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조 심판도 AI 시대 온다…2028 LA 올림픽 도입 추진, 10~15초면 동작 분석 끝

AI 판정 시스템이 오는 2028년 올림픽에 도입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사진=챗 GPT 생성 이미지)AI 판정 시스템이 오는 2028년 올림픽에 도입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사진=챗 GPT 생성 이미지)

[더게이트]

체조 선수의 연기가 끝나고 불과 10~15초. 인공지능(AI)이 선수의 관절 움직임을 정밀하게 분석해 채점 기준표를 화면에 내놓는다. 인간의 눈이 놓치기 쉬운 미세한 각도 차이까지 잡아내는 이 기술이 이르면 2028년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 무대에 오른다. 국제체조연맹(FIG)이 올림픽 체조 종목에 AI 판정 보조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등과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갔다.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디애슬레틱은 24일(한국시간) 와타나베 모리나리 국제체조연맹 회장의 말을 인용해 "2028년 LA 올림픽에 AI 채점 보조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한 협상이 상당 수준 진전됐다"고 전했다. 와타나베 회장은 일본 IT 기업 후지쓰가 개발한 '심판 지원 시스템(JSS·Judging Support System)'을 올림픽 정식 채점 보조 도구로 채택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JSS는 경기장 곳곳에 설치된 카메라로 선수의 연기를 다각도 촬영한 뒤, AI 알고리즘이 관절 위치와 동선을 3차원으로 계산해 심판진에게 전달하는 기술이다. 현재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열리고 있는 2026 세계기계체조선수권대회 현장에 적용됐다. 이번 대회에서는 남녀 체조 10개 세부 종목의 모든 기구에서 심판 감독관들이 AI 분석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세계선수권 전 종목에 걸쳐 AI 시스템을 전면 배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AI가 독자적으로 점수를 매기지는 않는다. 최종 판정 권한은 여전히 인간 심판이 쥔다. AI는 연기 동작을 정밀 측정해 심판이 한층 더 정확한 판단을 내리도록 돕는 조력자 역할을 맡는다.

국제체조연맹과 후지쓰는 채점의 일관성과 투명성을 높이고자 2017년부터 JSS 개발에 공을 들여왔다. 일반 기구 종목에는 카메라 4대, 동선이 넓은 마루운동에는 카메라 8대를 설치한다. 각 카메라가 찍은 영상을 조합해 선수의 신체를 3차원 입체 모델로 바꾼 뒤, 관절이 꺾인 각도와 공중 회전 수치를 수치화한다.

분석 속도 역시 빠르다. 디 애슬레틱이 참관한 후지쓰의 시연회에서 미국 국가대표 스카이 블레이클리의 연기가 끝난 뒤, 관절 측정값과 채점 지원 정보가 출동하는 데 걸린 시간은 10~15초에 불과했다.

카메라 8대로 동작 추적…15초 만에 분석 완료

국제체조연맹이 AI 도입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배경에는 올림픽마다 반복된 판정 논란 잔혹사가 있다. 와타나베 회장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과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 발생한 채점 분쟁을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남자 개인종합 결승에서는 심판진의 난이도 점수 계산 오류로 판정 결과가 뒤바뀌는 소동이 일었다. 사후 검토에서 오심이 인정됐으나 결과는 번복되지 않았다. 2024년 파리 올림픽 여자 마루운동에서도 동메달 주인공을 두고 스포츠중재재판소(CAS)까지 가는 재심 파동이 이어졌다. 와타나베 회장은 "주관이 개입하기 쉬운 인간 심판의 한계를 보완하고, 컴퓨터 분석으로 객관적 기준을 세워야 유사한 분쟁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올림픽 AI 채점 도입 시도가 처음은 아니다. 와타나베 회장은 2020년 도쿄 올림픽과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도 도입을 추진했으나 끝내 무산됐다. 기술 완숙도 문제와 더불어 올림픽 공식 계약 관계가 걸림돌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IOC는 공식 타임키퍼인 오메가와 2032년까지 기록 측정 및 경기 결과 시스템 운영에 관한 독점 계약을 맺은 상태다. 후지쓰의 JSS를 올림픽에 이식하려면 오메가와의 중복 권한 및 상업적 권리 관계를 사전 조정해야 한다.

IOC 위원이자 LA 올림픽 조정위원회 위원을 겸하는 와타나베 회장은 이 같은 복잡한 이해관계를 뚫고 협상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국제체조연맹의 공식 입장은 JSS를 심판 조력자로 한정하고 있다. 2026년 로테르담 세계선수권에서 활용되고 있는 AI 시스템이 2년 뒤 LA 올림픽에서도 인간 심판의 채점을 돕게 될지는 향후 협상 결과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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