90번이 좋다고 생각했다"며 미소를 지었다.
등번호를 물려받았다고 해서 나가시마의 모든 것을 따라 하겠다는 뜻은 아니었다. 스승에게서 본받고 싶은 지도자상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마쓰이는 "무리다. 나는 나가시마 시게오가 될 수 없다"면서 "먼저 그 사실부터 스스로 이해해야 한다. 나가시마 감독은 나가시마 감독이고,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고 싶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생전 약속 언급한 것 후회돼…스승과 둘만의 비밀로"
마쓰이 히데키(사진=MLB.com)이날 회견에서는 나가시마 전 감독과 생전에 나눴다는 '비밀 약속'도 화제가 됐다. 마쓰이는 지난해 6월 나가시마가 별세했을 당시 미국 뉴욕에서 급히 귀국해 조문한 뒤 "나가시마 감독과 생전에 약속한 일이 있다. 그 약속을 지키고 싶다"고 말해 관심을 모았다. 야구계에서는 이 약속이 요미우리 감독 취임과 관련된 것이라는 추측이 무성했다.
하지만 마쓰이는 이날 회견에서 약속의 내용을 공개하지 않은 가운데, 당시 발언을 후회한다는 뜻을 밝혔다. 마쓰이는 "내 발언 때문에 여러 추측이 나왔고 당시 팀에도 폐를 끼쳤다"면서 "하지 말았어야 할 말이었다. 내 마음속에서는 이미 그 발언을 자진 철회했다. 자유롭게 생각하셔도 좋지만, 그 약속은 다시 나와 나가시마 감독 둘만의 것으로 남겨두고 싶다"고 말했다.
스승이 살아 있었다면 어떤 말을 해줬을 것 같으냐는 질문에는 잠시 생각한 뒤 "'늦었잖아'라고 하지 않았을까"라며 웃었다. 마쓰이는 "누구보다 이 순간을 기다렸을 분이다. 사실 나가시마 감독에게도 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지도자 경험 부족 인정…친분보다 능력 위주 코치진 구성"
요미우리 감독이 된 마쓰이(사진=요미우리 자이언츠 SNS)화려한 선수 경력과 달리 감독으로서는 완전한 초보라는 사실도 겸허히 받아들였다. 마쓰이는 현역 시절 요미우리에서 332홈런, 메이저리그에서 175홈런을 터뜨려 미·일 통산 507홈런을 기록한 레전드다. 2009년에는 양키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며 일본인 최초 시리즈 MVP에 선정됐다. 은퇴 후에는 양키스 단장 특별고문으로 선수 육성을 맡았다. 하지만 정식 감독은 물론 코치 경험도 아직 없다.
마쓰이는 "지도자 경험이 거의 없다. 이 부분에서는 내가 12개 구단 감독 가운데 가장 부족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솔직하게 인정한 뒤 "선수들과 함께 뛰고 성장하겠다. 감독의 지시를 따르는 데 그치지 않고 스스로 성장하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구단의 전통을 되살리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과거 일본시리즈 9연패를 끝으로 진정한 의미의 황금시대는 없었다고 진단한 마쓰이는 장기적인 강팀을 이어갈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겠다고 다짐했다. 구단의 오랜 캐치프레이즈 '항상 강하고, 신사다워야 한다'는 원칙도 실천하겠다고 덧붙였다.
코칭스태프 구상도 밝혔다. 마쓰이는 기자회견에서 "현재 한 사람에게만 코치직을 제안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후 방송 인터뷰에선 "친했다고 해서 함께 일할 생각은 없다. 요미우리에 애정이 있고 지도자로서 능력이 뛰어난 인재가 와줬으면 좋겠다"며 친목보다 역량을 최우선 기준으로 제시했다.
한편 일본 야구의 또 다른 전설 오 사다하루(왕정치) 소프트뱅크 구단 회장도 축하를 전했다. 왕정치 회장은 "요미우리로서는 오랫동안 기다린 일이 이뤄진 것"이라며 "누구보다 마쓰이의 성공을 바라는 사람은 나가시마일 것이다. 마쓰이만의 방식으로 뜻을 관철해 달라"고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 속에 지휘봉을 잡은 마쓰이는 오는 30일 가을 캠프에서 감독으로 첫발을 뗀다. 1992년 드래프트 추첨에서 시작된 인연이 34년의 세월을 넘어 스승의 등번호 90번을 단 후배 감독으로 이어다. '고질라' 마쓰이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스승 못지 않은 명장으로 요미우리의 시대를 열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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